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도 취미도 초보입니다

처음 내딛는 걸음이 뭐 그리 어려워서

by 해서뜬 손유빈

작년 이맘 때쯤 사업이라는 것을 결심하고, 이렇게 훌쩍 1년이 지나 흘러들어왔다. 사업을 하고 싶다는 감정보다는 적성에 안 맞고, 회사가 싫어서 생긴, '사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마이너스의 감정이 이번 주에서야 영점을 조준한다. 엉망이던 몸과 마음이 많이 바로 세워졌기 때문이다.


어떤 사업을 할 계획이세요? 라는 말에 나는 그때마다 내가 해석하고 있는 현 사업 모델을 말했다. 사실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업'이라는 것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그냥 이 사람들이 좋고, 돈을 벌 방법을 찾지 못해서 이 사람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사 돌아보니 참 낭만적이고 초짜다운 이유다. 절박하고 불안한 마음이 점차 무뎌지며 막상 영점이 되고 나니, 나는 8개월 동안 사업이라기보다는 그간 주어진 상황과 사람을 따라 상황 짜맞추기를 했다고 느껴진다. 위화감이 느껴진다. 사람을 지키겠다라는 명분 아래서 내가 외면해 왔던 것들을 직면해야 할 시간이다. 나의 약점이랄지, 지금 이 사업에서 보이지 않는 한계랄지, 거기에서 뭘 더 해보고 부딪칠 작정인지. 겨우 잡은 영점을 다시 마이너스로 돌려놓는 한이 있더라도 일을 벌리고 감당해야 한다.


아주 완연한 초보다.


내가 내 스스로를 초보라고 인정해본 적이 있나? 없는 것 같다. 나는 초보운전도 싫어서 면허도 안 땄다. 누구한테 초보인 걸 들키기 싫어서 그랬다. 알량한 자존심과 인정 욕구 사이에서 스멀스멀 무엇인가 올라오지만 당연한 일에 애써 마음을 붉혀봤자다. 맞다. 초보이고 무수한 연습과 경험이 필요한 단계이다. 누구나 초보라는 단계를 거치지만 나는 그 단계가 너무 싫어서 시도하지 않은 일들만 열 손가락이 넘어갈 테다.


"이런 부분은 초보시잖아요. 그러니까 같이 해서 성장하고 싶어요."


늘 오기로 치환되었던 '초보'라는 단어가 오늘도 나를 툭 건드렸다. 서른 넘도록 면허도 없는 내 앞에 또 그 단어가 등장한 것이다. 나는 사업이 망할까 봐서 무섭지 않다. 회피하고 타협할 수 없기에 무섭다. 나의 부족함을 원치 않는 타이밍에 직면해야 한다. 초보라서, 부족한 나를 직면해야 해서 힘들었던 것은 아니다. 별 단계 없이 사업에 능숙하고 싶다는 내 마음이 얼마나 하찮고 보잘 것 없는가. 내 자신을 후드려 패서 어딘가에 걸어놓고 싶을 정도였다.


완벽하지도 않으면서 완벽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하루 종일 들여다본다. 오히려 올 테면 와보라지, 주먹을 꽉 쥐게 된다. 내가 해보지 않았지만 언젠가 해낼 수 있는 모든 일들이 나를 기다린다. 그 일은 나를 일으켜 세울 수도, 완전히 넉다운으로 쓰러뜨릴 수도 있다. 내 마음은 어때야 할까. 닥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은 없다. 지금 떠오르는 방법이라고는 동료들의 손을 슬쩍 잡아보는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모르겠다. 이미 시작됐다!


때마침 어제 일렉 기타 레슨을 시작했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별 의식 없이 초보 투성이가 되었다. 스물에는 몰랐지만 서른에는 아는 진실은 역시나 '처음으로 내딛는 걸음'은 빠를 수록 좋다는 것이다. 사업도, 기타도 이제 나는 어제의 나보다 한 발 더 내딛었다! 마음껏 기뻐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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