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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초이 Mar 02. 2022

ep.1 아이의 첫걸음마와 바꾼 것..

그렇게, 엄마가 된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회사에 다니는 제 모습은 이기적일 수도 있고, 제 주변에서는  꽤나 독하다고 평가받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일을  이어나가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저는 일하는 게 당연했고, 또 일하는 게 즐거웠고, 직업을 가짐으로 인해 나라는 인간의 존재감과 소속감을 느끼는 것을 꽤나 중요시했기 때문에 그때도  또, 지금까지도 계속 회사에 다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의외로(?) 제 경우에는 임신 중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지 않았어요. 다른 친구들은 육아휴직 후에 복직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퇴사를 연상했지만 저는 당연하게도 복직을 염두에 두었지요.


업무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성향이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했거든요. 많은 워킹맘들이 일하는 이유가 그러하듯  저 역시 경력단절과 사회로의 복귀 기회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동일한 불안감에 섣불리 육아를 이유로 퇴사를 결정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한번 회사 생활을 손에서 놓게 되면 재기를 어려워했던 선배맘들의 선례를 보았기 때문이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아가씨 때는 철이 없게도 이렇게 생각을 했어요.


아기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는 출근하면 되겠지 뭐 어렵겠어?




그때는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이렇게 마음이 아픈 일인지 몰랐던.. 정말 철이 없던 생각이었습니다.



해가 어렴풋이 뜰 무렵

아침 일찍 엄마와 함께 길을 나서고,

해가 저물어갈 때쯤 

엄마와 같이 돌아오는 그 여정이

내 아이에게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어린이집에서 배밀이 달인등극



우리 아이는 선생님의 품에서 엄마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그때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선생님을 만났기 때문이었을까요? 그저 내가 이기적인 엄마였기 때문이었을까요?


아이의 첫걸음마를 응원해준 것은 내가 아니라 어린이집 선생님이었고, 아이의 첫 죔죔을 본 것 역시 내가 아니었다는 것에 아쉬움이 생긴 것도 시간이 지나서 우리  아이의 많은 처음을 엄마가 함께 해줄 수 없었구나 라는 생각에 가슴을 후벼 파는 미안한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오기 때문이었어요.


어린이집 무대에서 노래자랑 중


아이가 죔죔을 하면서 재롱을 부릴 그 시간에 나는 회사 업무를 충실히 했고, 아이가 첫걸음마를 뗄 때에 나는 회사에서 회의를 이어가며 내 영역을 공고히 했죠. 하지만 마음 한편엔 그 처음을 함께 해주지 못한 미안함과 그래도 씩씩하게 자라준 것에 대한 대견함 그런 엄마라도 보자마자 뛰어나와 안겨줄 때  그 고마움을 다 담아서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눈을 마주 보고  볼을 맞대는 그 시간을 더 알차게 쓰려고 무던히도 애썼고 그 노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도 이런 엄마의 노력과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니 우리 너무 죄책감 갖지 않기로 해요. 내 인생을 아이에게 올인하지 않았다고 하여  스스로를 이기적이라고 치부하지 않기로 해요.


한 번은 초등학생이 된 첫째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엄마가 회사 다니는 게 싫어? 엄마 회사 다니지 말까? 이렇게 물어봤더니 


나는 엄마 일하는 거 멋진데?
엄마가 바쁠 땐 좀 서운한데 그래도
 엄마가 예쁘게 하고 회사 가는 거 좋아



 엄마 품에 안겨 걸음마도 떼기 전 어린이집을 다녔던 첫째가 이젠  이런 이야기도 해주더라고요. 아이들 눈에도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모습은 함께 있어주는 엄마 못지않게 멋지게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퇴근하고 내일의 출근을 준비하는  모든 워킹맘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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