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양리층은 육계사주를 만들고, 뒤이어서 신양리 해안사구를 만들었다. 성산일출봉을 육지와 연결시켜 주는 육계사주는 현재 성산리로 들어가는 도로가 놓인 곳이다. 신양해안사주는 해안선과 평행하게 터진목에서 섭지코지까지 길게 늘어서 있다. 사계 해변에 송악산이 만든 젊은 하모리층과 사계해안사구가 있다면, 광치기 해변에 성산일출봉이 만든 같은 연령대의 신양리층과 신양해안사구가 있다.
신양리 해안사구의 검은 모래와 이끼 낀 신양리층 너럭바위
올레가 지나가는 신양해안사구에 3월~ 6월 경흰물떼새가 알을 낳는다. (사) 제주올레는 흰물떼새의 보호를 위해 해안사구를 걷는 올레꾼의 주의를 당부한다.
2코스 출발점, 광치기 신양해안사구
수반처럼 잔잔한 내수면 둘레길
오조리를 파고든 내수면은 조개잡이로 유명한 곳이다. 이 내수면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산갑문과 ‘터진목’이라고 부르는 수로에 의해 바다와 연결돼 있었다.
오조내수면, 멀리 성산갑문이 보인다.
일출로를 따라 걷던 올레길은 성산 하수처리장으로 질러서 가는 고성동서로와, 식산봉으로 이어지는 내수면 둑방길이 갈라진다. 우리의 발걸음은 오른쪽은 유채밭, 왼쪽은 잔잔한 내수면이 있는 둑방길을 선택한다. 봄이 되면 육계사주를 유채꽃이 뒤덮는다.
봄철의 육계사주 유채꽃밭 풍경
수변 오솔길. 올레는 키가 낮은 관목과 소교목이 우거진 숲을 드나들며 내수면 수변 오솔길로 이어진다.
'당신은 소중합니다'하며 터진목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사스레피나무는 '온화'한 표정의 까마귀쪽나무, '예절' 바른 예덕나무와 함께 터널을 만들어 그늘을 제공한다. 또 칡덩굴은 햇빛을 보기 위해 '쾌활'하게 또는 '사랑의 한숨'을 쉬면서 주변의 나무를 타고 오른다. 꽃말을 짓는 사람들의 세심한 관찰력에 감탄한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침 도는 방향으로 사스레피나무, 까마귀쪽나무, 칡, 예덕나무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예덕나무 껍질은 야오동(野梧桐)이라 하여 약재로 쓴다. 칡은 오래전부터 구황작물로 주식을 대신하는 먹거리로 쓰였다. 또 자양 강장제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키가 낮은 관목과 소교목이 우거진 오솔길과 억새 언덕을 지나 다시 내수면 방죽길로 들어선다.
억새 언덕을 지나 다시 내수면 방죽길로 들어선다. 내수면은 오조리 양어장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기에 '잘 살기 운동'의 일환으로 조성되었다. 주 어종은 뱀장어, 숭어, 우럭이었다. 지금은 대형 양식장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오조포구에서 바라본 식산봉
맞은편에는오조항과 별도의 작은 오조포구가 있다. 이곳의 선구 보관창고였던 허름한 건물은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의 촬영 장소로 알려져 있다.
성산십경, 식산봉을 오른다.
오조포구에서 내수면을 따라 5분이면 닿을 거리를 올레는 식산봉 정상을 올랐다가 돌아 내려오게 한다. 식산봉을 오르내리는 데 30분이 걸린다.
원식생이 자라던 식산봉
화산 분출로 생성된 식산봉은 원래 원식생(사람이 살기 전부터 있던 그 지역 특유의 식물 집단)이 있던 지역으로 침식나무와 해송이 주 수종이다. 이외에도 까마귀쪽나무, 생달나무, 참식나무 등 늘 푸른 활엽수가 우거진 숲을 이루고 있다. 기후의 요인으로 점점 동백나무가 늘고 있다. 흙의 깊이가 깊어 장차 후박나무숲으로 천이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올레는 식산봉 정상을 올랐다가 돌아 내려오게 한다.
