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유능한 리더가 되는 법 (5)
공연 콘셉트 설정
배구대회가 미국 동부 및 캐나다 지역 한인 대학생들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행사였다면, KSA가 최초로 주관하는 <한국문화의 밤>은 유매스 애머스트 및 인근지역 대학교에 KSA 이미지를 제고하는 목적이 컸다. 그래서 KSA 임원들은 이 <한국문화의 밤>을 기획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로 고심했다.
우선 KSA가 1991년 가을학기까지 이 정도 규모의 공식 행사를 치러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한인 대학생들은 이런 행사에 참가할 엄두조차 내지 않았다. 또한 내 또래 많은 대학생들은 KSA가 과연 이 정도 규모의 행사를 잘 치를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물론 아티스트들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KSA는 아무나 무대에 세울 수는 없다고 결정했다. 왜냐하면 이 행사는 KSA가 창시하는 첫 번째 행사였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 대학교에서 KSA 카운슬러로 일하고 계신 관계자들이 아티스트들 및 관객들을 축하하기 위해, 공연 당일에 이 행사를 방문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KSA 임원들은 한 편으로는 걱정을 많이 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이전에 없던 뭔가 새로운 행사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에 좀 흥분되기도 했다.
물론 임원들 모두가 뭘 해야 할지, 그리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불확실성과 미지의 목적지로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은, 임원들 모두로 하여금 다음 세 가지 이슈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했다:
첫째, 이 행사를 어떻게 기획해야 하나?
둘째, 어떻게 공연준비를 해야 하나?
셋째, 공연자를 어떻게 섭외할 것인가?
공연 기획
<한국문화의 밤>을 기획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이슈는 그 공연 개념을 어떻게 정하느냐였다. 사실 KSA가 이런 행사를 처음으로 만들고 그 전통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어떻게 첫 공연 개념을 잡아야 KSA가 그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느냐는 막중한 책임 의식이 KSA임원들 모두를 무겁게 짓눌렀기 때문이다.
따라서 KSA는 임원 회의를 여러 번 거듭한 끝에, 태권도 시범 공연처럼 일반에게 잘 알려진 공연 내용은 포함하되, 그 밖의 다른 공연들은 타 대학교 한인 학생 문화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 가요나 미국 팝송 등의 노래와 춤 공연 내용과는 차별화를 두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KSA는 다른 대학 한인 학생회 주관 행사에서는 좀처럼 접할 수 없는 아티스트들을 섭외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결정된 KSA 최초의 <한국문화의 밤> 행사의 전체적인 구성과 느낌은, 대규모 공연장 무대에서나 볼 수 있는 다채로운 아티스트들의 체계화된 공연 형태로 기획되었고, 요즘처럼 아티스트들와 관객이 서로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연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다시 말하자면, 이 <한국문화의 밤> 이라는 행사가, 대학생들이 그 또래 대학생들을 주 관객으로 설정해서 학생들끼리만 공연하고 또 그걸 관람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춘 무대와, 그 위에서 프로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를 보는 형식을 기본 구조로 가자고 KSA임원들 모두가 동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자면 가장 중요한 문제가 어떻게 전문성을 지닌 아티스트들을 섭외하느냐였다.
아티스트 모집
KSA의 첫 번째 <한국문화의 밤>이 기존 행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없던 행사를 새로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KSA임원들 대신 내가 직접 아티스트 후보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참가자 모집을 해야 했다.
그래서 1991년 가을학기가 시작하고 난 후, 나는 개인적으로 아티스트가 되어줄 만한 후보들을 한 사람씩 직접 만나서 <한국문화의 밤> 행사에 아티스트로 참여해줄 수 있는지의 여부를 타진했다.
이 과정에서 내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각 아티스트 후보들을 만나서 왜 존재하지도 않는 KSA 최초의
<한국문화의 밤>에 아티스트로 참여해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아티스트 후보를 찾아가서 <한국문화의 밤> 행사에 아티스트로 참여할 수 있는지를 타진하면, 그들은 대부분 아래에 적힌 질문들을 내게 하곤 했다.
Q: 출연료는 얼마나 주실 수 있나요?
A: 죄송하지만 드릴 수 없습니다. 저희 학생회는 그럴 만한 예산이 없거든요.
Q: 그럼 KSA가 이런 행사를 이전에 치러본 경험은 있나요?
A: 아니오, 이번 행사가 처음입니다.
Q: 그러면 KSA가 이 행사를 100% 성공적으로 치른다는 보장이 있나요?
A: 아니오. 그런 보장은 드릴 수가 없습니다.
Q: 그럼, 제가 왜 KSA의 첫 번째 <한국문화의 밤>에 아티스트로 참여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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