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의 모양이 사람의 손바닥 같다 하여 손바닥선인장이라 부르는 보검선인장(寶劍仙人掌)이다. 월령리 검은 해변의 바위틈, 길가, 담벼락에도 선인장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자생하던 선인장을 밭에서 재배한다. 월령리의 밭은 선인장이 주 작물이다.
원산지로 알려진 멕시코에서 선인장 씨앗이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이곳까지 왔다. 먼 여정을 거쳐 해변 모래밭이나 바위틈에서 자라게 되었다. 주민들이 선인장 가시를 이용하여 뱀이나 쥐가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울타리 삼아 심었던 것이 월령리를 선인장 마을로 만들었다.
仙 (신선 선), 人 (사람 인), 掌 (손바닥 장)의 선인장. 백년초(百年草)라고도 하며, 천년초로 불리는 자단선인장과 함께 제주도에서 자생한다. 특히 월령리가 백년초 산지로 유명하다. 개화 시기는 봄에서 여름이며, 가장자리에 큰 황색 꽃이 핀다. 서양배 모양의 붉은 보라색 열매가 달리는데, 소화기나 호흡기 질환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아 이 마을의 고소득원이다.
천년초는 영하 20도에서도 잘 견디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우리나라의 내륙에서도 잘 자라지만, 영하 5도만 내려가도 얼어 죽는 백년초는 제주도에서 자생한다.
월령 신재생에너지 단지의 하얀 풍차가 바다 위에 줄 지어 서 있다.
선인장 군락지인 해변에는 나무 덱으로 만들어진 탐방로가 월령포구로 향한다. 작은 포구다. 올레는 현무암 돌길로 바뀐다. 진한 에메랄드빛을 띤 바다와 검은 현무암 해안에는 하얀 풍차가 묵직하게 돌아간다. 월령코지와 월령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지나서 금능리로 들어간다.
들꽃의 향연을 펼치는 현무암 해안길
금능리 일성제주비치리조트 앞의 해안은 꽃밭이다. 현무암으로 뒤덮은 해안은 해녀콩 서식지로 알려져 있고 돌 틈 사이에는 다양한 들꽃이 자라고 있다.
진한 분홍색, 노란색, 흰색의 송엽국 비슷한 꽃이 피어있다. 꽃송이가 송엽국보다 좀 더 크다. 노란색 수술이 송송 돋아있다. 꽃은 낮에 피고 밤에 오므린다. 잎이 초승달처럼 생겨 마치 칼을 닮았다하여 칼잎막사국이라 부른다.
잎이 초승달 모양의 칼을 닮은 칼잎막사국
해녀콩 서식지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강낭콩과 생김생김이 비슷하지만 독성이 있는 해녀콩.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동부의 토끼섬이 유일한 자생지로 알려져 있었다. 제주 올레 탐사팀에 의해 이곳에서도 자라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구좌읍 하도리 토끼섬 앞바다를 지나면서도, 이곳 금능리에서도 안내판만 보고 해녀콩은 확인하지 못한다.
언덕 위 바위 틈에 도깨비쇠고비가 붙어 있다. 포자로 번식하는 양치식물로 꽃은 피지 않는다. 관중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꽃말은 '건강함'이다.
해녀콩 서식지(좌), 도깨비쇠고비(우)
갯메꽃이 현무암 돌더미 위를 기고 있다. 나팔꽃처럼 깔때기 모양을 한 분홍색 꽃은 수줍은 듯 작은 가지에 한 개씩 피어 있다. 꽃잎 안쪽으로 5갈래의 흰색 줄이 선명하게 있다. 메꽃과의 여러해살이풀이며 꽃말은 '수줍음'이다.
제주기린초라고도 불리는 땅채송화가 검은색 바위 사이사이에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돌나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꽃말은 '씩씩함'이다.
갯메꽃(좌), 땅채소으ㅘ(우)
어찌 보면 말 너울 같고, 어찌 보면 모자 깃털 같은 붉은 보라색 꽃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무심히 지나치려해도 지나칠 수가 없다. 덩굴손의 모양이 갈퀴와 닮았다고 갈퀴나물이다. 해안 사구를 홍자색으로 물들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갈퀴나물은 콩과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이다. 녹두두미, 산흑두라고도 한다.
꽃이 말 목의 갈기 모양을 하고 있다 하여 '말너울', 사관생도의 모자 앞에 꽂은 깃털과 같이 생겼다고 '용사의 모자'라는 꽃말이 생긴 것이 아닌가 추정해 본다. 나물이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봄에 나오는 어린순은 나물을 해 먹거나 국거리로도 쓰인다.
금능포구와 비양도
금능리 마을을 들어서서 연대 동산을 지나간다.
