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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혁 Feb 19. 2022

나혼자 제주 여행 EP9

생각 정리

우도에서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도착한 성산포. 그리고 노을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지을 곳으로 이동해 본다. 사실 이때까지는 몰랐다. 마지막 제주에서 즐기는 제주 트래킹. 너무 아쉬움이 극에 달해서 우도에서의 하루가 계속 머릿속에 각인되었거든.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사람이 아쉬울 때 떠나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고상하게 느끼지 않을 정도로 본능적인 생각이라는걸.


성산포에서 터진 노을로 정신 해장을 하면서 일몰 장관으로 유명한 카페로 이동해 본다.

마지막 제주도 일정임을 인지한 나는 사람들이 자주 간다는 그 핫플 카페로 터벅터벅 거닐어보았다.


보라색 데이지 꽃. 잘 있어라. 세상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면 너도 그 이상으로 더 아름답게 느껴지겠지.


그리고 한편으로 사람들의 체취가 묻어나지 않은 그러한 자연스러움으로 간직하길 빌면서 내년에 다시 이 자리에 올 때도 영원히 그 모습 유지하길 바란다.


오후 5시 30분에 보는 저 달은 참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


벌써부터 아쉬움에 취해 내 발걸음을 잠시나마 느릿느릿하게 움직여 본다. 너무 성급할 필요 없잖아. 정말 아쉬워서 그랬어.


잘 있어. 성산일출봉.

나중에는 정말 일출 보러 올라갈게.

한라산에 만취한 어제의 나를 기억하노라면 너 또한 이해해 주지 않겠니.



역시나 너 계속 보이네. 신기하다. 앞으로 우리 인생에 대해 논하자면 이 꽃으로 하여금 더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비유하고자 한다.


내가 데이지 꽃을 이곳에 와서 좋아하게 된 계기는 둘레길, 올레길을 갈 때마다 이 돌담길, 그리고 자연적인 황톳길에 고스란히 보이는 이 이국적인 정취 때문이야.


그리고 인위적이지 않는 순수한 본능의 마음을 담은 그 그릇이 크게 다가오더라.


도착했다.

벌써 날씨가 어두워져서 뭐 핫플사진이고 뭐고 찍을 수 없었어.

그냥 포스팅하면서 핸드폰 충전하면서 일기 작성해 보았지.


대부분 사람들이 여기 노트북 들고 와서 작업하시더라.


다들 아쉬워서 그렇게 마무리 지으시려는 걸까.

아니면 아쉽지 않으려고 애쓰시려는 건지.


나와 같은 마음에 뭔가 울컥했는데.

그런 분들 표정 보니 씁쓸하기 매한가지더라.


오후 6시 이후 성산과 오르다 카페


집 가기 싫어.

그냥 여기 근처에서 하룻밤 더 연장하고 싶다. 그렇게 2시간 동안 멍하니 포스팅하면서 마지막 아쉬움을 다른 사람들의 홀로 제주 일기를 보면서 대리만족 겸, 서로 소통하면서 어떤 점이 좋았고, 다소 아쉬웠는지 잠깐 공유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어. 


그분들 홀로 여행 보니까 나처럼 수수하고 순수하게, 그리고 의도치 않게 그냥 놀러 오신 분들 많았어. 특히 퇴사를 앞두고 여행 오신 분들과 연차 내시고 마지막 연말을 의미 있게 보내시려는 분들, 혹은 나처럼 홀로 여행을 온전히 좋아하시는 분들까지. 이분들의 포스팅을 보면서 사람 마음 정말 변함없고 그래서 더 다양함에 있어서 새로운 느낀 점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


아까 노을 질 때 사진 찍어달라고 하셨던 감귤 모자 2명.

감귤 소주는 봤어도 모자는 난생처음 보더라.


앙큼한 모자 때문에 진짜 차라리 내가 도민이 돼보는 건 어떨까 스스로 생각도 해 봄.


