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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와 밍기뉴 Jul 09. 2023

서른둘, 리추얼 라이프를 선언하다. #1

아무리 근사한 시계를 갖고 있다 할지라도, 결국 충분한 시간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짧고 짧은 시간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으려면 케빈은 먼저 '생산성'에 매몰되지 말 것을 충고한다. "생산성은 로봇에게나 필요하다. 인간의 모든 시간은 질문하기, 창의성 발휘하기, 경험하기로 채워져야 한다."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강력한 생산성을 요구받는다. - 타이탄의 도구들. p232 -


나에게 번아웃이 찾아올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던 것 같다. 꽤나 사교적인 성격에 넓은 대인관계, 스트레스를 곧 잘 극복해내는 정신력이 나를 오랜 기간 지탱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내구성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왜 나는 소진되었는가 생각했다. 갑자기 왜? 

갑자기는 아니다. 번아웃(Burn out)이라는 단어 자체가 설명해주듯, 정신적 탈진(소진)은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오는 에너지 고갈 현상이다. 


서른살, 스타트업에 첫 발을 들인 시점이다. 끊임없이 논쟁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고, 민첩하게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조직 문화가 매력적이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개인 프로젝트를 달성하면 개인의 성취뿐 아니라, 회사의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흥분시켰다(게다가 팀워크까지 좋다면 더할나위 없이 짜릿하다). 회사와 동료에게 인정받는 능력있는 캐릭터가 되어있었다. 야근을 해도 개의치 않았고, 주말에 시간이 남으면 업무를 틈틈이 처리하곤 했다. 게다가 HRD 석사 논문까지 쓰던 때였다. 


그때에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중요한가라는 생각을 했다. 일과 삶이 구분되지 않고 일치한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게 아닐까? '그래, 나는 워라블(work and life blending)이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했다. 생산성을 최대치로 끌어 올려 속도를 붙였다. 일과 삶이 일치된 멋있는 30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대인기피 증상이 생겼다. 동료와의 점심시간, 메신저 채팅마저도 부담으로 느껴졌다. 개인의 내구성으로 버틸 수 있는 역치를 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른 두 살이었다. 고작 2년.


이렇게 말하니 마치 직장을 그만둔 사람의 회고처럼 보이겠지만, 아직도 직장은 잘 다니고있다(하하). 내가 번아웃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나를 위한 작은 의식, 리추얼 덕분이었다. 내가 겪었던 번아웃 증상과 나만의 리추얼에 대해 기록해보려 한다. 




생각했던 것 보다 2년이라는 시간은 길더라고요. 기록할 내용이 꽤나 있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나의 몸과 마음이 받아들인 번아웃 신호,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정을 담았어요. 다음 편에서 만나요. 


다음 편 미리보기

1단계. 몸의 신호

2단계. 마음의 신호

3단계. 문제 인식

4단계. 해결책 찾기 : 기록에서 답을 찾다.

5단계. 나만을 위한 작은 의식, 리추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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