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부 고내에서 구엄까지는 화려한 애월의 쪽빛 바다, 햇빛에 빛나는 소금빌레가 그림 같은 애월해안도로를 따라간다. 후반부는 물메오름의 호젓한 산길, 잔잔한 호반, 시가 있는 마을의 밭담길, 삼별초 항몽 유적지인 옛 토성을 걷는 중산간 올레길이다.
애월해안도로
고내리는 제주도 내에서 흔지 않은 한라산이 보이지 않는 곳 중에 하나다. 높은 지대의 분지에 형성된 마을이라 고내(高內)라 한다. 앞바다는 밑바닥까지 훤히 들여다 보이는 맑은 바닷물이 유난히 잔잔한다.
고내 환해장성부터 다락쉼터까지 해안선은 바가지 모양을 하고 있다. 그 해안선의 가운데 고내포구가 있다. 고려 원종 11년(1230) 무렵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규모는 열악하다. ‘요강터’라고 불리는 고내리 앞바다는 대대로 고내리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준 황금 어장이었다.
고내포구 앞의 해안선은 바가지 모양을 하고 있다.
한림면 수원리 마을회관에서 갈라졌던 올레15A코스와 올레15B코스는 고내포구에서 만나올레16길의 시작점으로 간다.
시작부터 비스듬히 해안 도로를 따라 언덕을 올라간다. 하귀리 가문동 포구에서 시작된 애월해안도로다. 해안 언덕을 따라 펼쳐지는 오션뷰가 환상적인 애월해안도로는 아름답기로 소문난 드라이브 코스다. 제주 공항에서 불과 10km 정도 거리에 있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해안따라 펼쳐지는 오션뷰가 아름다운 애월해안도로는 소문난 드라이브 코스다.
'유난히'라는 표현을 다시 써도 어색하지 않을 만치 푸르고 잔잔한 바다가 '용사의 모자' 갈퀴나물의 보라색 꽃과 어우러져 가히 환상적인 풍경이다.
푸르고 잔잔한 바다가 갈퀴나물의 보라색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다락 쉼터
고내포구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빨간색의 제주 환상 자전거길의 '다락쉼터 인증센터'가 나온다. 바이커들이 줄을 서서 인증 스탬프를 찍고 있다.
다락쉼터는 이곳도 저곳도 포토존이다.
초원 위에 정자와 벤치가 놓여 있는 다락쉼터는 이곳도 저곳도 포토존이다. 유명한 새별오름과 항파두리가 마치 가까이 있는 것처럼 빗돌에 화살표로 방향 표시를 해 놓았다. 이곳이 드라이브 명소임을 증명하는 표지다. 차로 가면 항파두리는 15분, 새별오름은 30분 정도 걸린다.
애월읍경은 항몽멸호(涯月邑境抗蒙滅胡)의 땅
다락쉼터 해안 언덕에 세워진 빗돌이 예사롭지가 않다. ‘애월읍경은 항몽멸호(涯月邑境抗蒙滅胡)의 땅’이라는 글이 새겨진 높은 빗돌과 그 양옆에 장군상이 굳건한 모습으로 서 있다. 그리고 항파두리 방향 표석은 이곳이 여몽연합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항몽 유적지라는 역사적 사실을 알려준다.
어제 지나온 애월진성은 애초에 삼별초군이 제주에 들어오면서 나무로 쌓은 외곽성이다. 삼별초군이 항쟁 근거지로 삼았던 항파두리성은 오늘 일정의 끝부분에서 만난다.
신엄포구
애월해안도로변 좁은 길을 걷기도 하고 바닷가 절벽 위로 난 소나무 숲길을 걷기도 하면서 올레길은 신엄포구를 향해 간다. 길가에 엉겅퀴와 개민들레가 바위로 울퉁불퉁한 길바닥을 조심조심 걷는 올레꾼의 긴장감을 풀어준다.
신엄포구에 가까워진다. 현무암으로 덮인 해변가의 작은 돌탑들의 모습이 길 가는 사람들이 하나씩 올려놓은 돌들에 의해 점차 형태를 갖추어 간다. 마른 고목나무 둥치에 얹힌 돌이 마치 날아가던 새가 앉은 것 같다.
신엄포구 가는 길
신엄포구 앞 마을은 '애월의온도', '애월별담펜션' 등 예쁜 이름의 게스트하우스와 펜션, 호텔, 리조트 등 숙박시설, 젊은 층을 겨냥한 음식점과 카페들이 모여 있다.
신엄포구 앞 마을은 숙박시설과 젊은 층을 겨냥한 음식점, 카페들이 모여 있다.
신엄포구의 빨간 등대가 보이는 해안을 지나면서 해녀의 숨비소리를 듣는다. 물질하던 해녀가 바다 위로 올라와 가쁜 숨을 내쉰다.
