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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동 Dec 22. 2023

다랑쉬오름

오름의 여왕, 들꽃의 보고

한라산 동부 구좌읍 일대는 많은 오름들이 솟아 있다. 그중에서도 동부지역에서 가장 도드러지게 보이는 다랑쉬오름(해발 382m, 비고 220m)은 산세가 웅장하고 균형미를 갖추고 있다. 아울러 화산체의 특징을 잘 간직한 아름다운 오름이라 '오름의 여왕'으로 불리며 인근의 용눈이오름과 함께 제주도 동부를 대표하는 오름 답사 일번지로 알려져 있다.

 아끈다랑쉬오름 에서 본 다랑쉬오름(위), 들머리 안내판(아래)

다랑쉬오름은 한 번의 분화활동으로 만들어진 원추형 소형 화산으로 평균 경사각이 28°에 달하는 급경사다.  초입부터 가파른 나무계단을 오른다.

나무계단과 야자매트 탐방로

들머리 삼나무 숲을 지나면 탐방로 주변의 수종도 낙엽송으로 변하고, 탐방로도 나무계단이 야자매트로 바뀐다. 야자매트가 깔린 탐방로는 등고선 따라 비스듬히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경사가 완만해지니 주위를 살펴볼 여유가 생긴다. 다랑쉬오름은 가히 들꽃의 보고라고 할 만하다.

천남성, 투구꽃(왼쪽부터)

우리나라 토종의 여러해살이풀, 천남성이 빨간색 열매를 포도송이처럼 뭉쳐서 달고 있다. 빨간색 열매가 매혹적이지만 유독성 식물이라 약재로 사용된다. '현혹, 전화위복'이라는 꽃말이 어울리는 대목이다.

신감채, 미역취(왼쪽부터)

'가을의 향연'펼치는 수크링, 가느다란 원줄기를 따라가며 이삭처럼 생긴 빨간색 꽃이 모아 달린 이삭여뀌,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엉겅퀴와 미역취, 투구 모양의 자주색 예쁜 꽃을 단 투구꽃, 꽃말이 연정인 신감채가 연이어 고개를 내밀어 쉬어가게 한다.

아기자기한 세화리 밭고랑

또 조금씩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제 모습을 드러내는 아끈다랑쉬오름과 그 옆의 메밀밭이 한데 어우러진 멋진 풍광도 눈에 들어온다. 마을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아기자기한 밭과 밭고랑이 소박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멀리 우뚝 솟은 지미봉이 땅끝을 알리고, 동쪽 바다에 우도가 떠있다. 말미오름이 성채처럼 알오름을 감싸고 있다.

아끈다랑쉬오름

나무 계단과 야자매트를 번갈아 밟으며 오르길 수차례 반복하며 다랑쉬오름의 굼부리 능선에 올라선다. 뒤로 돌아보니 바로 앞에 아끈다랑쉬오름이 눈앞에 다가온다. 그 뒤로 은월봉과 독특한 모양의 성산일출봉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성산읍 시가지와 왼쪽으로 말미오름, 그 뒤로 멀리 우도, 오른쪽으로 대왕산, 대수산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글로 사진으로 표현하기에 한계를 느낀다.

용눈이오름

남쪽으로 용눈이오름과 손지오름(손자봉)을 마주 보고 있다. 남쪽으로 기울어진 다랑쉬오름의 예쁜 굼부리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손지오름이다. 이를 보려고 손지오름을 오르다가 탐방로가 험하고 분명치 않아 포기했다.


굼부리 능선 쉼터에서 경사가 상대적으로 완만한 왼쪽 길을 선택하여 시계 침 도는 방향으로 굼부리 능선을 돈다.

굼부리 탐방로

소사나무터널을 지난다. 제주도 최대 규모의 소사나무 군락지다. 굼부리 안의 남사면은 울창한 소사나무 군락이다. 소사나무에 가려 굼부리의 형태가 드러나지 않는다. 소사나무는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중부 이남에서 잘 자라는 낙엽 활엽 관목이다. 꽃은 5월에 핀다.


소사나무는 하나의 줄기에 잔가지가 많이 붙는다.  잎이 작고, 가지의 형태와 수형이 아름답고 맹아력이 좋아 분재 애호가들이 좋아한다.

소사나무군락

소사나무 군락을 벗어나 쪽 능선에 올라서서 서쪽의 한라산을 바라본다.

구름 모자를 한라산은  크고 작은 오름들을 마치 자식처럼 거느리고 앉았다. 오른쪽부터 체오름, 밧돌오름, 거슨세미오름. 가운데 높은오름, 그 왼쪽으로 문석이오름, 백약이오름, 동거미오름, 좌보미오름이 군락을 이룬다.

남쪽 전망대 전경

굼부리 쪽 사면을 오른다. 나무는 거의 없고 억새가 살랑거린다. 굼부리의 모습이 완연하게 드러난다.

다랑쉬오름은 지하 깊은 곳에 있던 마그마의 폭발로 굼부리에서 분출된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분석구다. 비가 내려도 빗물이 고이지 않는다. 투수성이 높은 분석구 내로 흡수되기 때문에 화구호를 만들지 못한다.

다랑쉬오름 굼부리

다랑쉬오름의 굼부리는 깊고 거대하다. 둘레 1,500m, 깊이 115m인 굼부리가 달처럼 둥글다 하여 지역주민들은 다랑쉬, 월랑봉 등으로 부른다. '높은 봉우리를 가진 오름'이란 뜻을 가진 옛말 '달수리'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학자들의 의견도 있다.


다랑쉬의 어원에 대한 또 다른 설도 있다. 다랑쉬는 ‘달(達)+안(內)+쉬(牛)=달안쉬(다랑쉬)’라는 글자의 합성어라는 의견이다. 넓은 땅을 가리키는 ‘달(達)’ ‘안(內)’에 있는 ‘소’라는 뜻을 가진 ‘다랑쉬오름’은 말 그대로 넓은 들판 안에 커다란 소가 당당히 서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달안쉬가 연음으로 다랑쉬가 되었다고 한다.

망곡의 자리 전경

다랑쉬오름 정상에 있는 자그마한 돌단이 있다.

'망곡의 자리'다. 조선시대 숙종 임금의 승하하자, 성산 고성 사람인 홍달한이 이곳에 올라와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애곡 하였던 자리라고 한다.

북쪽 바다

오름은 제주인의 삶의 터전인 동시에 수난의 역사 현장이었다. 다랑쉬오름도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비켜가지 못했다. 오름 남쪽 기슭에 잃어버린 마을이 있다. 아끈다랑쉬를 거쳐 4·3 유적지를 찾아간다. (2023.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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