음, 그건 사실 너무 극단적이라서 나중에 차근차근 생각해 봐야겠어.


잘 있어. 천국의 계단.

아까 저 위에서 사진 못 찍은 게 참 한이 되지만 잠시나마 이 근처를 배회하고 너를 찍을 수 있었다는 점에 만족하련다. 나중에는 여자친구랑 같이 올 거야. 그러니까 그냥 거기에 제발 머물러주길 바란다.


내 인생 최초 굴국밥과 오조삼촌


오조삼촌

일본 이자카야처럼 혼자 술 마시면서 서로 간의 이야기를 노곤 조곤 풀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할게. 사람들이 산다는 그 증거. 사케 한 잔과 청하, 이 부드러운 술을 통해 제주도의 푸른 밤을 보면서 함께 미래를 긍정적으로 만들어가는 방법.


너무 소소하지만 아프지 않게 자신들의 생각의 관념을 널리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그 조용한 분위기와 환경. 너무나 그리울 거야. 육지에서는 보기 힘들어서 그래. 당분간 제주 앓이는 정말 미칠 듯이 할 것 같아.


-


저녁 식사를 하러 인근 굴국밥집에 갔다.

굴 국밥은 처음인데 술을 마시지 않아도 속이 꽤 쓰렸던 이유는 다음날 비행기 타고 육지로 가기 때문이야. 덕분에 아무 생각 없이 허겁지겁 먹었던 것 같다.


아 그리고 당시에 제주도 지진 관련하여 방송이 나오더라고.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듯이 제주 도민들은 그냥 제 갈 길을 가시거나 잠깐 흘낏 보시고 이동하셨어. 그래도 걱정이 많았을 분들께 조금이나마 관심을 드리고 그분들이 나에게도 관심을 주셔서 좀 행복했어. 다행이다. 행복해서.


거기에 계신 분들 너무 행복해 보인다. 다들 성산 연박이시겠지? 지나가면서 활짝 웃으시면서 소주 한잔 짠 하고 수줍어하시던 분과, 자자 마셔 이렇게 복창하시면서 주도하셨던 모습이 상기되었던 풍경에 좀 그립더라. 성산은 정말 나중에 다시 와야겠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말씀드리면 한라 토닉 적당히 드세요. 거기 계신 분들. 다음날 진짜 성산일출봉 보러 못 간다 :D




용문마을 도착 (제주시내)


이 근처에서 10분 더 가면 내가 예약한 제주도 마지막 게스트하우스가 보여. 도착한 시간대와 함께 공항 근처라서 그런지 굉장히 조용한 마을이야. 인근 조금만 나가면 용두암을 볼 수 있는데 늦은 시간이니까 구경할 틈새도 없이 일단 게스트하우스로 이동했다.


거리가 꽤 가까워서 여기로 선택했어. 제주공항까지 버스 타면 대략 10분. 택시 타면 5분 컷. 내일 아침 10시 비행기라서 사실 일찍 일어나서 공항까지 걸어가 보려고 했거든. 그리고 조용한 민박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라 막 파티처럼 왁자지껄 놀지 않는다고 함. 그래서 바로 선택했지. 이날은 정말 조용히 쉬면서 하룻밤을 맞이하고 싶었어.


진짜 민박 감성이더라. 그래서 이때부터는 솔직히 기분 좋아졌어. 아까 너무 아쉬워서 버스 1시간 내내 그동안 제주도에서 찍었던 사진들만 봤거든.


뭔가 의도하지 않는 그 느낌과 순수함에 아 진짜 여기는 편하게 자도 되겠다고 생각했고, 무슨 게하 스태프로 빙의 되었던 그날의 나. 너무 편한 자세와 매칭되는 이 민박 감성이 한 번 더 마음의 심금을 울리게 하더라. 이렇게 사진 찍고 있는데 갑자기 사장님이 나한테 물어보시는거야.