호오~ 호이 잇. 호오~ 호이 잇.
숨 고르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숨비소리
단애산책길
올레는 해안 절벽을 오른다. 단애산책길를 걷는다. 고래전망대, 남두연대, 중엄새물, 구엄포구로 이어진다. 절벽 위의 오솔길은 해안 도로와 만났다가 헤어졌다 한다.
단애 산책길
소나무 숲 속에 소공원이 있다. 남도리 쉼터다. 도로변에 푸드트럭도 한대 서 있다. 숲 속에 탁자와 벤치가 놓여 있어 점심 도시락을 먹고 쉬어간다. 바닷가 쪽으로 돌방사탑과 해녀 상이 세워져 있다.
남도리 쉼터
고래전망대를 지나간다. 운이 좋으면 남방큰돌고래가 노는 것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10년 전에는 신엄포구 앞 300m 떨어진 해상에서 정치망에 걸린 남방큰돌고래가 구조돼, 바다에 방류되기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만 발견된다. 개체 수가 적어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 희귀종에 속한다.
고래전망대를 지나간다.
해안절벽 위에 있는 남두연대. 침입자의 동태를 살펴 동쪽으로 조부 연대, 서쪽으로 애월 연대와 연락을 주고받던 곳이니 전망이 훤히 트여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특히 해질 녘의 바다 풍경은 절경이다. 단애산책길에 펜션이나 리조트, 호텔, 카페가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해안절벽 위에 있는 남두연대는 전망이 뛰어나다.
중엄리 해안에 애월전분공장이라는 간판이 걸린 폐공장을 활용한 카페가 있다. 규모가 크다. 대형 카페다. 사람들이 북적인다. 소규모 카페들을 모두 빨아들이는 기업형 카페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
폐공장을 이용한 대형카페
바닷가에 중엄샘물이 있다. 바닷가에서 솟는 용천수다. 중엄마을을 생기게 한 식수원이다. 파도로 해수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1930년에 방파제를 쌓았다. 용천수가 대부분 그렇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절벽 위의 오솔길은 해안 도로와 만났다가 헤어졌다 하며 중엄포구로 나아간다.
구엄리 천연 돌염전
초등학생 두 명이 엄마 아빠와 함께 둘러앉아 열심히 관찰하고 있다. 무언가 싶어 들여다본다. 얼음이 언 것 같다. 이 더운 날씨에 무슨 얼음인가 하고 손가락을 대어 본다. 소금이다. 평평한 암반 위에 움푹 팬 곳이다. 바닷물이 고여 있다가 물이 증발하고 소금 결정이 생긴 것이다. 빙판처럼 보인다.
움푹 팬 암반에 바닷물이 증발하여 생긴 소금 결정이 빙판처럼 보인다.
구엄 바닷가의 넓은 빌레(평평하고 넓은 바위) 위를 사람들이 뛰어다닌다. 연대같이 솟아 있는 바위 위에 올라가 마주 보고 사진을 찍는다. 사람들이 사진 찍으려고 대기하고 있다. 해식애 밑에는 파도가 밀려와 바위 절벽을 때린다. 바다와 어울려 재미나는 그림을 만드는 이 빌레가 옛날 돌염전 터다.
구엄 바닷가의 넓은 빌레
‘구엄리 천연 돌 염전’터다.
평평한 암반 위에 진흙으로 작은 턱을 만들어 바닷물을 가두고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생산한다. 구엄리의 소금빌레는 넓이가 1,500여 평에 달했다고 한다. 이곳 천연 돌염전에서 나는 돌소금은 맛이 좋고 품질도 좋아 인기가 있었다. 돌염전은 1950년대까지 운영되었다.
소금빌레, 돌염전은 1950년대까지 운영되었다.
구엄포구
제주의 옛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넓게 펼쳐진 현무암 너럭바위, '소금빌레'에서 구엄 포구로 내려온다.
구엄리가 소금빌레로 유명세를 떨치는 관광지라 포구도 작은 시골 어항을 넘어 관광지 분위기가 난다. 'ㄷ'자로 잘 정비된 선착장은 어선이 주로 정박하고 있지만, 한켠으로는 제트보트가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전기 자전거, 미니 스쿠터 대여 업소도 보인다.
구엄포구는 작은 시골 어항을 넘어 관광지 분위기가 난다. '
구엄포구 한편에는 돌로 만든 도대불이 있다.
‘도대불’이란 고기잡이를 마친 보재기(어부)가 밤중에 집으로 돌아올 때 불을 밝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했던 등대다. 이 마을에서는 '멀리까지 밝게 비치는 등불'이라 하여 장명등(長明燈)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