명월진에 속해 있던 배령연대(제주특별자치도의 기념물 제23-19호)가 보인다. 금능리의 서쪽 해안으로 튀어나온 연대 동산에 자리한 배령연대는 동쪽으로 마두연대(마두연대 폐쇄 후에는 죽도연대), 서쪽으로 대포 연대와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동안 관리가 되지 않아 많은 부분이 훼손되어 현재는 높이 1.9m만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연대동산의 배령연대
검은 바위와 에메랄드의 빛깔과 같이 곱고 짙은 푸른빛을 띤 바다 건너 소복하게 솟아 있는 비양도가 점점 가까워진다. '날아온 섬'이라는 뜻의 비양도(飛揚島)는 1002년(고려 목종 5년)에 분출한 화산섬으로 제주도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화산섬이다. 옛날에는 대나무가 많아서 죽도라고 하였다. 비양도에는 두 개의 굼부리가 있다. 가운데 큰 굼부리 안에는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48호인 비양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비양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비양도에만 분포하고 있다.
날아온 섬, 비양도(飛揚島)
일성제주비치리조트에서 금능해수욕장까지의 약 2km는 휠체어 구간이다. 금능포구로 들어선다. 작은 포구는 tvN의 드라마 '우리들의 브루스'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우리는 포구 앞 잔디밭의 정자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는다.
금능포구는 tvN의 드라마 '우리들의 브루스'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달맞이꽃
반짝반짝 고운달 / 매일 보는 달맞이꽃 / 달 반쪽 없어진다면 / 달맞이꽃 슬프겠네.
글 김단영, 그림 이연정
조용하고 깨끗한 금능리 마을의 돌담에는 어린이들의 시화가 전시되어 있다.
금능ㆍ협재, 쌍둥이 해수욕장
금능해수욕장은 우선 물빛이 환상적이다.
바닥이 훤히 비치는 투명한 물빛은 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다. 물 빠진 해변은 검은 바위가 살짝 드러나다가 금세 은빛 모래밭이 펼쳐진다.검은 바위와 에메랄드빛 바다는 가히 환상적 조합이라 할 수 있다. 바닷물이 찰박거리는 얕은 수심은 아이들이 놀기에 적합하다.
금능해수욕장은 수심이 얕아 아이들이 놀기에 적합하다.
남태평양 섬 한가운데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야자나무숲. 금능해수욕장은 크고 작은 야자수가 촘촘히 심어져 있어 제주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야영장을 갖추고 있다.
제주도는 7,80년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신혼여행지로 선호하던 곳이다. 필자도 신혼여행 때 제주도를 처음 방문했는데 인상에 남은 풍경은 늘씬한 키의 야자수였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던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그 야자수의 정식 명칭은 워싱턴야자, 학명도 Washingtonia filifera이고 꽃말도 "승리, 영광, 평화, 수호'로 패권국가 미국을 연상케 한다.
남태평양 섬 한가운데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야자나무숲.
외국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외국이라면 미국을 떠올리던 시절에 위싱턴야자는 이국적 풍경의 대표적인 역할을 했다. 그 야자수 그늘 밑에 천막들이 즐비하게 쳐져 있어 낭만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금능해수욕장을 지나 협재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은 해변 모래언덕을 따라 이어진다.
협재해수욕장은 맑고 푸른 바닷물, 거친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귀여운 생김새의 비양도, 촉감이 부드러운 모래사장과 얕은 수심까지 이웃한 금능해수욕장과 비슷한 조건을 갖춘 쌍둥이 해수욕장이다. 인지도 면에서는 협재가 훨씬 앞선다.
협재해수욕장
먼저 개발된 협재해수욕장에는 카페, 펜션, 음식점 등의 편의시설이 많고 사람도 붐빈다. 아내와 나는 두 해수욕장 비교하며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금능해수욕장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제주도 서부 어업기지, 한림항
옹포포구에 '명월포 전적지'를 알리는 표지석이 있다. 옹포 마을의 옛 이름은 명월포다. 명월포는 삼별초 항쟁 때 삼별초군이 상륙해 고려 관군을 무찌르고 제주를 점거하게 된 전쟁을 치른 전적지이다. 또 고려 말 최영 장군이 몽고족 목호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상륙했던 포구이기도 하다.
옹포포구에 '명월포 전적지'를 알리는 표지석이 있다.
한림항이 보인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큰 항구다. 항구에는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고 컨테이너 야적장도 보인다. 비양도를 가는 배도 이곳 한림항에서 탄다. 한림항 비양도행 도선 대합실의 2층에 제주올레 안내소가 있다.
한림항은 생각했던 것보다 큰 항구다.
'한림수협 다목적 어업인 종합지원센터'라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본다. 수산물 시장, 활어위판장, 한림수협 회 센터인 한수위 마트, 사우나, 연회장까지 갖추고 있다.
한림수협 다목적 어업인 종합지원센터 안의 회 센터
급행 버스가 서는 한림 환승정류장을 이용하기 위해 일정을 조정한다. 올레 14코스 종점인 비양도행 도선 대합실을 600여 m 남긴 한림수협 앞에서 오늘의 일정을 마친다. 다음날 올레 15코스 탐방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2022.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