-


"언제까지 제주도에 계실건가요?" 라는 질문에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어.

그러니까 지금 다들 재미있게 놀고 있으니까 연박을 하셔도 된다.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내일 간다는 아쉬움만 뒤로한 채,


"아뇨 내일 갑니다. 그냥 저 쉴게요."라고 하면 좀 그렇잖아.

그래서 그냥 나 몰라라 하고 사장님께 한 번 더 질문했지.


"오늘 몇 명 있나요?"


사장님 曰 "5~6명 있네요. 방역 패스 먼저 찍으세요."


"네... 참여할게요."


솔직히 아쉽잖아.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마지막 하루는 피곤해도 이왕 재미있게 놀고자 했다.

나 문 딱 열고 들어갔는데 다들 2초간 정적이었다가

"들어와!" "들어와!" "마셔라!" "마셔라!" 이 분위기더라.


순간 학교 MT 온 줄 알았어.

그래서 예전 학교에서 과대였던 나는 그 마음 초심을 잡은 채

무의식적으로 자리에 딱 착석하여 어느 게스트의 한라산+테라 조합 1:1을 마셔버렸지.

갑자기 속이 쓰라렸어. 내가 그래서 물어봤어.


"아니 이 분위기 뭐예요?"


다들 일심동체 "뭐긴 뭐예요 일단 아이엠 그라운드부터 합시다."


..?


뭔 이상한 조합이야 이건. 나도 몰랐다. 다 여기 게하 직원인 줄. 오른쪽은 당연히 사장님이시고.


여기 여성분은 진짜 처음에 직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5일 연박했던 여성 게스트. 혼자 오셨다고 하고 나이는 무려 나보다 7살이나 어리셨다.


계속 나보고 '성훈'이라고 했어. 그러니까 나 말고도 여기 계신 분들 다 가명을 쓰시더라. 왜냐하면 나중에 술 취하고 일어났을 때 이름 기억나지 않는 방법. 다들 그냥 집에 갈 때 각인되지 않는 방법.


그리고 또 다른 남성분은 다른 게하 스태프인데 놀러 왔다고 하더라. 고려대생이었다.


이제 3학년인데 조금 기분 전환 겸 제주도에서 1달 살기 중이라고 한다. 그럼 휴학인건가? 대박이다. 이런 용기를 왜 난 그때 상상도 못했을까.


그러나 지금 나 또한 아홉수 넘어서 여행 혼자 온 것 또한 하나의 대단한 용기와 능력 아닐까 한다.


나 나이 공개할 때 다들 비하하는 분위기. 너무한 거 아니냐.



그러더니 앞으로 뭐 해 먹고 살 거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게스트들이었어.


"그냥 살면 되죠. 긍정적으로."


이 말 한마디 하니까 다들 우우우~ 그러더라.


너무 꼰머같다고.

그때 여기 계셨던 게스트분들 장난 아니야.


그래서 2일~3일 더 연장하셨다고 하더라.


나머지 게스트분들 이야기 들어보니까 대부분 여성분들, 대학생이면서 취준생이신 분들도 있고 더 대박인 건 나처럼 혼자 오셨다고 했고, 그런 깡 얻기 힘들 텐데 뭔가 어린 분들에게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어 갔다.


그리고 뭔가 풋풋한 감성과 그 느낌. 남들이 눈치 보면서 하지 못하는 그러한 암묵적인 벽을 뚫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한몫했지. 정말 먹자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말이야.


사실 제주 시내에서 하룻밤 묵고 가기 참 잘한 곳이라고 생각했어.

조용한 분위기도 좋지만 무엇보다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해 줄 마지막 게하였기에 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다가왔던 거지. 그리고 너무 피곤한 나머지 나는 바로 침대에 뻗어버렸다.


<아래 클릭하시면 마지막 제주 일지로 이어집니다.>

10화 나혼자 제주 여행 FINAL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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