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즘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광팬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일주일에 50킬로미터 이상을 뛴다는 이야기를 보고 바로 러닝화를 구매했다. 러닝을 뛰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은 건 근육통뿐이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 "상실의 시대"를 하루 만에 다 읽게 만든 그의 필력에 감탄하며 밤을 새우던 새벽을 잊지 못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정말 천재다." 하루키즘"이라는 단어를 만들 수는 없을까? 하루키를 동경하는 사상이라는 의미로... 이야기가 새었는데 뭐 어쨌든 나는 그만큼이나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 아니지,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그의 필력을 좋아한다.
"명왕성은 정말 어이가 없을 거야, 자기 혼자서 몇억 년을 알아서 돌고 있었을 텐데 사람들이 갑자기 태양계에서 빼버렸잖아? 사실 수성부터 해왕성 얘네는 자기들이 그런 취급받고 있는 것도 모를걸? 명왕성도 빼버렸다고 서운해하지도 않을 거고."
"물이 끓는 온도를 100도라고 100도가 절대적인 것도 아니잖아. 어떤 사람은 어떻게 물이 딱 100도에서 끓을
수 있는 거지? 너무 신기해 96도도 아니고 정확히 딱 100 도일수가 있지? 이러고 있다니깐"
"이런 글을 보면 진짜 생각보다 사람은 너무나 단순하고 정해져 있는 것에 생각이 없다니깐? 그래서 더 생각을 해야 해, 계속 의문을 품어야 한다고. 지금 숨 쉬고 있는 것에 의문을 품는다던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대게는 다 관심이 없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데.
나는 MBTI N이 확실하다. 이런 이야기가 계속해서 떠오른다(약간의 자부심도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을 하는 건 정말 바람직한 일이다.
세상은 점점 더 사람들의 생각을 제한시킬 것이다. 많은 정보와 쉬운 접근성이 우리를 더욱 안일하게 만들고 있다. 생각하는 행위는 결과보다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 어떠한 결과를 내린다기보다 그 사이의 과정에서 느끼는 게 훨씬 많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글은 나를 생각하게 한다.
"이듬해인 1965년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존슨 미 대통령이 일명 북폭을 단행해 베트남 전쟁이 갑자기 격화된 일도 아니고, 이리오모테지마에서 이리오모테산 고양이가 발견된 일도 아니며, 나에게 여자친구가 생긴 일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 일인칭 단수 中
이 문장을 그냥 "이듬해인 1965년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나에게 여자친구가 생긴 일이었다."라고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이러한 부분이 나를 매료시켰다. 어이가 없고 가벼워 보이지만 전혀 가볍지 않은 글자의 무게.
취향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취향이 없다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의식에 존재하는 취향은 무조건 있다.
"세상을 잘 살려면 어떻게 할까요?"라는 질문을 누군가 한다면 나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좋아하는 음악이 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