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맞다.
돌이켜보면 그랬다.
매번 꽤 감동이 오래가는 편이였다.
그 감동이 좋아서 기억을 꺼내는 것도 조심스럽게 아껴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에 꺼내들었다.
그러다 내가 꺼내지도 않았을 때 그때의 노래가 그때의 향기가 그때의 바람이 지나가면
꼭 선물받은것 같은 표정을 짓곤 했다.
오늘 아침, 산책을 나가려고 운동화를 고쳐신고 현관문에 발걸음을 디뎠을때
잊고있었던 가을의 바람이 내 온 몸을 감싸 안았다.
맞아, 나 가을을 좋아하지 참.
삼계절 내내 잊고있던 나의 취향을 알게해주는 바람 선물을 받았을 때
나는 매년 나의 보석같았던 가을을 떠올렸다.
카키색 코트에 허리띠를 꽉 조여 묶은 엄마가 사부지사부적 낙엽을 밟고 걸을때
누군가 내 옆에서 '엄마는 낙엽밟는 소리를 좋아하시나 봐.' 라고 속삭였던 그 날.
일곱살 꼬마의 눈에 담긴 30대의 엄마의 뒷 모습.
아무도 못 올것 같았던 나의 운동회 날. 모든 친척들이 돗자리와 도시락을 들고 찾아와 주었던 그 가을 아침.
1등을 하고싶어서가 아니라 그 날의 공기를 더 많이 마시고싶어서 힘차게 뜀박질했던 그 날.
그 사람과의 첫 만남.
예쁘고 높은 하늘을 엄마와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나의 꼬맹이의 목소리까지.
그 모든 울긋불긋한 것들이 내 마음을 휘젖는다.
나의 영원의 가을들이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