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글자를 굴렸지
혀를 돌돌 말아서
여기저기 기어 다니는
글자들을
좀 더 살아갈 수 있게
그렇게.
어느날
너가 굴렸던 글자 하나가
넘어졌어.
점들이 부서지고,
선들은 깔렸어.
소리들이 흩어지고
징그러운 공기 하나가 떠 있었지.
넌
그것의 어깨를 때렸어
그리고 우리가 가지 않는 곳에
그것을 숨겨주었지
오늘밤
생각나지 않는 말속에
숨은 그것의
어깨가
웃음을 참듯이
들썩이는 게 느껴져서인지
그게 아니면,
가을의 밤공기가 차서인지
저것도 어디로 굴러가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