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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블루스 Mar 14. 2023

코스를 벗어난 인생이 되고 싶다

꾸준히 걷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퇴근후 저녁을 먹고 나면 집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향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여러가지 운동을 해 보았지만 결국 정착한 것은 걷기운동이다

시간에 억매이지 않고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서 장비발 세울 필요없이 운동만 할 수 있으니 이보다 간단하고 현명한 조건이 또 있을까 싶다

동네 한바퀴를 무작정 걷는 이도 있고 천변을 따라 걷는이도 있지만 아직 나는 동네 공원이더 낫다.

여자 혼자 밤길을 걷자니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는가.

특히 공원은 정갈하게 갖추어진 조경과 안심한 마음이 들게 하는 가로등,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주는 안전함이 있다.

우리나라는 밤길이 비교적 안전한 나라라고하지만 어릴 때부터 세뇌되어 있는 여성의 밤길에 대한 공포를 가볍게 내려 놓지는 못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집 앞 공원으로 갈 수밖에없다.

공원을 돌면서 이 또한 선입견에 사로잡힌 강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도리가없다.

걷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대문을 열고 나오기가 힘들었다. 귀찮음이 온 몸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이제는 공원이 아닌 다른 곳을 걸어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공원밖으로 발걸음을 떼기가 어렵다. 밤길공포가 아직도 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에서 다뤄졌던 타인의 사고가 이미 나의 사고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어떤 편견 때문에 다른 공간으로 나아가길 주저하고 있을 때 나는 달착륙하던 우주인의 발을 떠올린다.

처음이 어렵지, 그 후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될게야, 하는 생각도 수 없이 되뇌인다.

나의 처음은 언제나 모험이니까, 주저하고 있는 모든 것이 나의 편견임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걷기운동 코스 하나 바꾸는 일도 이렇게 어렵다.

이는 나의 주저함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일상의 평온을 탈피하자니 이제 그 로감을 감당 할 용기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도 나는 걷기운동 코스를 요리조리 짜 보지만 공원에 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언젠가는 코스를 벗어 난 내 발을 보면서 도파민에 젖어 있을 나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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