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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 한담해안산책로

올레15B(하), 곽지에서 고내까지

by 정순동


‘소길댁’ 이효리가 살고 있는 마을, 제주 애월읍은 핫플레이스다. 애월해안도로는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알려진 곳이다. 이 해안도로가 조금 높은 곳에서 먼바다를 조망하는 길이라면, 한담해안산책로는 갯내음을 맡으며 해변을 걷는 길이다.


곽지해수욕장


용문사 입구에서 곽지해변으로 들어서니 여태까지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펜션과 카페가 많아지고 사람들이 붐빈다. 곽지해수욕장 들머리부터 음식점이다.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곽지해수욕장

곽지해수욕장은 며느리 곽지○을 연상케 하여 더욱 정이 가는 해변이다. 그래서 사진을 여러 장 찍는다.


금성포구의 검은 모래와 달리 부드러운 흰모래가 새까만 바위와 이색적인 조화를 이룬다.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하고 있다.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곽지해수욕장의 백사장은 말 그대로 하얀 모래가 눈부시다. 얕은 수심과 완만한 경사로 아이들과 함께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피서객이 많이 보인다.

곽지해수욕장은 하얀 모래, 얕은 수심, 완만한 경사의 좋은 조건을 갖춘 가족 단위 피서지다.
곽지리는 선사시대의 패총이 발견된 유서 깊은 마을이다.
지금의 곽지해수욕장은 옛날에 마을이 들어서 있던 곳이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모래에 파묻혔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한국관광공사>


하얀 백사장과 투명한 옥빛 물결을 자랑하는 곽지해수욕장은 더위를 피해 찾아온 사람들에게 시원한 용천수도 제공한다. 과물 노천탕이다. 남탕과 여탕으로 구분되어 있는 천연 샤워장이다. 해수욕을 즐긴 다음 머리가 시리도록 차가운 용천수로 몸을 씻을 수 있다.

과물 노천탕

곽지노천탕을 지나 곽지백사장의 들머리에 열녀 사비(寺婢) 김천덕의 정려비가 세워져 있다.

김천덕은 남편이 배 사고로 죽은 후, 매일 정한수를 떠 놓고 남편이 살아 돌아오기를 기도하며 절개를 지켰다고 한다. 이 사실은 조선 중기 문신 백호 임제의 '남명 소송'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 비석은 열녀 김천덕을 기리는 비석이다.

열녀 김천덕 정려비


한담 해안산책로


용암이 흘러내리다가 각각 독특한 모양으로 굳은 해변에 산책로가 나 있다. 한담해안산책로다. 기묘한 모양의 검은 바위는 밀려오는 파도와 부딪힌다. 하얀 물보라가 일어난다. 수심에 따라 색깔을 달리 하는 바다와 검은 바위, 하얀 물보라가 한데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담해안산책로

곽금3경 치소기암. 곽지과물해변의 산책로를 따라 애월리 한담동으로 돌아가는 모퉁이에 위치한 이 바위는 한 마리 솔개가 하늘을 향해 힘찬 날개 짓을 하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서 치소기암이라고 한다. 지금은 붕괴 위험이 있어 그물 망으로 덮어 놓아 형상을 관찰하기 어렵다.

오른쪽 절벽은 용암이 막 흘러내리는 듯하다. 바위가 부서져 내리는지 망으로 덮어 놓았다. 곽지해수욕장은 끝나지만 탁 트인 바다를 감상하며 걷는 산책로는 애월항까지 해안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1.2km에 이르는 길이다.

정한철 산책로 앞 바다는 투명카약 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곽지해변의 끝자락에는 투명카약을 타는 사람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바다에 떠 있다.


정한철 산책로를 지나간다.

그 유명한 애월 카페거리다. 주변에 카페와 음식점이 많고 젊은이들이 붐빈다. 이 길에 조선시대 해양문학의 백미라 부르는 ‘표해록’을 쓴 지은이 장한철의 생가가 있다.

애월읍은 한담 해안산책로 일부를 '정한철 산책로'라 이름 지었다.

애월에서 출생하여 대정현감을 지낸 조선 후기 문신 정한철은 영조 46년(1770) 대과를 보기 위해 배를 타고 한양으로 가던 중 풍랑을 만난다. 오키나와의 무인도에 표착하여 베트남의 한 상선에 발견되어 구조된다.


그는 태풍으로 수십 명의 희생자를 내고 몇 명만 간신히 생환한 과정을 '표해록'에 남긴다. '표해록'은 단순한 표류기가 아니다. 당시의 해로ㆍ해류ㆍ계절풍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해양 지리서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표해록'은 제주특별자치도 유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되어 제주 국립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복원한 정한철 생가

애월읍은 정한철의 생가로 추정되는 가옥을 복원하고 한담 해안산책로 일부를 '정한철 산책로'라 이름 지었다.


