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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친구리니 Aug 01. 2022

계획을 세우는 건 손해가 아니다

프로작심삼일러에게 계획이란






 세상에나. 새 달의 첫날이 월요일이다. 뭐든 다시 새로 시작하기 좋은 날. 나 같은 프로작심삼일러에게는 이런 날짜가 주는 의미가 크다. 지난날의 나는 잊고,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미라클 모닝, 독서, 글쓰기, 공부 등 내가 지난달에 지독하게 실천하지 못한 일들도 어찌 8월 1일 오늘부터는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이 생긴다.



 매해, 매월, 매주 다짐하지만 해내지 못했던 일들을 새해 1 1, 매월 1일이 월요일인 오늘 같은 날은 해낼 것만 같은 게 아니라 진짜로 해내기도 한다. 평소라면  시간에 잠들어야  내가 3:45분에 눈을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1일의 힘은 실로 이토록 놀랍다.



 기록 계정을 운영하면서 많은 분들이 나를 계획한 걸 어떻게든 해내는 그런 사람으로 보고 계신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정말 진심으로 프로 작심삼일러다. (거짓말 요만큼도 보태지 않고 프로다) 기록에 관해서만, 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만 열과 성을 다할 뿐 그 외 분야는 아주 가끔씩 그분이 오신 것처럼 마음에 뭐가 확 꽂힐 때만 열심히 한다. (남편을 증인으로 요청합니다. 허허)



 나에게 계획이란 일종의 다짐이다. 작심삼일을 어떻게든 이어가고 싶은 절절한 나의 다짐. 늘 실패하고, 늘 실천하지 못하는 일이어도 일단 기록하고 본다. 올해 조금 더 달라진 것이 있다면 왜 그 일들을 실천하지 못하는지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는 것 정도다.



 5월에 블로그 작가에 합격하고 한동안 열심히 글을 쓰다가 7월에는 글을 멈췄다. 매주 '브런치에 글 발행하기'를 계획했지만 7월 한 달 내내 결국 한 번도 글을 쓰지 못했다. 과거의 나라면 플래너에 기록된 지키지 못한 계획이 나를 쫓아다니는 것만 같아서 아예 플래너에 '브런치에 글 발행하기'라는 항목 자체를 기록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이제는 '왜'를 생각한다. '왜 내가 그 계획을 실천하지 못했는가'에 대해 계획 세우는 것만큼이나 치열하게 생각한다. (치열하게라고 쓰고, 그렇다고 믿고 싶다)









"왜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했을까?



 6월에 나는 '불렛저널 입문 가이드'라는 전자책을 썼다. 총 63페이지의 짧은 책이지만, 쓰는 내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자'주의인 나는 이 책이 누군가에게 전해졌을 때 '돈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고 싶었고,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와 응원의 마음을 어떻게든 찐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만만하게 보고 시작한 전자책이 실로 만만하지 않은 일이라는 걸 깨닫고 나니 그 무게감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스터디 카페에 가서 밤을 새우기도 했고 전자책 초안을 출력해 빨간 색연필을 들고 보고 또 보고, 수정도 여러 번을 거듭했다. 그렇게 7월 초에 전자책 출간 승인이 났고 기대 이상으로 판매도 됐지만 나는 한동안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글과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다방면에 프로 작심삼일러인 사람이 한 가지 프로젝트에 무섭게 집중했을 때의 여파다.



 전자책을 쓰고 난 뒤 한동안 책도 읽지 않고 글도 쓰지 않는 나를 보면서 나라는 사람을 더 잘 알게 되었다. 나는 무언가에 제대로 집중하고 나면 반드시 휴식이 필요한 사람이었던 거다. 집중의 정도나, 결과물의 완성도를 떠나서 내가 얼마나 진심으로 그 일에 임했는지는 쉬고 싶은 정도에 따라 파악할 수 있다. 작고 소소한 다짐에 집중했을 땐 3, 4일 정도 쉬면 다시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하지만 제대로 잘하고 싶은 일에 집중했을 땐 정말이지 한동안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7월은 나에게 휴식이 필요한 달이었던 거다.









 

 물론 이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매일 남겨둔 내 기록 덕분이다. 귀찮아도 어떻게든 남겨둔 기록들이 '너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을 걸어온다. 계획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니 가장 좋은 점은 계획을 지키지 못했어도, 지키지 못한 계획을 여러 번 적어도 더 이상 지키지 못한 나에 대한 죄책감은 들지 않는다는 거다. 못 지킨 계획은 이유를 돌아보고 수정하면 되고, 지키지 못한 계획을 여러 번 적는다는 건 실천하고 싶은 나의 절절한 다짐이라 생각하면 그뿐이다.



 못 지킬 계획은 애초에 세우지 않는 게 답이 아니라 그 계획을 세우고 싶은 진짜 이유와, 지키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게 답이다. 못 지킬 계획을 여러 번 적다 보니 어떤 날은 진짜 지킨 계획이 되기도 하고, 지키지 못한 이유를 생각하다 보니 나를 이해하고 아끼는 마음을 덤으로 얻었다. 그러니 계획을 세우고 할 일을 적는 건 지키지 못해도 절대로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다. 종이와 펜 말고는 필요한 게 아무것도 없으니 돈도 들지 않는다. 하루 중 잠시 짬을 내어 생각하고 기록하는 시간만 있으면 된다.



 이번 주도 나는 계획을 세운다.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보다 지키고 싶은 이유와 계획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내 모습을 상상한다. 아마 이게 꾸준한 기록을 이어가게 하는 동력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오늘은 8월 1일 월요일이 아닌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기대하기 딱 좋은 날.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가득한 "8월 1일 월요일!" 








기록 친구 리니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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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로 살아가는 기록법, 불렛저널 입문가이드 전자책

https://class101.net/products/pefkhbckOoC9N439rrB4

https://kmong.com/gig/39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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