후추등. 바람등칡, 풍등덩굴, 호초등으로도 불리는 후추등이 해송을 타고 오른다. 키가 큰 식물을 타고 올라서 햇빛을 받으니, '애교'라도 부려야지. 후추등은 후추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덩굴줄기인 해풍등(海風藤)은 약재로 쓰인다.
숲에는 맥문동, 청미래덩굴, 율초 등의 많은 약초들도 자라고 있다.
후추등. 후추과의 상록 활엽 덩굴식물로 꽃말은 '애교'다.
식산봉 정상에 오르니,
숙부인 안 씨의 묘가 있다. 어느 집안의 할머니 묘인지, 또 명당인지는 모르겠으나 풍광이 아름다운 곳에 자리 잡은 것은 틀림없다. 숙부인(淑夫人)이 조선시대 정 3품 당상 문무관의 아내에게 주던 외명부의 품계인 것으로 보아, 지체 높은 벼슬을 한 양반의 부인 묘인 것 같은데 성산일출봉을 바라보고 있다.
식산봉 정상에서 본 성산일출봉
식산봉은 '성산십경'으로 꼽힌다.
그러니만큼 전해지는 이야기도 있다. 해발 58.6m인 오름은 바다에 바로 닿아 있다. 고려와 조선 때에는 소섬과 오조리 바다에는 유독 왜구의 침입이 잦았다고 한다. 오조리를 방어하기 위해 이엉으로 오름 전체를 덮어 군량미를 쌓아 놓은 것처럼 위장하여 왜구가 함부로 넘보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오름 이름을 식산봉(食山峰)이라 부르게 된다.
식산봉 전망대에서 본 우도
황근 자생 군락. 식산봉 주변은 국내 최대 규모의 황근 자생 군락지다. 염습지에서 자라는 멸종 위기의 희귀식물인 '황근'이 20여 그루 자생하고 있다. 가장 큰 나무는 5m에 달하는 것도 있다. 안내판의 '20여 그루'는 자생하는큰 나무만을 일컫는 말인 것 같다. 식재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내수면 일대가 온통 황근으로 덮여 있다.
황근 군락
해 뜨는 마을, 오조리
내수면 주변을 '쌍월'이라 일컫는다. 일출봉에서 보름달이 떠오르면 잔잔한 수반과 같은 내수면을 달빛으로 가득 채워, 두 개의 달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쌍월이라 불리는 내수면
용천수 족지물에서 오조마을로 들어간다. 오조(吾照)라는 마을 이름은 '건너편 성산일출봉에서 떠오른 해가 햇살을 펴며 가장 먼저 와닿는 마을'이라 하여 지어졌다고 한다. 마을 입구에 특이한 정자나무가 서 있다. 마을을 지키는 오래된 정자나무는 보통 동네 어귀에 있는데, 이 마을의 정자나무는 출입구 양옆에 서서 대문을 대신한다.
대문을 대신한 정자나무
분꽃이 대문을 가로막고 자라서 쪽문을 이용하고 있다. 집주인이 성격이 원만한 사람인 모양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대문을 막고 있으면 불편해할 만도 한데.담장 밑이 온통 꽃밭이다. 개모밀덩굴, 메밀여뀌라 불리는 분꽃은 '사랑스럽다, 뜻밖의 만남, 세련되다'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분꽃이 대문을 가로막고 자라서 쪽문을 이용하고 있다.
정조 때 지역 훈장이었던 오봉조 선생의 (지역 인재를 널리 등용해 줄 것을 진정하는) 발문이 담벼락에 적혀있다.
「ㆍ ㆍㆍㆍㆍㆍ 사람도 반드시 서울의 화려하고 뛰어난 대갓집 자손이 아니라도 재주와 기량을 배양하고 학문과 행실을 성취하면 세상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로 또한 쓸 수 있다.」
지역 인재를 널리 등용해 줄 것을 진정하는 오봉조 훈장의 발문
점심때가 되었다. 오조리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먹거리 마을에서 점심을 먹는다. 마을에서 생산한 신선한 재료로 만들었단다. 쑥 전에 막걸리 딱 한잔하란다. 식당 외벽에 호객 문구가 적혀 있다.
