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순이 Aug 22. 2023

너를 두곤 내가 없어서

자꾸 없어서

자주 없어서 부러 널 부르곤,

널 눕히곤 입맞췄지.


우리 둘 다 좋아했던 그 국숫집에서, 잃어버리는 것과 잊어버리는 것 둘 중 어떤 걸 선택하는 것이 덜 슬플까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그 애는 내게 왜 덜 슬플까 로 생각하냐 물었다. 둘 중 더 기쁜 일은 무엇인지로 생각하는 편이 옳지 않냐며 대답도 못한 채 연거푸 술만 세잔을 들이킨 나를 막으며 말했다. 나는 나를 막는 그 애의 팔을 안고 기쁘다는 것과 슬프다는 것. 잊어야 한다는 것과 잃어야 한다는 것. 전부 난, 전부 다 모조리 싫어!!!! 하며 그냥 울어버렸는데 그 애는 그런 나를 보며 박장대소하며 어차피 안 잊고 안 잃을 건데 왜 굳이 묻고 울어~~~~하며 나머지 팔을 내게 감아 꼭 안아줬다. 그 애의 대답은 뭐였을까. 나는 왜 그때도 울어버려 그 애의 대답을 듣지 못했을까. 그 앤 둘 중 어떤 것에 슬픔보다 기쁨을 더 느꼈을까. 느끼며 살고 있을까. 아마 그 애도 지금은 둘 다 싫어 울어버리지 않을까. 지금은 없어진 국숫집이고 이제는 없어질 기억의 순간부터 시작해 보자.


/나는 연거푸 말했다. 최대한 오래오래. 가장 마지막까지 기억해 낼 서로가 되자고. 세상 수천의 과학 발전에 공룡의 시대가 다시 도래해도, 2050년 진짜 지구가 멸망해도, 난데없이 북한이 핵 미사일을 쏴서 우리가 다 한날한시에 녹아버려도, 영화에서 만났던 타노스를 눈앞에 두어 고개가 꺾여도. 달이 자꾸만 커지고 커져 결국 지구를 삼켜도. 서로를 가장 늦게 잊자며, 잃자며. 나는 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자주 그 애 옆에서 쫑알 되었다. 결론은 헤어지지 말자는 말이었는데. 지금 우리의 꼴을 보면 그 앤 그때도 지금도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초연하게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사실 그렇게 당장 물을 일도 아니었는데 결국은 그날 헤어져 버렸다는 게. 내가 참았으면 그 카페에서 우리가 그 날 헤어지지 않았을텐데. 라고 여러 해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가 그날 참았어도 너는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 하였으니. 우리는 얼마 못 가서 헤어지긴 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래도. 얼마 더 못가 헤어졌더라도. 그날만 아니었음 내가 나를 이렇게 원망하며 살진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사실 연인간 헤어지는 데에 있어서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질 이유는 없다마는, 그때는 내가 더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여전히 사랑하지만, 마음이 변해온 건 상대이지만 마음이 변하게 한 것엔 내 잘못이 크다고 생각했다.

나는 여전히 사랑하지만, 마음이 변해온 건 상대이지만 마음이 변하게 된 데엔 내 잘못이 크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전히 사랑해서 그 애가 마음이 변했다 생각했다. 내가 여전히 그앨 그렇게 사랑해선 안 됐다.

당신 탓이 아녜요. 그저 멈춰있던 내 자신이 미울 뿐. 옳고 바른 선택만 하며 살면 좋겠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그 기준이 조금 애매해. 무엇이 옳고 얼마나 바른 일인가. 를 생각하면 사실 아무것도 옳은 게 없거든. 모든 것에 사랑이 정답이 될 수 없잖아.


중이 선명한 사람, 손톱   이 깊은 사람

                                    달


안경과 캡모자가 잘 어울리는 사람, 태생이 구여운 사람, 와중에 다정하면 금상첨화

이상형을 물어보면 늘 상 생각하게 되는 몇 가지의 키워드. 이 모든 이상형의 기준은 실체에 대해 생긴 거 이기에 그 사람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그중 손톱달이 제일 오래 생각났다. 가끔 시선을 굳이 두며 신기해했다. 매일 손톱을 물어뜯는 내겐 몽땅한 손톱쪼가리와 부스러기뿐인, 주먹이 창피한 사람이었기에. 그렇게 깊은 손톱달은. 그토록 좋아하는 달을 열 손가락에 전부 지니고 있는 그 친구의 손은 늘 내게 자랑이었고 동경이었으며, 쳐다만 보기엔 아깝고 그렇다고 늘 쥐고 다니기에도 닳을까. 제일 좋아했던, 손을 잡는 일보다 잦게 그 친구의 엄지손가락의 달을 쓰다듬는 그 시간들을 더 아끼고 사랑했다. 그 친구와 손을 잡으면 얻은 +보너스, 해천의 시간이었다.

엄청

많이 좋아했다. 세상에 누군갈 이렇게 좋아할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니 중독된 느낌. 나 자신보다 아꼈고 그때의 가끔은 엄마보다도 좋았다.

정말 많____________________이. 좋

                                                            > > > 아했다. (헤 아 릴 수 없 음 를 어떻게 더 표현할 수 있을까?)


안 헤어지면 안 돼? 다시 날 사랑할 순 없어? 내가 이렇게 빌어도 안돼? 그냥 이렇게 둘이 살면 안 되는 걸까. 다시 내게 오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내가 바뀔께.

질문은 할 수 있겠냐. 그리고 설사 질문을 겨우 했어. 그리고 난 다음에 답변을 들을 수나 있겠냐.로 고민했으나 굳이 용기내 물어 부러 다치고 진하게 아파했다.

대답이 명확해 두번 묻진 못했던 질문들.


여전히 꾸준히 영원히 오래토록 너만을 언제나 항상 늘 죽을 때까지 변함없이 다음 생에도 다시 태어나도 하늘만큼 땅만큼 우주만큼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너만을 너만을 너만을. (바보같은 이야기. 이솝우화같은 이야기. 세상엔 없는 이야기)


/ 나는 사실 너랑 그날 헤어지는 지는 추호도 몰랐어.나는 그냥 달라진 네 태도가 궁금했고. 내가 없었던 그 시기에 네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고. 내 초콜릿에 대해 나도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답장을 보낸 네가 며칠 새에 이렇게 나를 피곤해할 일 인가 싶어서. 그냥 서운해서 그랬어. 서운해서 물어봤던 거였어. 우리가 결국 헤어진거야? 라고 물은건 아니라는 대답을 듣고 싶었던 거 였어. 늘 토라진 나를 달래기 위해 손을 뻗어 손톱달을 건네주던 네 행동이 그리워서였어.


***

그녀는 선한 그의 물음에

기억나지 않는 얼굴과 잊고 싶지 않은 이름이 세트고

잃어버리고 싶은 시간과 여전히 사랑하는 이름이 묶음이라며 한숨 쉬듯 웃으며 고갤 저었다. 그 마주침은

그녀가 느끼는 생에 큰 한계였다.




: 이제는 먼 이야기. 가상의 이야기. 거짓의 이야기. 가짜 이야기. 이제는 먼. 기억도 잘 안나는 이야기. 저 먼 그녀의 이야기. 이제는 먼 이야기. 이제는 사랑하지 않는 이야기. 이제는. 이제는 사라질 이야기.


결국은 공룡의 도움없이도 멸망해버린 이야기.

이전 01화 이러다 곧 눈이 오겠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