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세 워킹맘 김지영, 그 제목의 의미
프롤로그
82년생 김지영이 마흔넷이 되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44'는 이중의 '死(죽을 사)'를 의미합니다. 45세 정년퇴직을 뜻하는 '사오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나는 특별한 자리에 서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 둘을 키우며 20년 가까이 정규직 워킹맘을 지켜온 소수의 생존자이죠.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며 놀랍니다. 세월이 그린 듯 하얗게 늘어난 흰머리, 시간이 켜켜이 쌓인 듯 푸석해진 피부, 깊어진 눈가의 그늘... 거울 속 중년 여성의 모습이 낯설게 다가옵니다. 갱년기의 신호들이 몸을 노크하고, 일상의 피로와 스트레스에 몸과 마음이 쉽게 무너집니다.
하지만 30년 만기의 집값 대출은 아직 25년이나 남았고, 연로해진 부모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하며, ADHD 두 아이들의 치료비와 세심한 케어도 필요합니다.
'김지영'은 80년대생 여성들 중 가장 흔한 이름입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나만의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 등하원부터 과외 학습까지, 그리고 업무 보고부터 평가 압박까지, 매일이 고요한 전쟁을 치르는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남들은 아직까지 대기업에서 굳건히 자리 잡고 능력을 펼치는 내 모습을 대단하다며 추켜세우지만, 사실 지금까지 맞벌이 생활을 유지한 진짜 이유는 탁월한 능력 때문도, 궁핍한 생활고 때문도 아닙니다.
사실은 나르시시스트 남편과의 불안정한 결혼생활 속에서 언제든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했기에, 직장은 나의 마지막 버팀목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버티기 작전이었다면,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변화에 도전하려 합니다. 그동안의 시련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그 단단함이 이제는 새로운 용기가 되었으니까요.
내 삶이 원하던 대로는 아니었지만, 그 속에서도 나만의 철학과 작은 행복을 찾아왔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합니다. 작가와 프리랜서의 꿈을 키우고 경제적, 시간적 자유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예정입니다.
이 책은 흔들리되 결코 멈추지 않는
우리 시대 모든 김지영들의 이야기입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