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 계획 전 주의 사항
물고기는 참 매력적인 반려동물이다. 벽 한켠에 아름답게 꾸며진 거대한 어항부터 책상 위의 조그만 물통까지, 집안 한 곳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물고기들. 그러한 물고기가 하늘하늘 날아다니는 듯, 밥 달라고 애교 부리는 모습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욕심이 생긴다. 여유롭게 물멍하며 눈을 마주치고 교감하는 평화로운 순간의 아름다움은 강아지와 고양이와는 다른 종류의 즐거움이 되어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물고기를 키우는 일은 어렵다. 다른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과는 별개의 문제다. 초보자들은 작고 반짝이는 물고기를 보며 '물 붓고 물고기만 넣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렇게 데려온 물고기가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 모습을 보며 '물고기 다시는 키우지 않겠다.'라고 결심하곤 한다. 그러곤 다시 작고 반짝이는 물고기를 만나게 된다.
애니멀 호더를 벗어나기 위한 가장 첫걸음은 '우리와는 다른 공기, 물을 들이켜는 생명이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다. 우리와 다른 곳에 살기 때문에 더 잘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돌아다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맞다 아니다의 논쟁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부정확한 정보로 애어(愛魚)를 잃고 나면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외로운 곳에서 죽은 물고기의 장례를 치러야 할 뿐이다.
이번 브런치북 '비늘 아래의 진실'은 이러한 정보의 부적절함을 바로잡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만이라도 바람직한 물생활을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재하게 되었다. 이 순간만은 어항 초보자님들의 선배로서 안전하고 행복한 물생활을 설계, 시작, 지속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내 입장이 아닌, 물고기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 보이는 것'과 '실제로 그러한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기 전에는 물고기의 마음을 읽기가 쉽지 않다. 모든 초보자가 거치는 과정이자, 물고기가 가장 힘들어하는 순간이다.
그래도 방법은 있다. 모든 물고기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원칙을 기억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오해가 '밥을 달라고 하는데, 배가 고픈 모양이다.'이다.
(밥을 쉽게 주면 안 되는 이유와 원리는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고, 지금은 원칙에 대해서만 언급하겠다.)
1. 밥을 주면 어항이 오염된다. 2. 물고기는 사람보다 훨씬 긴 시간을 굶을 수 있고, 문제도 덜 생긴다. 3. 어떤 물고기는 과식으로 죽을 수도 있다.
이 세 가지 원칙을 기억하면 급여에 대한 기준이 생긴다. '언제 이 물고기가 정말 배고파하는지'를 알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먹어야 만족하는지'도 알 수 있다. 이는 물고기의 종 차이와 개인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급여 원칙 또한 존재한다.
1. 밥은 하루에 3번 내로 급여한다. 2. 3~5분 안에 다 먹을 수 있는 양으로 급여한다. 3. 아픈 물고기는 급여를 줄인다. 등등, 이번 브런치북에서 다룰 내용이니 당장 전부 외우기보다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외에도 다양한 오해들이 있고, 이번 연재 기간 동안 해소하고자 한다.
어항은 단순히 물고기가 사는 곳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들어가는 곳이다.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어항이 터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오른쪽은 2m 어항의 무게가 승용차 3대가 수직으로 쌓인 무게라는 점을 설명하는 합성 사진. 해당 사건의 결론은 '집 바닥이 기울어진 것을 조치하지 않은' 것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어항의 크기를 초보자 기준으로 쉽게 구분하면 30cm, 45cm, 60cm로 쉽게 구분하는데, 30x30x30cm 크기의 30큐브 어항의 물 무게가 27kg이다. 45x45x45cm 크기의 45큐브 어항은 물 무게만 90kg이다. 일단 물이 들어가면 사람의 힘으로 들 수 없는 무게다. 만약 이 무거운 어항을 책상에 올린다면, 책상이 휘어져 어항이 터지거나 무너질 수 있다. 어항이 무너지거나 터지면 유리 파편을 줍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쏟아진 물과 물고기로 집은 난장판이 되고, 아랫집으로 새면 피해 보상도 해야 한다. 그러니 초보자는 작은 어항으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작은 어항은 강한 충격을 주지 않고서야 웬만하면 터지는 일이 없고, 한 방울씩 물이 새기 시작하므로 조기에 발견하면 비교적 간단히 해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큰 어항은 전문 업체가 맡아서 설치해야 할 정도이고, 작은 어항이라도 자리에 어떻게 놓여 있는지를 확인하고 꾸준히 관심 가져주어야 한다. 실리콘의 벌어진 틈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구멍이 점점 커져 수도꼭지가 될 수도 있다.
