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Merry christmas to you
이질적인 시간이 하나가 되는 별미의 순간은 모순이라기엔 유용하고 아름답다.
한여름의 캐럴처럼. 12월의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지금 내게 없는 순간을 곁에 두는 편리함도 추가된다.
그런 맥락에서 겨울보다 여름에 더 자주 캐럴을 찾게 된다.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 달려드는 습한 공기는 에어컨에 식은 몸을 노곤하게 적신다.
그러나 따뜻함도 잠시, 금세 무거워진 더위에 찜통이 된 차의 에어컨부터 켜며 캐럴 모음집을 재생한다.
여름이 버거울 때 찾는 일종의 환기이자 여행이다.
겨울 특유의 코 끝 쨍한 냄새와 함께 흰 눈과 온몸에 반짝이 전구를 치장한 트리, 들뜬 거리의 풍경들이 스쳐가고 그 안에 내가 있다.
덤으로는 유년의 친구 같은 <나 홀로 집에>의 케빈도.
그동안 캐럴은 내게 크리스마스 시즌에 듣는 음악들의 통칭이었는데, 나무위키에서 몰랐던 사실 하나도 발견한다.
캐럴(Carol)은 현대의 축제음악을 의미하며 흔히 성탄절에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하기 위해 야외에서 부르는 노래다. (중략) 어원은 프랑스어 carole로 중세시절 빙글빙글 도는 춤에 어울리는 노래를 말했다고 한다.
종교를 떠나 시간과 설렘을 관통하는 대통합의 상징에 간지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캐럴과 함께 사랑해 마지 않는 김종삼 시인의 시를 곁에 둔다.
소년이 가진 사연은 가슴 시릴지언정 내게는 너무도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시(詩)인 '북 치는 소년'처럼.
북 치는 소년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희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양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FROM. Merry christmas to you.
※대문 이미지 출처: Pexel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