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은 허당 구멍 경제
내가 살았던 중국 베이징은 물이 깨끗하지 않아 생수를 사서 마셨다.
주방에 웅진코웨이 정수기가 있지만
밥을 할 때나 끓이는 요리를 할 때만 사용하고
식수는 백산수 생수를 마셨다.
그래서 쓰레기 중 생수병이 제일 많았다.
한국인들이 주로 마시는 백산수 페트병은 분리수거에
내놓으면 제일 먼저 없어지는 물건이었다.
어느 날 아파트를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백산수 페트병을 한가득 모아 어디론가 들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또 어느 날에 아파트의 정문 근처
아이들이 스쿨버스를 타고 내리는 곳에
페트병을 수거하는 차량이 서있는 것을 보았다.
페트병을 모아 가져 가니 조금의 돈을 주는 것 같았다.
아, 그때 청소아줌마가 백산수 페트병을 여기로 가져왔구나 싶었다.
그때부터 백산수 병을 바로 버리지았고 모았다.
한두 개를 모아 가져 갈 수는 없으니 2~3주 정도 모았다.
그리고 손잡이가 있는 이케아 대형 장바구니에 담아
페트병을 수거하는 차량이 있는 곳으로 가져갔다.
우리 집 페트병 수거 담당은 청소년 2호이다.
부피는 있지만 빈 페트병이라 무겁지 않다.
하늘이 이렇게 파랬던 어느 날,
작은아이는 페트병이 담긴 장바구니를 하나 들고
나인봇을 타고 수거차량이 있는 곳으로 갔다.
기동력이 있는 나인봇을 타고 가면 금방 돌아와
나는 나머지 백산수가 든 장바구니를 들고 미리 나가 있었다.
빈 장바구니를 들고 돌아온 아이,
상쾌하고 화창한 날씨에 기분이 좋아 보인다.
페트병 주고 돈을 많이 받았나?
들고 있던 나머지 장바구니를 들고
다시 나인봇을 타고 간다.
처음에 작은아이에게 가보 자할 때 안 가면 어쩌나 했는데 선뜻 가주었다.
그다음부터 아이 혼자 갔는데,
어느 날에는 정문 앞에 수거차량이 없어 보안에게 물었더니
서문 앞으로 가보라 해서 서문 앞까지 다녀왔다.
걸어가면 한참인 거리인데 나인봇이 유용했다.
페트병을 이만큼 모으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나의 취지는 분리수거를 해서 재활용자원을 모을 수 있고,
조금이지만 수익도 생긴다는 경제교육이었는데,
정말 얼마 안돼서 이 번거로운 일을 하지 말까 했다.
대신 아이는 1元짜리 현금들을 받아와 뿌듯해하고,
(그 돈은 실은 아이가 과자 한번 사 먹을 돈도 안된다)
생수병 꾸러미를 들고나가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는데,
흔쾌히 다녀오는 15살 청소년이 나는 기특하고 고마웠다.
그래서 수거 후 받아온 현금만큼 내가 더 주었다.
지난주 파란 하늘 아래 다녀온 날은
돈을 주머니에 넣고
나인봇을 타고 쌩 달려오다
돈이 바람에 날려갔다보다.
받은 돈이 없어졌다고 시무룩하게
왔던 길을 다시 한번 다녀온 아이에게
나는 2배의 돈을 주었다.
시간을 들여 다녀온 너의 노력이 더 값지다 하면서..
북경에 있을 때 한국에 통신 정지요금, 보험과 경조사비로
자동이체 외에도 이체할 일이 있어 월초에 미리 해두었다.
어느 날 이체하러 모바일뱅킹에 들어갔는데, 인증서가 없었다.
며칠 전 핸드폰에 사진을 정리하며
다운로드한 파일들을 한꺼번에 삭제했는데
그때 모바일뱅킹 인증서도 같이 삭제했나 보다.
주로 사용하는 은행 두 곳의 공동 인증서,
증권계좌 인증서까지 하나도 없었다.
순간 어떻게 해야 되나 눈앞이 캄캄해졌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우리나라의 은행절차..
숨을 가다듬고 인증서 발급을 해보았다.
처음이 아니라 다시 받는 것이고,
핸드폰 문자인증이 문제였는데,
출국 사실을 확인하니 다행히 OTP로 인증이 되었다.
한 군데는 중국집에서 사용하는 070 전화번호를 등록해놓아 그 번호로 인증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삭제된 인증서를 겨우 다시 발급받았다.
아이들한테는 경제 교육한다고 하면서, 실상은 내가 허당 구멍 경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