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엄마가 된다.
임신이라는 것은 정말 신비하고 어쩌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경이로운 감정을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깨닫는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10개월 동안 생명을 품고 있는 이 순간만큼은 아이는 오롯이 엄마라는 울타리 안에 보호를 받고 있고, 엄마 또한 모든 육아 기간을 통틀어 유일하게 아이와 신체적으로 연결되며 호흡과, 흡수를 함께하는 것이 바로 임신기간이죠. 이 10개월이라는 기간은 엄마가 온전히 아이를 품을 수 있는 기간이기 때문에, 그 어느 순간보다 소중하고 애틋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와 엄마가 생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경이로운 이 순간, 누군가는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눈치 보기에 바쁘고, 뱃속의 생명과 교감하기 보다 주변인들의 눈치에 움츠려 들어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직장내에서 늘 늘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사람.. 바로 일하는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개인보다 공동이 우선인 곳이기 때문에..
생명을 품고 있는 기간에 생명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직장이라는 곳은 나 혼자만 있는 공간은 아니니까요. 내 뱃속에서 커가는 아이를 생각하고 교감만 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압니다. 꼭 배려해 주지 않더라 하더라도, 최소한 임신한 엄마가 죄책감, 혹은 패배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임신을 한 내가 마치 민폐의 씨앗(?)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 순간이 바로 임신, 출산 기간이기도 합니다. 행복하기만 할 것 같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죠. 대부분의 직장을 다니는 분들이라면 이때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을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물론 제가 영향력이 있는 것은 아니나, 서로 얼굴을 보지 않은 온라인 공간에서 여자끼리 편을 가르는 것은 아닐까 분란을 조장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요. 하지만 제가 실제로 겪었고, 또 많은 분들이 지금도 겪고 있으며, 앞으로 많은 예비 엄마들이 겪을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한 번쯤은 생각을 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용기 있게 글을 써봅니다.
우리는 대부분의 커뮤니티에서 같은 여자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이해와 공감을 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같은 직장 내에서는 같은 여자이기 때문에 더 이해해 줄 것 같지만 잔인하게도 같은 여자이기 때문에 더 냉정하고, 같은 여자이지만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부분입니다.
경험을 해본 사람은 경험을 해보았다는 이유로 라떼를 시전하고,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경험을 해보지 않았단 이유로 안물안궁을 시전합니다.
현재 임신한 사람만 억울하고, 출산한 사람만 속상하며, 아이를 키우는 사람만 죄인이 되는 이 상황은 그저 개개인의 성향이 달라서 만들어진 촌극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한 사람의 인력이 빠짐으로 인해서 나머지 인원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조직 문화, 그리고 그것에 대한 보상이 없는 현 정책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왜 정책이 미비하고, 시스템이 불안정한 것에 대한 문제점을 그저 근로를 제공하고 소득을 받으려 고용된 개인이 피해를 안고 가야 하는걸까요? 국가에서 필수적으로 제공하라고 되어있는 출산/육아 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미움 받고, 미워해야하는 이유가 되어야 하는지 우리 모두가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아직도 남자가 육아휴직 신청하고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뉴스가 되어 시사 면을 장식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출산을 기피하는 상황을 현 세대들의 이기적임으로 넘기려는 것, 출산 이후 발생하는 경력단절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만, 출산 이후 육아 지원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이라는 점. 이 모든 상황에 대한 결과는 개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짐이 된다는 것이 답답할 노릇입니다.
내 주변의 임신한 동료, 내 주변의 엄마가 된 동료에게 과도한 관심, 과도한 배려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별다르에 위해주길 바라는것도 아니에요. 그저 묵묵한 이해와 묵묵한 응원이면 충분합니다. 옛날에 나도 힘들었었지란 생각으로 그저 이해해주시고,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텐데.. 라는 생각으로 응원해주시는것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