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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Dec 18. 2022

브런치보다 인스타그램을 자주 하지만

가끔 브런치를 찾아올 때면 제자리를 찾아오는 느낌이랄까

  인스타그램은 한동안 하지 않았었다. 궁금한 지인은 카톡프사나 연락으로 근황을 알 수 있는 것도 있었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나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들이 부족해진 탓도 있었다.

가령, 어느 날엔 접속한 인스타그램의 친구 스토리 목록이 죄다, '호캉스', '데이트', '카페', '음식' 이런 류의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있는 것을 보고 따로, 인스타툰을 그리는 분들과만 소통하는 계정을 만든 적도 있다.

이렇게 하고, 피드에서 광고를 다 숨겨버리니 군더더기 없이 꽤 쓸만하더라.

여튼, 인스타그램이란 곳은 보통 사진으로써 자신의 일상을 나타내는 곳이다. 즉, '사진 위주로 올리는 곳'이며 '사진이 주'이기에 글은 길 필요가 없으니 그곳에다 긴 글을 끌적여버리는 것은 어쩌면 맞지 않는 행동일지도 모른다.(뭐, 누가 상관할 바야 있겠냐만...)

  그래도 인스타그램의 브런치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느낌과 접근성 때문에 더 자주 사용하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 읽지 않게 된 종이책보다 킬링타임적 요소로 매우 다분하게 쓰여지는 어플이 되었다.

요즈음에는 인스타그램에 단순히 '보여주기 식 사진'을 올리시는 분들보다는, 자신이 생각하거나 살아온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내는 분들이 많아서 보통 그분들의 글과 사진을 보는데 인스타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아이패드 드로잉을 활용해 저마다 자신의 독특한 캐릭터로 귀여움이 듬뿍 묻어난 그림들을 그려낸 것들을 보고 있으면 소소하게 스트레스도 풀리는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가끔 보여주기식 사진을, 물론 나도 올릴 때도 있고.. 남친이 보기엔 '허세 같은 느낌이 드는 글과 사진'을 내가 올린 적도 있다. 역시 사람은 다 똑같은가 보다 하고 느끼기도 하고..

여하튼 긴 글은 웬만해서는 인스타그램에 쓰지 않으려 하지만..(괜히 그런 쓸데없는 압박감(?) 같은 것 때문에)

일부러 쓰는 이유도 있다. 음, 이 브런치의 글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써서 특별하게 누가 읽어도 안 읽어도 그만이라는 느낌으로 써온 것이 큰 데, 아무래도 인스타그램에는 아주 조금의 지인들도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내가 살면서 생각하는 것들을 가끔은 간접적으로나마 알리고 싶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 평소에는 웃는 가면을 쓰고 다니면서 속에 있는 이야기를 잘 하지 않다시피 하니, 그런 매개체를 활용해서 속 이야기를 풀어놓다시피 하는 버릇도 있지 않을까.

뭐, 대부분의 가까운 지인들은 하물며 인스타그램을 안 하는 분들이 더 많아서 가끔은 카톡 프사를 기분이나 나의 상태를 나타내는 도구로 쓰기도 한다. 이 점도 역시, 평소에 다 드러내지 못하는 성격이 반영된 버릇 같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래서 브런치에 와서 이렇게 오만가지 생각들을 써 내려갈 때면(그 과정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제대로 쓰는 책상 위 노트북을 켜고 브런치에 로그인하는 등 번거로운 점도 있다)

비로소 내가 이런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는 제 자리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아무래도 인스타그램은 '사진 올리는 곳',

그리고 브런치는 '길든 짧든 글을 쓰는 곳'이라는 내 마음속 생각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현재 서른 살인 내가 대학생 때만 해도, 페이스북에 감성 글귀를 남기는 문화가 조금 있긴 했는데, 이제는 거의 안 들어가게 된 페이스북 마저 글을 쓰기엔 너무 난잡해져 버린 느낌이더라.

온갖 광고에.. 무분별한 게시물들에..

그나마 이런 브런치라는 공간이 있어서 흰색 화면에 검은 활자로 나의 조금 더 솔직한 이야기를 써내려 갈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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