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뚝거리며 앞서간 아내를 따라잡느라 허겁지겁 해안가로 내려선다. 우도 동쪽 해안이다. 우도 독지곶 가는 길을 왼쪽에 두고 올레는 오른쪽으로 우도해안길을 따라간다. 갯가 바위 위에 흰뺨검둥오리, 왜가리, 쇠백로로 보이는 물새들이 앉아 있다. 아무리 아파도 이놈들을 놓칠 수는 없지.
야항어범(夜航漁帆). 여름철이 되면 고기떼들이 몰려오면서 앞바다는 조업하는 고기잡이 배들로 붐빈다. 고기잡이 배의불빛은밤바다를 수놓는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라도 마을 안길까지 환하게 밝힌다. 이 장관을 야항어범이라 한다.
싱싱한 새벽에 건져 올린 해안선, 하고수동 해변
하고수동 방사탑. 하고수동 해안에 들어서면 방사탑이 먼저 올레꾼을 맞이한다. 2기가 한 조를 이루고 있다. 북쪽의 하르방 탑과 남쪽의 할망 탑이 현무암으로 쌓아져 있다. 마을의 재앙을 막고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탑이다. 꼭대기의 새 형상은 액운을 쪼아 없애 달라고 기원하는 의미다. 방사탑에는 솥과 밥주걱을 묻는다. 솥은 재앙을 막으려는, 주걱은 재물이 들어오라는 소망의 의미를 품고 있다.
하고수동 방사탑
이색적인 이름의 카페들. 하고수동해수욕장이 보이고 전기차의 통행이 많아진다. 관광객이 붐빈다. 이색적인 이름의 카페와 식당, 펜션, 민박집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해변에 딱 붙어있는 하얀 집, 검은 돌 해안과 잘 어울린다. 길에서 보면 돌아앉아 특별할 게 없지만 하고수동 바다를 바라보는 최고의 전망이 기다리는 카페. 피자와 하와이안 맥주를 곁들이는 맛과 멋이 그만이다.
블랑로쉬에서 바라본 하고수동 앞바다
마릴린 먼로가 요염한 모습으로 쳐다본다. 수제버거와 땅콩 디저트가 유명한 카페다. 강아지가 담장에 앉아 "안녕, 육지 사람" 하며 물끄러미 바라본다.
하고수동 해변에는 이색적인 이름의 카페들이 이어진다
하고수동해수욕장. 성급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고 카약 타는 사람들이 바다 위에 떠 있다. 백사장에는 모래 놀이하는 아이들, 말 타는 이들도 보인다. 어떤 이는 모래 위에 자리를 펴고 앉아, 해변에 세워진 시비의 노랫말처럼 '싱싱한 새벽에 건져 올리는 해안선'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하고수동해수욕장
밤새 별을 품은 파도가 모래 둔덕에 앉아 기웃거린다. 싱싱한 새벽 건져 올리는 해안선 물풀은 한없이 자유롭고 ㆍㆍㆍㆍㆍㆍ
<우도에 가면, 서정혜>
해수욕장 끝머리에 있는 올레 중간 기착지
해수욕장 끝머리 범선국수집 정원 앞에 올레 중간 기착지가 있다. 우도해안길은 조일길로 이어진다. 우도 축구장을 지나면 조일리 사무소 오거리다. 좌회전하면 비양도 가는 길이다. 비양도는 서쪽 한림읍의 비양도와 이름이 같다. 이 섬은 무인도로 우도와 가깝게 있다. 다리로 건넌다. 섬 동쪽 끝에 비양도 등대가 있고 섬 중앙에는 캠핑장을 갖추고 있다.
