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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Oct 11. 2022

리스타트 51 - (53)

첫걸음


동지애


내가 <비즈니스 작문> 수업을 들었던 하버드 건물은 하버드 캠퍼스 중앙 지역을 일컫는 하버드 야드에 위치해 있었다. 또한 하버드 야드에는 담벼락에 담쟁이넝쿨이 멋지게 자리 잡은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다른 건물들이 여러 채 있었다. 그리고 내가 출석했던 비즈니스 작문 수업은, 내가 이전에 여러 가지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접했던 하버드 수업 방식답게 커다란 타원형의 테이블이 교실 중앙에 놓여 있었고, 그 주위로 강사와 학생들이 빙 둘러앉아 공부하며 또 서로 토론을 했던 것이 지금까지도 아주 인상 깊은 경험으로 남아 있다. 

 

또한 여느 하버드 학생이라면, 그 소속이 하버드 칼리지나 아니면 다른 대학원인 것을 막론하고 상당히 많은 양의 작문 과제를 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는 HES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로 해서, <비즈니스 작문> 과목의 교과과정에는 기초 수준부터 고난도의 문법을 비롯, 비즈니스 메모, 연구보고서, 사업계획서, 비즈니스 PPT 작성 등, 여러 개의 작문 과제들을 포함했다. 


그리고 하버드 야드의 어느 건물에서 행해진 이 <비즈니스 작문> 수업에는 열다섯 명의 학생들이 있었고, 다양한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젊은 학생들이 주를 이루었다. 나는 그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학생이었는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그들과의 대화에서 소외되었다고 느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왜냐하면 나를 포함한 그 학생들 모두가 풀타임이나 파트타임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수업이 시작되기 전후로 서로의 직장에 관한 이야기들은 물론, 다른 직업에 관한 기회 등도 이야기하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왜 일주일에 한 번씩 오후 다섯 시가 되자마자 퇴근해서 케임브리지 시(市)나 고속도로에서 흔히 접할수 있는 혼잡한 교통체증을 헤치며 저녁시간에 열리는 그 <비즈니스 작문> 수업에 가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렇게 교통체증을 마주하는 도중에 때때로 다른 운전자들과 어떤 수준의 언쟁을 벌였는지, 그리고 다음 학기에는 그 클래스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그 누군가와 어떤 과목을 같이 수강하기로 했는지 등의 대화를 나누는 그 자체가, 일과 공부를 둘 다 해내야 하는 서로의 상황을 위로하고 또 위로받으며, 동질감을 더 돈독히 하는 우리만의 특별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비즈니스 작문> 수업이 저녁에 있었고, 나는 하버드 캠퍼스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쯤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자동차를 운전해서 매주 한 번 하버드 캠퍼스에 가서 그 수업에 출석했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내가 아직 HES에서 정식 입학허가서를 받지 않은 상태였지만, 나는 그저 하버드 캠퍼스 안에 있는 여러 채의 건물들 중, 어느 한 곳의 교실에서 공부를 한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가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커다란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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