어항을 안전하게 설치했고, 주기적으로 물 새는 곳이 없는지 관심만 가져준다면 안전한 물생활을 즐길 수 있다. 뭐든 처음 배우는 것이 어렵지, 익숙해지면 어항 설치 정도는 대사건이 아니게 된다.
때로 어마어마한 번식력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초보자 레벨에서 구피와 새우의 경우가 그렇다. 작은 어항으로 시작한 구피는 환경만 맞으면 치어를 낳는다. 치어도 자라서 치어를 낳고, 몇 세대가 반복되면 어항이 가득 차서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좁아진다. 요즘은 인터넷이 잘 되어서 판매와 분양이 쉽게 이루어지지만, 그러함에도 언제 팔리거나 분양될지 모르는 물고기를 데리고 있는 것도 스트레스가 된다. 구피천 같은 곳에 방류하기도 하지만, 엄연히 불법이다.
아직 치어 구피도 예뻐 보이거나, 모르는 사람에게 분양하는 행위가 주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느끼는 엄격한 사람들은 어항을 새로 들이곤 한다. 하지만 구피는 몇 달 사이에 새로운 어항도 가득 채워서 그 생각이 틀렸음을 아주 쉽고 빠르게 증명한다.
때문에 어항을 설계하기 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해당 어종의 번식력과 성장력 및 요구 크기와 수용량'이다. 판매처나 분양처를 어항이 가득 차기 전에 마련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카페와 전국 각지의 물방(수족관) 사장님들이 있으니 상황에 맞게 고려해 보자.
어항을 저예산으로 설계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이 '여과기 없이 사육할 수 있나요?'인데, 대부분의 물고기는 여과가 필요하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질과 여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원칙만 이해하고 원리는 나중에 다루자.
1. 물은 여과하지 않으면 고여서 썩는다. 2. 여과하지 않을 거라면 환수(물 갈아주기)를 그만큼 해줘야 한다. 3. 여과가 환수보다 정신에 이롭다.
사람들이 가장 현혹되는 것 또한 '기포기와 측면 여과기'인데, 이 둘은 여과 능력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그리고 환수도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 행복한 물생활에 노동력을 바치는 일에 자신이 있다면 그래도 된다.
몇몇 어종의 경우에 여과가 사실상 불가능하기도 하다. 특히 금붕어는 여과력보다 오염력이 훨씬 높은 물고기로, 우리가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넓은 어항과 많은 물을 요구한다. 이것이 우리가 시장에서 데려온 금붕어가 일찍 죽는 이유다. 소비자 경향이 금붕어에 관심을 갖고, 금붕어를 키우는 방법에는 관심이 덜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품종 금붕어인 '토좌금(토사킨)'을 사육하는데, 매일 20L의 환수통을 들고 어항까지 날랐다. 지금은 경험이 쌓여서 그보단 덜하지만 무거움은 여전하다.
그러므로 수질에 있어서는 타협이 불가능하다. 대신 다양한 어항 모델과 설계도가 있으니 입맛에 맞게 고르면 된다.
필자는 물고기를 외계인이라고 생각하고 키운다. 그래야 정보를 먼저 배우는 겸손함이 생기고,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고, 사육 환경에 대해 자만하지 않게 된다.
다른 의미에서, 물고기는 종마다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므로 목표 어종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물고기 구매와 어항 설계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수산양식기사 자격증 시험 범위에서, 물고기 사육자의 태도와 신념에 대한 '레비의 교훈'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Work, Inspection, Dedication, Experience. : 열심히, 항상 관찰하고, 정성을 다해, 경험을 쌓는 것이다.
물고기는 바람직한 태도 없이 사육하기 어려운 반려동물이다. 어항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이고, 죽음을 책임질 수 있는 각오가 필요하다.
첫 주 차 글의 작성을 마무리하면서, 물생활의 묘미에 대해 간략하게 말하고 싶다.
물생활은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다양하고 어려운 도전 과제에 놓여 있지만
그것들을 충분히 이겨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취미다.
키우는 물고기들은 하나의 취미를 넘어서, 매일 관심 주는 친구가 되어 있었고
집 밖에서 물고기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야, 사람들이 물생활에 왜 미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엔 어려웠지만 사육하는 과정에서 몸소 체득이 되면, 돌아보면 별일 아닌 과정들
그 과정 속에 행복한 물생활을 찾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물보다 깊은 마음으로 물고기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 중인지 텔레파시처럼 와닿을 때가 되면
이들은 물고기를 넘어, 인생에 다가온 소중한 손님이 되어준다.
20주 차까지 긴 여정이겠으나. 가진 것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람이 되리라 믿으면서.
다음 시간 '작은 바다를 들이기 전에 - 어항 설계와 중복투자 예방'으로 찾아뵙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