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세 N잡러 김지영입니다. 마케팅 전문가이자, 심리상담사, 그리고 이제 작가가 되려 합니다."
이 세 가지 정체성을 말하기까지, 내게는 스무 해가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20대의 방황은 마케팅과 해외영업 전문가로 이어졌고, 30대 워킹맘의 고뇌는 심리상담사의 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이제 40대, 비로소 진짜 나를 찾아갈 힘과 용기가 생겼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44세의 현재부터 시작할 수 없었다. 마치 드라마의 마지막 회부터 보는 것처럼, 맥락 없는 서사가 될 테니까.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어떤 아픔과 성장을 거쳐 이 자리에 서게 됐는지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20대와 30대를 거쳐야만 한다.
벼락치기로 살아남았던 20대 초반의 김지영은 SEO 마케팅을 시작으로 해외영업 전문가가 되었다. 캐나다와 미국, 중국을 떠돌며 쌓은 경험은 내 첫 번째 전문성이 되었다. 30대의 김지영은 나르시시스트 남편과 공생하며 ADHD 아이와 함께 워킹맘으로 살아남는 법을 배웠고, 그 과정에서 심리상담사라는 두 번째 정체성을 얻었다.
이제 40대의 김지영은 마침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려 한다. 그동안의 경험이 부질없는 방황이 아니었음을,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소중한 조각이었음을 글로 증명하고 싶다.
심리상담사로서 내담자들을 만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제가 이렇게 된 건 과거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건 실패가 아닌, 성장의 증거다. 20대의 방황이 없었다면 마케팅 전문성도, 30대의 시련이 없었다면 상담사의 공감능력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40대의 지금, 그 모든 경험이 새로운 도전의 발판이 되었다.
한 사람의 정체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선택과 포기, 도전과 실패가 모여 진정한 나를 완성한다. 그래서 나는 이야기를 20대부터 시작하려 한다. 방황하는 영혼이 어떻게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지, 그 여정을 기록하고 싶어서다.
**지영씨의 인생노트**
인생은 점들의 연결이다. 현재를 만든 과거의 선택들을 부정하지 마라. 그것이 실수처럼 보일지라도, 그 순간 최선을 다한 너의 모습을 인정하라. 우리는 늘 과거의 선택이 만든 현재를 살아간다. 방황이 전문성이 되고, 시련이 깊이가 되어 결국 자신만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지금 네가 있는 자리가 바로 새로운 시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