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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별 Toni Jul 17. 2023

멀티태스킹에서 밀려난 글쓰기

멀티태스킹, 나도 하고 싶다 

100일 글쓰기의 속도가 늦춰졌다. 시작할 때에는 하루 한 편 꾸준히 써서 얼른 목표 100에 도착해야지 결심했는데, 여러 가지 새로운 계획이 끼어들면서 4분의 1 지점에서 멈춰 섰다. 유유자적하던 일상이 갑자기 바빠졌다. 뭐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마음이 조급하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나는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팝콘을 먹지 않을 정도이다. 영화의 장르에 상관없이 오로지 스크린에 집중하는 것을 선호한다. 음악 들으며 공부하기? 불가능하다. 카페에서 책 읽거나 글쓰기?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이 가능한 나의 뇌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게으름이 한몫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아서 좋은 점은 물론 집중력과 추진력이다. 평소에는 나태하지만 할 일이 생기면 집중해서 후딱 해치운다. 일을 오래 질질 끌면서 생각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보다 그 일을 최대한 빨리 끝내 놓고 머릿속에서 삭제해 버리길 선호한다. 얼른 게으른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현재 8월 북클럽 선정 도서 <자기 앞의 생> 모임을 이끌고 있다. 캔바 심화 과정을 들으며 과제를 하는 중이다. 책 '해녀들의 섬'을 출간한 작가 리사 시와 북토크를 하려고 이메일을 주고받고 있다. 공저 책을 위한 초고 쓰기를 시작했다. 그로 인해 줌 미팅 횟수가 늘었다. 8월 내로 단편 소설 하나를 쓰기로 약속해 놓은 상태이다. 캐나다 여행을 위해 일정을 짜고 숙소를 예약해야 한다. 시어머니께서 10일 동안 와 계셨다. 딸을 테니스 연습장에 매일 데려다줘야 한다.


나열해 보면 별 것 없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멀티태스킹을 해내는 사람들이 보면 코웃음을 칠 정도다. 그러나 멀티태스킹이 안 되는 나는 마음이 항상 바쁘다. 뭔가에 쫓기듯 불안하다. 어디에도 제대로 몰두할 수 없다. '한국에서 동생이 보내 준 '백년 허리' 책도 읽어야 하는데,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도 정말 읽고 싶은데.......'정작 하고 싶은 일은 하지 못하고 있다.


멀티태스킹은 정보가 넘쳐나며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필수인 것 같은데, 유유자적에 긍지를 가지는 나는 시대에 한참 뒤처진 것인가? 유유자적을 포기할 수 있는가? 


오늘의 끄적거림은 100일 글쓰기를 며칠 게을리하게 된 데에 대한 변명이다. 일단 공저 책 초고가 우선이기에 100일 글쓰기는 목적지까지 천천히 가기로 했다. 25라는 지점에 이르기까지 여러 감정이 교차했는데,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풀어봐야겠다. 토네이도 경보가 뜬 일요일 오전,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센티멘털한 감상에 젖어 글쓰기 딱 좋은 날이다.  창밖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뒷모습에도 우수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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