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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담 Nov 14. 2023

건축물 속 시간성

16호_건축과 시간_특별잡담

건축을 배우면서 시간성을 담은 건축물이 있다는 것을 스치듯이 들었다. 나는 이에 대해 배운 것도 없고, 검색을 통해서도 명료한 대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저 어렴풋이 느껴지고 상상한 것만 있을 뿐이었다. 내가 느끼고 상상한 ‘건축물 속 시간성’은 시간에 따라 변하는 공간들, 공간 속에서 느끼는 시간이다. 이러한 나의 추상적인 심상들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공유해보자 한다.


내가 생각한 ‘시간에 따라 변하는 공간’은 동선에 관한 것이다. 건축물 속에는 그것을 경험할 수 있는 동선이 있다. 물론 특정한 동선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건축물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동선’은 건축가가 의도한, 관찰자가 걸어가며 건축물을 체험하도록 만든 동선이다.



이러한 동선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축물 중 하나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가 설계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그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속 계단 없는 나선형 구조의 동선을 이용해 관람객들이 모든 작품과 건축 공간들을 거쳐갈 수 있게 했다. 건축물 속에서 시간에 따라 변하는 공간을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면 동선을 유도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건축물 속 시간성이라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동선을 유도하는 것은 사람들의 이동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동선을 통해 경험하는 공간은 연속적이다.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시간의 특성이고, 연속성 또한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공통점이 많은 둘은 어느 정도 같은 선상에 있다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공간 속에서 변화를 통해 시간을 느낄 수 있다. 저무는 해나 저녁 공기의 냄새가 들지 않는 공간이라도, 그 안에서 건축물을 통해 무엇인가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시간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를 잘 느끼게 해주는 건축물은 제주에 있는 이타미 준의 수풍석 뮤지엄이다. 이타미 준의 수풍석 뮤지엄은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담아낸 건축물이다. 수풍석 뮤지엄은 수, 풍, 석으로 공간이 나뉘어 있고 각각의 공간은 관람객이 각각 물, 바람, 돌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다.



석 박물관은 완공 당시 모습과 비교해 외부의 질감과 색이 달라졌다. 제주도의 비와 바람으로 건물 외부가 부식됐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박물관이 사라지며 서서히 땅속으로 돌아가는 것이 석 박물관의 변화를 보여주고자 하는 건축가의 의도였다.



풍 박물관은 나무판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판자벽 사이로 바람의 소리를 듣고 느낄 수 있다. 안쪽에서 볼 땐 벽이 직선처럼 보이는 풍 박물관의 한쪽 벽면은 실제로 바깥쪽으로 휘어져 있다. 이것 또한 바람 소리를 더 잘 들리게 하기 위한 건축가의 의도였다.



전체적으로 둥근 외관을 가진 수 박물관의 중앙에는 사각형 모양 호수가 있다. 수 박물관의 천장에 구멍이 뚫려 있어 물에 비친 하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서 관람객들은 자연의 변화와 시간을 느낄 수 있다.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을 건축물 속 시간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번에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연 속에서 자연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느끼며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해가 뜨고 지는 것, 달의 모양이 바뀌는 것, 풍향이 바뀌는 것, 식물의 모습이 변하는 것을 보며 시간이 지났음을 실감한다. 이러한 자연의 변화를 느끼도록 설계하는 것은 건축물 속에서 ‘시간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축물 속 시간성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찾아내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나는 앞에서 예시로 든 건축물 중 무엇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 마치 내가 그 건축물 속에 있는 것처럼 상상하며 장면을 그려야 했는데, 적절하게 그려냈는지는 모르겠다.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면 더 생생하고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있다. 상상뿐이었지만, 나 스스로 건축물 속 시간성에 대해 생각해보고 정의 내려 보는 이 과정이 흥미로웠다. 기회가 된다면 이 건축물들을 직접 방문해 이 글이 내가 느낀 ‘건축물 속 시간성’을 잘 표현했는지를 느껴 보고 싶다.



참고문헌

김현정, 정가희. (2020, January 06). 중앙일보.


도판목록

사진제공 - 1,2 | 프로잡담러 Z 

사진출처 - 3 | 중앙일보 (www.joongang.co.kr)

사진출처 - 4,5 | Woodplanet (www.woodplanet.co.kr)



  


게재 : Vol.16 건축과 시간, 2021년 가을

작성 : 프로잡담러 L | 조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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