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2
공산성 탐방을 마치고 탐사의 발길은 천주교 순교성지 황새바위를 향한다. 공산성 매표소 앞 삼거리 공산성 회전교차로에서 웅진로를 건너 왕릉로로 들어선다. 들머리의 백제 무령왕릉 연문을 지난다.
이 일대가 과거 미나리꽝이었던 것을 알 수 있는 흔적이 남아 있다. 미나리공원이 있고, 도로명도 미나리길이다. 미나리길을 지나 제방 너머로 제민천이 흐른다. 제민천은 원도심를 가로지르는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산책길이다. 또한 공주 시민들에게는 유년기 많은 추억을 간직한 생명수 같은 곳이자, 외지인들에게 공주의 속살을 들여다 볼수 있는 민중 역사의 공간이다. 다음 기회에 제민천을 산책하며 공주 시민의 삶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왕릉로와 제민청이 교차하는 왕릉교에 고도 공주의 관문이자 공주의 랜드마크로 자랑하는 정면11칸, 측면1칸의 한식 회랑이 자리잡고 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왕릉교를 건너서 오른쪽에 공주교육지원청과 공주중학교가 있고, 왼쪽이 황새바위 천주교 순교유적지다. 황새바위 성지(도 지정 기념물 제178호)는 충청도 감영에 붙잡혀 현 교동성당 인근의 항옥에 갇혀 있던 천주교도들을 공개 처형한 곳으로 한국 천주교회의 대표적인 순교성지다.
‘황새바위’라는 지명은 이곳에 황새들이 많이 서식했던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통설이지만, 죄인들의 목에 씌우는 칼인 항쇄라는 형구를 목에 차고 이곳에 끌려나와 처형되었돠는 사실에서 유래한 명칭이라는 설도 있다.
입구가 작은 돌문 앞에서 자신을 낮추며, 머리 숙이는 겸손한 마음을 가진다.
순교자들의 높은 뜻과 희생을 기리고 본 받기 위해 한국교회 200주년이 되는 해에 공주 교동 천주교회가 세운 순교탑은 '순교자의 목을 쳤던 죽음의 칼이 이제는 우리 신앙을 지켜내는 날카로운 생명의 칼이 되었다'고 절규하고 있다.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예수의 돌무덤을 형상화한 무덤경단 앞에 서니 우러나오는 경건한 마음에 두 손을 모운다.
묵주 기도길이 한 쪽으로 비켜서 둘레길 쪽으로 이어진다. 양 옆의 수목과 보도가 잘 정비된 명상하기 좋은 산책길이다.
키 높은 수목으로 둘러싸인 야외 제단이다. 너럭바위 제대가 가운데 놓여 있고 주위로 12개의 다듬지 않은 거석이 서 있다. 거석의 뒤면에 337위의 순교자 이름이 새겨져 있다.
공주 시가지가 내려다 보이고, 유적지 남쪽으로 공주여중이 이웃해 있다. 평온해 보이는 동산이 공개 처형의 처참한 역사 현장이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