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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스트 Jul 15. 2023

누워있는 여자

2. 만남

십일월의 오전 공기는 어딘가로 떠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가을이 선사하는 선물과도 같은 시간 

일이 바빠 함께하지 못하는 남편과 아들을 뒤로하고 둘째 딸아이와 같이 수서역을 향해 집을 나섰다. 

평소에도 말없이 행동으로 챙기는 딸과의 동행은 든든하기만 했다. 

     

‘고운 마음이 따뜻한 아이, 그래서 언제나 온기가 전해지는 딸, 그런 아이가 어느새 성장해 이렇게 옆에서 나를 챙기다니 글을 쓰며 행복한 나를 발견한다.’ 


이박 삼일의 여정을 실은 캐리어를 끌며 딸이 예약한 택시를 타고 수서역으로 향했다.

무심히 시야에 들어오는 도시의 풍경도 그날은 탐스러운 국화꽃의 향기처럼 곱게 느껴졌다.

잠시 뒤 역으로 도착한 택시에서 내려 우리도 많은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기차역은 이래서 사람 마음을 더 들뜬상태로 만드는구나.’    

  

다들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 속에서 나 또한 나의 목적지를 향해 움직였다. 

나의 발걸음은 설레는 마음을 동반하여 한층 가벼워져 있었다.     

기차역 대합실로 들어서며 역 부근에 사는 언니와 어린 손자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둘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언니의 손자는 가끔 보는 정도인 데다 낯가림이 심한 편이었지만 젊은 딸아이 덕분인지 세 살배기 꼬마도 수줍은 미소를 보여 주었다. 이 나이에 이모할머니가 된 나로선 그 단어가 처음에 당황스럽고 낯설긴 세 살 꼬마와 마찬가지였지만 시간이 제법 흘러 이젠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딸과도 매번 하는 얘기지만 난 세 살 어린 왕자와 눈이 마주칠 때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젊은 이모가 오니 저렇게 웃는 것 봐.”     


언니의 한 마디에 다들 웃으며 SRT를 타기 위해 유모차를 밀며 우린 자리를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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