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 다니엘 Oct 12. 2022

리스타트 51 - (54)

첫걸음


커피와 도서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나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저녁 무렵 하버드 스퀘어 근처에 차를 주차한 후, 하버드 스퀘어를 방문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온 여행자들이 서성대는 곳을 지나면서도 항상 행복해 할 수 있었다. 


또한 나는 그 수업이 열리는 교실로 향하기 전에 하버드 스퀘어에 위치한 스타벅스에 자주 들려서 커피 한 잔을 사곤 했다. 그리고 나는 주문한 커피를 받아서 한 손에 들고 그 상점을 나와서는, 하버드 캠퍼스로 통하는 스물다섯 개의 대문들 중 한 곳을 이용해서 하버드 교내로 진입한 후, 하버드 야드를 가로질러서 내 <비즈니스 작문> 수업이 열리는 하버드 야드의 어느 건물로 향하곤 했다. 


그리고 나는 세찬 비가 쏟아지는 날이든, 아니면 환한 도시의 저녁 불빛 사이로 여기 저기 빛나는 별들을 볼 수 있는 날이든, 항상 하버드의 주(主)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는 와이드너 도서관 앞에 잠시 멈춰선 후 손에 든 커피를 마시며, 하버드 교내 불빛을 환하게 받으며 서 있는 그 도서관을 올려다보곤 했다. 어떤 날은 그 도서관이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같은 모습으로 그 장중함과 위압감을 내게 드러내 보이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내 인생 후반부의 여정을 나와 함께 할 하버드라는 나침반을 상징하는 건물처럼, 나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숙명의 관계임을 나직한 음성으로 말해주는 듯 했다. 


나는 또한 그 도서관 안의 커다란 직사각형의 마호가니 책상에 앉아서 내 정면과 양쪽에는 그곳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파묻힐 정도의 책들을 쌓아 놓고, 그 주위로는 여러 장의 종이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으며, 그 모든 것을 환하게 비추는 두 어개의 스탠드 불빛 사이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그런 상상의 나래를 펴는 그 짧은 시간 동안만큼은, 내가 내 인생의 전반부에서 겪었던 여러 가지 실패와 좌절의 시간들을 모두 잊게 할 정도로 나를 행복하게 했다. 


'이런 게 행복이구나. 진짜 행복이구나.'  


그래서 나는 그 와이드너 도서관 앞에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서 있는 내가, 마치 졸업 후에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과 의지를 가슴에 품고 있으며, 모든 면에서 에너지가 충만한 하버드 칼리지 학생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나의 생각들은 하버드 캠퍼스 전체의 밤 분위기와 어우러져서, 나로 하여금 하버드 학생이 되겠다는 내 목표를 반드시 이루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반복해서 느끼게 했고, 또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항상 유지할 수 있게 했다. 그러므로 나는 그런 짧은 내 상상의 나래를 접을 때마다 내가 생각한 대로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약속을 나 자신에게 항상 되뇌며 <비즈니스 작문> 수업이 열리는 곳으로 향하곤 했다. 



이전 16화 리스타트 51 - (5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