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리

그래도 괜찮은가.

by 만년필

사진을 찍곤 아차 싶었다. 곧바로 나 자신과의 상담이 이어졌다.


사진이 마음에 안 드나? 그렇지 않다.


편집하기 어려워서인가? 어렵지 않다.


사진을 지울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


그럼 뭐가 문제냐


이 사진은 사랑받을 수 없는 사진이다.

KakaoTalk_20250816_180732343.jpg ending on the b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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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한 장 주워 담았다. 마침 태양이 구름에 가린 즈음에 창문 선팅이 붉은색이었고, 카메라도 없는 와중에 순간적인 느낌을 받았다. 요즘 핸드폰은 기특하게도 전원 버튼을 두 번 누르면 카메라가 나온다. 버스가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창문에 팔을 딱 붙인 채로, 초점이 맞는 그 한순간에 셔터를 눌렀다.

찰나의 순간에 쾌감이 느껴졌다. 찍자마자 어떻게 편집해야 예쁠지 그림이 다 그려졌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사진이 완성된 그 순간, 아차 싶었다. 내 팔로워들이 이 사진을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내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처음 입문한 시절부터 축적된 선명하고 예쁜 사진 위주로 저장되어 있다. 당연히 내 팔로워들도 내 예전 스타일을 좋아하고, 그런 사진을 찍는다. 나는 나의 입장에서 가장 완성적인 미학을 찾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나는 변질자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교집합의 영역에서 사진을 찍었기에 반응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내 팔로워 중에 이런 사진을 찍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내가 팔로잉한 사람 중에서도 없다. 그래서 이 사진은 사랑받지 못한다.


그럼 새롭게 편집하면 어떤가. 굳이 이렇게 편집할 필요 없지 않나. 그런데 내 마음이 주저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받을 관심 때문에 이 사진의 탄생 비화를 어그러야 하는가? 내가 찍을 당시에 느낀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그건 사진작가가 아니라 사진 편집가다. 적어도 나는 그런 모토로 사진을 찍어왔다. 내가 내 자신을 한 번 변절하면, 앞으로 그러기는 더 쉬울 것이다. 그럼 사진에 대한 애정도 흥미도 사라지고, 인공지능에 편집을 위탁하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삶에 관심 좀 더 받는다고 달라질 것이 있을까.


글을 쓰면서 한 번 더 느꼈다. 역시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더 낫다. 그러면서도 옆에 앉은 소크라테스에게 묻고 싶다. 정말 배가 고파도 괜찮습니까?

이 사진을 업로드하고, 역시 팔로워들의 관심이나 호평을 얻지 못했다. 대신 내가 추구하는 사진을 잃지 않았지만, 여전히 고민은 남아 있다.

팔로워가 도로 0명이 되어도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겠다는 결심의 뒷편에, 정말로 팔로워가 0명이 된 이후에도 괜찮은 내가 있을까. 나는 정말 이래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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