아. 세월호. 우도땅콩마을도 거쳐 지나간다. 영일동 포구로 내려가는 사거리에 눈에 띄는 집이 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 리본이 벽에 걸려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지는 세월호 참사. 이를 잊지 말자는 의미리라. 통발과 알루미늄 캔 손잡이로 만든 추모 리본이 걸려 있는 가정집. 현재는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통발과 알루미늄 캔 손잡이로 만든 추모 리본이 걸려 있는 가정집
김석린 진사 생가. 이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김석린 진사 생가 가는 길이다. 조선조 숙종 23년(1697), 이곳 우도에 국영 목장이 설치되었다. 이때부터 말을 관리하고 사육하기 위해 사람들의 왕래가 시작된다. 김석린 진사 일행은 입도 허가를 얻어 헌종 10년(1844) 최초로 우도에 정착한다. 올레는 이 역시 그냥 지나친다.
해안 절벽에 숨겨진 '고래 콧구멍', 검멀레 해변
검멀레 해변. 우도의 남쪽으로 내려가면, 쇠머리오름을 가운데 두고 북쪽에는 검멀레 해변, 남쪽에는 톨칸이 해변이 있다. 올레는 검멀레를 바라만 보고 쇠머리오름을 오르는 계단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검멀레 해변
검멀레는 제주어로 검은 모래를 뜻한다. 검멀레 해변은 쇠머리오름과 이어지는 능선의 해안 절벽 아래 숨겨진 비경이다. 검은 모래와 검은 바위 동굴, 비취색 바다가 빚어내는 풍광은 수상 스포츠로 그 신비로움을 탐미한다.
검멀레에는 동굴 보트를 타는 우도 레저 선착장이 있다. 화산 퇴적물이 오랜 세월 바람과 파도에 깎여서 형성된 예술품, 해식애와 해식동굴을 탐방해야 우도의 진면목를 보는 것인데. 아쉬움이 남는다.
동안경굴(東岸鯨窟), 검멀레 해변 끄트머리 절벽 아래 뚫린 커다란 해식동굴은 우도 팔경 중 하나다. 그 안에 커다란 고래가 살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래는 없지만 물이 빠지면 이 동굴 안에 보트를 타고 들어가 구경할 수도 있다. 내부가 넓어 동굴 음악회를 열기도 한다.
주간명월(晝間明月). 오전 10시에서 11시경, 동굴 안으로 쏟아지는 햇빛이 천장의 보름달 같은 무늬를 비추면햇빛과 어우러진 무늬가 틀림없는 보름달이다.
주간명월
유채꽃이 피어있다. 여기서 올레는 검멀레 가는 길을 왼편에 놓고 반대편으로 잠시 차도를 따라 걷다가 곧바로 제법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안부에 올라서면 평탄한 능선길이 등대까지 계속된다.
검멀레 가는 길목의 유채밭
굼부리 안에 알오름을 품은 쇠머리오름
쇠머리오름. 해발 126.8 m의 오름이 섬 남쪽에 솟아 있다. 우도봉은 소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우두봉, 곧 쇠머리 오름이다. 큰 바닷속에서 분출된 용암이 북서쪽 화구벽을 허물고 길게 흘러내리고 화산 쇄설물이 쌓여 일주일 만에 우도가 만들어졌다. 나이가 4,000 ~ 6,000세 정도로 추정되는 젊은 수성 화산체다.
완만한 굼부리 능선
오름 속의 오름. 오름의 동남쪽에 해당하는 굼부리 능선 왼쪽은 보기에도 아찔한 해안 단애가 발달한 지형이다. 오른쪽의 굼부리 안에는 이중으로 화산이 폭발하여 알오름이 여럿 있다. 또 굼부리에는 우도 주민의 상수원인 직사각형 저수지가 있다.
굼부리 속의 이중 화산
우도 저수지
우도등대. 정상에 오르면 먼저 만나는 하얀 등대는 1906년 3월에 점등한 무인 등대였으나, 다음에 있는 새 등대의 등장으로 2003년 기능은 멈추고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빨간 지붕의 새 등대 1층은 우도등대 홍보관이다. 우리나라 등대의 역사와 문화, 유물 등을 전시하고 있으나, 감염병 유행의 여파로 아직 휴관 중이다.
