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은 감사하게 머리는 차갑게 -
얼마 전에 당황스러운 카톡을 본 적이 있다. 초등학교 동창모임에 갔더니 친구가 휴대폰을 보여주면서 난감해한다. 아주 예전에 근무했던 직장의 관리자로부터 온 단체 카카오톡이었다고 한다. 약 80명으로 구성된 단톡에는 자녀의 혼사를 알리는 단체 카카오톡이었다. 카톡을 보낸 분은 같은 직장에 근무했다는 인연 외에 특별한 친분이 전혀 없는 오로지 직장 상사였을 뿐이다고 한다.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얼마 전에는 공무원 신분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허위로 근무 시간을 작성하여 초과근무수당을 부당하게 받아 중징계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뉴스를 접한다. 초과근무수당 부당 수령은 형법상 허위공문서 작성 및 위조 공문서 행사 등으로 형법 제227조, 227조의 2항으로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또한 언론을 통해서 금품수수·불법청탁으로 얼룩진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런 뉴스를 보면서 분노하게 된다. 그리고 세상이 조금 더 청렴해졌으면 하는 안타까운 심정이다.
< 청렴과 감사를 실천하다. >
퇴직 전에 관리자로 근무하면서 공직자 청렴슬로건 공모전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당시 고민하여 내가 선정한 표어는 ‘가슴은 감사하게 머리는 차갑게’였다.
우리가 아무리 청렴을 강조한다고 해도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민원인들을 대하여야 한다는 뜻으로 이런 문구를 제출하였고 당당히 1위를 하였다. 받은 상금은 30만 원 문화상품권이었는데 학생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얼마 뒤 장모님께서 세상을 뜨는 집안의 조사가 발생하였다. 우리의 미풍양속 관습으로 여겨져 오던 경조사 봉투를 나는 모두 사양하였다. 그런데도 교직원들은 모두 조의금을 보내왔다. 나는 봉투를 확인하고 감사한 마음만 받겠다고 말씀드리고 일일이 모두 돌려주었다. 돌려주는 사유는 분명하였다. 나는 이 학교를 마지막으로 근무하는 학교이고 다시 돌려주지 못할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퇴직할 때도 교직원 전체 모임이나 회식 없이 학교주요 교직원 3명과 함께 식사하고 간단히 마쳤다.
공직자가 존재하는 이유는 학생과 학부모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실천하기 위해 또 다른 아이디를 내었다.
“너희 덕분에 우리가 존재한다. 항상 너희들을 응원할게~”
도시에 사는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 속에 공부하고 생활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OO중학교 교직원 16명은 함께 뜻을 모아 ‘OO중 사랑 장학회’를 만들기로 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꿈을 키워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 1회 장학금을 전달하기로 하였다.
교직원과 전직 교직원 그리고 학부모와 지역민 약 30여 명이 마을교육공동체를 형성하여 회원으로 참여하였으며 한해 모은 장학금은 금액의 규모와 상관없이 당해에 모두 지급하기로 결정하여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 사람은 말하는 대로 살게 된다. >
청렴슬로건에서 표어를 제출하고 입상을 하고 난 뒤에는 항상 청렴에 대해 더욱 생각하게 되었고 사소한 것까지 공평하게 집행하려고 자부하였다. 하늘에 한 점 부끄럼 없이 살려고 노력하였다. 입학식장에서 “나는 OO중학교 교장으로 항상 청렴하고 애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직무에 임하겠다”라고 큰소리로 선서하였다. 많은 학생 앞에서 내가 큰 소리로 선언하게 되면 더욱 실천하노력할 것으로 생각하였다.
어느 날 나는 딸에게 묻는다. 남자 친구가 술을 좋아하느냐고...
딸의 대답은 남자 친구는 술을 많이 먹지는 않는데 분위기에 따라 술을 조금 하는 편이라고 답한다. 그래서 내가 부탁하였다. 다음에 혹시 내가 딸의 남자 친구를 만날 일이 있으면 반드시 술에 관련된 질문을 할 것이라고...
술을 먹느냐고 질문하면 “술은 한 방울도 먹어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거짓 답을 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거짓말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장인이 될 수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의지를 말하는 자리인 것이다. 술을 좋아하는 것과 술을 자제하는 일은 다르다. 술을 좋아하는 남자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절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필요한 것 같다. 자신이 한 말에는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직장이 있는 아들 집을 다녀왔다. 아들의 권유로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를 보았다.
거대한 권력과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소시민을 위한 삶을 열정적으로 살다가 짧은 생애를 살다 간 오스칼에 대한 얘기였다. 오스칼은 영원히 시들지 않은 베르사유의 장미였다.
‘나, 이것이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
증오하지 않는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라고 외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모두 기립박수를 친다. 한참을...
P.S. : 신문기사 보기
청렴 슬로건공모전 시상식 신문 보기
https://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286141
OO중학교 사랑장학회 설립 신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