'들어왕 쉬어갑서, 국수도 먹엉가고 커피도 잇수다'
식당 안에는 다녀간 사람들이 적은 격문이 빼곡히 걸려 있다.
올레꾼들에게 호객행위를 재치 있게 하고 있다. 동백상회 앞에 쉬어가라고 의자를 놓아두었지만 아쉽게도 가게는 문을 닫았다.
호수 같은 내수면, 철새 도래지
올레는 여러 채의 민박집, 펜션,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마을을 뒤로하고, 다시 내수면의 오솔길로 접어든다.
노랑하늘타리가 나무를 타고 올라 담장을 넘는다. 섬하눌타리, 흰꽃하늘수박 등의 다른 이름도 가지고 있다. 덩이뿌리의 녹말은 식용한다. 과실은 괄루, 뿌리는 천하분(天花粉), 줄기와 잎은 괄루경엽, 열매껍질은 괄루피, 씨는 괄루자라 하며 약재로 쓴다.
노랑하늘타리. 박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이다. 꽃말은 '변치 않는 귀여움, 평범 속의 비범' 등이다.
내수면 작은 방조제를 건너면 들꽃을 살피기 바빠진다.
산부추와짙은 분홍색의 작은 패랭이꽃이 길섶에 숨어 있다. 암대극이 척박한 환경의 바위틈에서도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꽃말처럼 '붙잡고 싶은 사랑'이 있는가 보다.
산부추(상), 암대극(하)
미국쑥부쟁이를 처음 만난다. 갯쑥부쟁이와 꽃은 비슷하게 생겼는데 키가 훨씬 크다. 강한 생명력으로 들판을 지배하고 있다. 환경부 지정, 생태교란식물이다. 어쨌든 성산일출봉, 내수면의 잔잔함과 어우러진 모습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미국쑥부쟁이. 북아메리카 동부 원산의 귀화식물로 국화과 여러해살이풀이다. 꽃말은 '그리움, 기다림, 가련함' 등이다.
조선 말기에 보를 쌓아 만든 논은 늪지대로 변한다.
새마을 사업으로 조성한 8만 평에 달하는 양어장도 거의 버려진 상태지만, 그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광은 올레꾼의 사랑을 받는다. 호수 같은 내수면에 수백 개체의 철새가 찾아와 겨울날 준비를 한다. 갈매기류, 오리류, 백로류 등 종류도 다양하고 저어새, 큰고니, 물수리, 매 황조롱이 같은 희귀 철새도 만나볼 수 있다.
호수 같은 내수면에 수백 개체의 철새가 찾아와 겨울날 준비를 한다.
방조제를 건너면 억새밭과 솔밭이 나온다. 억새의 풍성함과 아름다움이 예년만 못한다. 들꽃도 예년만 못하다. 강수량이 적은 탓이라고 한다. 바라보는 곳에 따라 변화하는 성산일출봉의 모습을 보면서 걷는 것이 재미의 절반을 넘었던 오조리를 뒤로하고 성산 하수처리장 옆을 지난다.
방조제를 건너면 억새밭과 솔밭이 나온다. 억새의 풍성함과 아름다움이 예년만 못한다.
올레 2코스를 역방향으로 걷는다면 여기를 주의해야 한다.
성산 하수처리장 모퉁이에서 농구장 옆으로 난 샛길로 들어서서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다. 개구멍처럼 뚫린 담장을 넘어 올레길이 나 있다. 역방향으로 걸으면 이 길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고성리로 들어서서 고성동서로와 일주동로가 교차하는 사거리로 간다. 사거리 제주동마트 앞에 올레 2길 중간 기착지 스탬프 찍는 곳이 있다. (2022.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