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 왔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원고를 쓰려고 아빠 책상에 앉았는데 컴퓨터 본체 위 탁상 달력이 눈에 띄었다. 2023년 달력이다. 작은 칸에 그날의 일정이나 상황을 적어두신 것 같다. 스마트폰 배경 화면을 보니 오늘은 8월 10일 토요일. 작년 8월 10일은 목요일. 작년 8월 10일에 아빠는 태풍이 와서 집에서 휴식을 취하셨고, 난 강의 PPT를 준비했다. 같은 날, 다른 기록, 아빠의 기록, 나의 기록. 아빠의 기록에서 나의 시간을 보고, 나의 기록에서 아빠의 시간을 보는 묘한 경험 덕분에 아침부터 행복했다.
아빠는 오늘 달력에 어떤 기록을 남기실까? '사랑하는 며느리 다녀감'이라고 써주셨으면 좋겠다. 나도 '사랑하는 부모님 뵙고 온 날'이라고 써야지. 아들보다 나를 아껴주시는 두 분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