애월 환해장성을 지나 애월항으로


애월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애월 환해장성의 일부가 남아 있다. 크기가 각기 다른 현무암을 줄눈의 맞춤 없이 불규칙하게 쌓은 성벽으로,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49-4호로 지정되어 있다.

애월환해장성

환해장성은 탐라장성, 고장성, 해안성담 등으로도 불린다. 바다로 침입하는 적을 막기 위해 고려 때부터 돌로 쌓기 시작한다. 조선시대에 왜구와 이양선 출몰이 잦아지면서 장성을 지속적으로 보수하고 증축한다. 그 결과 현재 제주도 19개 해안마을에서 장성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칼잎막사국(왼쪽), 땅채송화(오른쪽)

송엽국을 닮은 칼잎막사국이 장성을 덮고 있다. 땅채송화는 강인한 번식력을 자랑하듯 돌 틈새를 비집고 올라온다


올레는 애월항으로 이어진다. 애월리 사무소, 우체국, 수협, 애월해양출장소 등 관공서와 학교가 몰려 있는 애월의 중심지다.

애월항

애월항에 한국가스공사 제주 LNG 본부가 있다.

제주도 한달살이 온 육지 사람들이 제주의 이국적인 풍경 다음으로 놀라는 것이 높은 물가다. 그중에서 가스 요금은 엄청나게 비싸다.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아서 그렇다. 2019년부터 공급이 시작된 제주도 도시가스는 현재 보급률이 약 13.8% 정도로 약 3만 9300 가구가 천연가스의 공급 혜택을 누리고 있다.


애월진성과 애월초등학교


애월항을 감아 돌면 애월진성이 나온다.

제주도 향토유형유산 제19호인 애월진성은 원래 삼별초가 들어와 고려 관군을 방어하기 위해 나무로 만든 성이었다. 조선 선조 때 제주 목사 김태정이 왜구를 막기 위해 진을 옮겨 석성을 쌓았다고 한다. 지금은 이 성 안에 애월초등학교가 있다.

애월진성

혁신학교 ‘다혼디 배움학교’(애월초등학교)를 응원한다.

애월초등학교 뒷 돌담길이 아름답다. 학교 안을 들여다본다. 전교생이 130여 명인 작은 시골학교다. 한때 학생수가 600명이 넘을 만큼 규모가 컸다고 한다.

애월초등학교 뒷 돌담길이 아름답다.

천연잔디가 깔린 운동장 끝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빽빽이 달린 나무가 있다. 이 학교가 예사롭지 않다. 무언가 느낌이 다르다. 학교를 둘러본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빽빽이 달린 나무가 있다.

월초등학교는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 배움학교’다. '다혼디'란 ‘다 함께’라는 뜻의 제주어다.

전교생이 잔디운동장에서 1박 2일 간 ‘다혼디 야영’을 한다. 다모임 가족은 1~6학년생들이 골고루 섞여 있다. 다모임 가족들이 한 지붕(텐트) 아래에서 배려와 책임을 배운다. 부모나 교사의 도움 없이 어린이들 스스로 계획하고 체험한다.

전교생이 잔디운동장에서 1박 2일 간 ‘다혼디 야영’을 한다.

애월초등학교는 학년별로 년간 도전과제가 있다. 1학년은 줄넘기, 2학년은 민속놀이 10가지 익히기, 3학년은 25m 수영하기, 4학년은 한라산 등반하기, 5학년은 제주도 자전거로 일주하기, 6학년은 10km 마라톤에 도전한다. 아이들의 이 도전은 교육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매일매일 기초 체력을 다지면서 도전을 이어간다.

애월초등학교는 100여 명까지 학생수가 줄었다가 다시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기 시작하면서 100여 명까지 학생수가 줄었다가 다시 조금씩 늘어나고 있단다. 애월초등학교의 혁신교육이 성공하여 그 성과가 많은 학교에 전수되길 기대하며 응원한다.


또 하나 응원할 집을 발견한다.

현관 위에 햇볕도 가리고 비도 막을 수 있도록 태양광 패널을 처마처럼 덧붙여 차양도 되고 집에서 사용할 전기도 발전한다. 이런 시설이 많아지면 고압 송전을 둘러싼 전자파 시비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박수를 보낸다.


올레15B코스 걷기는 고내포구에서 마친다. 800여 m, 도보로 10여분 이동하여 애월고 정류장에서 102번 버스를 타고 귀가한다.

고내포구(상), 제주올레16코스 공식안내소

15A코스를 걷는다면 애월고 정류장에서 일정을 마치고, 다음날 16코스를 정류장에서 이어 걷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2022. 5. 19)

운동 시간 3시간 26분(총 시간 4시간 50분)

걸은 거리 14.1km (공식 거리 : 13.5km)

걸음 수 22,995보

소모 열량 1,239kcal

평균 속도 4.1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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