우도 등대
두 등대 사이에 제주도를 창조한 설문대할망의 조각상이 서 있고 내려가는 길목에 각국의 여러 등대 모형을 전시한 등대공원이 있다. 다소 산만한 분위기의 배치가 그 의미를 감소시킨다.
설문대할망 조각상(좌), 등대공원(우)
지두청사(地頭靑莎). 쇠머리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푸른 초원이 파란 하늘과 더 짙은 파란색으로 구분되는 바다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지두청사를 바라보며 오름을 내려선다. 방목하는 말이 한가롭게 초원을 거닐고 있다.
지두청사
승마장을 지나 잠시 숲길로 걷고, 우도미술관에서 다시 우도해안길을 만난다.
돈짓당. 방사탑이 있던 언덕은 작은 돌탑이 모여 있다. 음력 2월 초하루 꽃샘추위와 봄 꽃씨를 가지고 복덕개로 들어온 영등할망은 남풍(마파람)이 불면 우도에서 나간다. 2월 말 우도 돈짓당에서 영등 환송제를 연다.
올레는 섬을 한 바퀴 돌고 다시 해녀 항일운동 기념비가 있는 천진항 입구로 돌아온다.
해녀의 노래 비
성산항으로 돌아가는 배를 탄다. 배는 천진항에서 점점 멀어진다. 쇠머리오름 정상에서 내려다보기만 했던 후해석벽을 줌을 이용하여 당겨 잡는다.
후애석벽
후해석벽(後海石壁). 높이 20여 m, 폭 30여 m의 쇠머리오름 기암절벽을 후해석벽이라 한다. 사선으로 가지런하게 단층을 이루고 있는 석벽이 직각으로 절벽을 이루고 있다. (2022. 5. 23)
운동 시간 3시간 19분(총 시간 4시간 53분)
걸은 거리 12.4km (공식 거리 : 11.3km)
걸음 수 21,528보
소모 열량 1,251kcal
평균 속도 3.7km/h
우도의 가을 풍경 스케치
다시 우도를 찾는다.
봄에 왔을 때와는 풍경이 다르다.
우선 봄에 왔을 땐 흐린 날이었는데 오늘은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성산항을 떠날 때부터 갈매기가 뒤를 따른다.
배를 따라 오는 갈매기
또 천진항 공사로 하우목동항으로 배가 오고 간다.
도선장으로 들어가는데 홍조단괴 해변이 정면에 나타난다.
난간에 선 사람들 중엔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도 제법 보인다. 방역지침이 완화되어 관광객이 많아져서 우도는 활기를 띤다.
우도 땅콩마을.여의도 면적의 세 배쯤 되는 우도는 땅이 비옥하다. 주민들은 어업과 농업을 겸하고 있지만 농업에 대한 비중이 더 높다. 우도 들판의 주 작물은 마늘, 보리, 파와 땅콩이다.
봄에 왔을 땐 보리 수확철이었다. 지금은 땅콩을 수확하여 말리고 있다. 우도의 명산품은 그 무엇보다도 땅콩이다. 줄지어 나타나는 카페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땅콩 가루를 듬뿍 얹은 땅콩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우도 중에서도 조일리가 땅콩 특산지다. 우도 땅콩마을 전시장이 있다. 우도바당 땅콩 영농조합이 있는 마을을 지나간다.
땅콩 말리는 조일리 농가.
쇠머리 오름의 푸른 초원도 황금빛 옷으로 갈아입었다. 굼부리 능선에는 억새가 하늘거리고 산국이 피어있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은 더욱 늦가을의 풍치를 느끼게 한다.
쇠머리오름의 가을
황금빛 들판의 승마장에 아이들이 말을 타고 있다. 땅콩마을 도로변에는 태양을 연상시키는 훈장국화 태양국이 꽃말처럼 '미소로 대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