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의 변천사
아이의 첫 번째 집착은 물고기, 바다생물이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좋아했던 바다탐험대 옥토넛. 그 후 중간중간 로보카폴리, 고고다이노, 헬로 카봇, 레인보우 루비, 슈퍼윙즈, 모아나 등 자잘한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였지만 너무 좋아 제일 좋아를 외치진 않고 자잘하게 흘러갔다. 그래도 유아기에 가장 많이 본 것 탑 4를 꼽자면 말할 필요도 없는 옥토넛과 니모를 찾아서 1,2, 모아나와 토토로였다. 이 시기가 지나며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포켓몬의 띠부실과 칩으로 하는 포켓몬 가오레라는 게임이 유행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포켓몬에 빠져들었다. 띠부실이 갖고 싶어서 나와 빵을 사러 다녔고, 어디선가 포켓몬과 콜라보한 옷이 보이면 그 옷도 사서 입어야 했고, 그동안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을 당근에 팔고 그 돈으로 포켓몬 카드를 구입하고, 딱지를 구입했다.
1학년때 친구들과 놀이터를 가면 포켓몬 카드와 딱지를 가지고 노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고, 포켓몬 도감책을 사서 어릴 적 물고기책이 걸레짝이 될 때까지 읽듯이 읽고 또 읽어 도감이 너덜너덜해지고 묻기만 해도 포켓몬에 대한 정보가 입에서 줄줄 나왔다. 어마무시한 포켓몬 사랑은 딱 2학년 말미에 갑자기 뚝. 끝나버리고는 포켓몬 옷도, 장난감들도 쳐다보지 않기 시작했다. 참 너무 당황스러웠다. 꼬박 2년 동안 모았던 그 많은 아이템들이 너무나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유난스럽게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이 더는 없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좋아하는 과학책을 읽다가 갑작스레 ’ 원소’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관심인 줄 알았는데 학교 도서관에서 원소, 원자, 분자와 관련한 책을 읽기 시작하더니 관련도서를 집착적으로 더 찾아보고 싶어 하여 아이와 생전처음으로 어린이도서관이 아닌 일반열람실의 자연과학 섹션에 가서 원소와 관련된 책을 한가득 빌려왔다. 그뿐이 아니라 그 후로는 서점에 가면 과학섹션 앞에 가서 원소에 관련한 책을 사달라고 하여 아이가 보지 않은 것 중에서도 덜 어려운 것 위주로 구입을 해서 읽게 해 주었다.
어른인 내가 읽기에도 어려운 내용인 것 같은데 아이는 읽고 또 읽고는 우리 부부에게 매일 같이 설명을 해주고
원소의 특징과 순서를 외우다가 스스로 주기율표를 그리기 시작하고는 각각의 원소가 들어가는 물체들을 사진을 찍어 자신만의 사전을 가지고 싶다며 세상 모든 물체들에 있는 원소들을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래 아무짝에 쓸 일이 없는 포켓몬보다야 원소는 나중에 중고등학교 가서도 주기율표라도 덜 외워도 되니 차라리 낫다는 생각에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함께 찾아주었다. 그때 우리 아이의 꿈은 우주에 나가서 새로운 원소를 찾아 자신의 이름을 붙인 원소를 만드는 것이었다.
3학년이 끝나가는 겨울쯤 그렇게나 불타오르던 원소 사랑이 식어지는 계기가 있었는데 생명과학을 다루는 책 안에 균, 그리고 버섯, 포자에 관한 글을 읽고 이번엔 버섯으로 이 아이의 모든 관심사가 통째로 옮겨갔다.
이렇게 갑자기 원소에 대한 모든 걸 툭 내려놓는다고?
할 정도로 너무 급작스러웠지만 포켓몬에서 한번 겪은 바가 있어서 우리 부부 또한 빠른 적응을 했다.
버섯의 종류가 너무 많고 버섯은 식물이 아닌 균류에 속하는데 그 안에 독이 있고 없고 가 너무 신기한 아이는
또 버섯에 대한 책을 톺아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책의 종류가 방대했던 원소와는 다르게 버섯은 식용버섯과 독버섯, 우리나라의 버섯 등으로 책이 그다지 다양치 않았다. 서점에 가서 뒤져보던 나는 가까운 중고서점으로 갔다. 차라리 이곳이 아이가 원하는 종류의 책들이 더 많았다. 신중히 골라서 아이가 원하는 버섯들이 있는 책을 찾아 구매해 깨끗이 닦아 하교한 아이 손에 쥐어주니 아이는 뛸 듯이 기뻐하며 책을 또 보고 또 읽었다. 생전 처음 보는 버섯 이름들을 계속 말하고 그러면서 버섯을 너무 키워보고 싶어 해서(유아기 때 키운 것은 기억도 못하고) 아이와 버섯 키트를 종류별로 구입하여 아이가 직접 매일 관찰 일지를 써가며 키우도록 했다.
다 키운 버섯은 함께 요리를 해서 먹어보기도 했고, 아이는 시간 될 때마다 또 다른 책을 뒤져보며 버섯에 대해 공부하고 숲에 있는 캠핑장에 놀러 가면 책을 들고 다니며 나무에 붙어있는 버섯들을 관찰했다.
버섯을 좋아하며 아이에게 새로운 게임 하나 가 마음에 들어왔는데 그게 닌텐도사의 피크민.
아이는 또 피크민에 푹 빠졌는데 이번엔 버섯을 한쪽에 두고 반쪽으로 피크민을 또 좋아하기 시작하여 자그마한 블록, 피겨, 인형 등을 다양히 또 모으기 시작했다.
과연 다음 우리 아들의 푹 빠짐의 행보는 어디로 갈지. 또 나는 어떤 발품을 팔게 될지 늘 한 치 앞도 가늠이
안돼서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