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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용 Jan 20. 2023

걔 싫어하면 안돼요?

나은이와 보현이 이야기



"장애인이라서 싫어서 그랬어요."


우리반에 있던 장애학생인 나은(가명)에 대해 한 보현(가명)이의 말이었다. 저말을 듣고 어리석었던 젊은 날의 나는 사람을 싫어할 수는 있다는 생각부터 다. 습관적 공감이 낳은 최최최악의 결말이 아닐까.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고 학생에게 해야할 옳은 말을 했다.


"네가 누군가를 싫어한다고 그 사람을 차별한 권리가 있을까?"


그리고 추후 무수히 많은 지도 편달이 있었다. 라고 적고 싶지만 나는 한없이 부족한 교사였다.

주의를 주고 사과하도록 했지만 충분하지 못했다. 나은이가 있는 통합학급(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한교실에서 함께 교육받는 것)을 지도할 때 나의 부족함을 너무 많이 느꼈고 그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인권관련 도서와 영상, 장애여성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내가 부족했던 장애인의 '필요'에 대해 생각했고 그 영역에 까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보현이를 바르게 지도할 책임이 있는 교사로서 내가 그때 했어야 할말을 다시 해본다.


"보현아, 너는 어떤 누구 앞에서도 그 친구를 차별하는 행동을 하거나 '네가 싫어서 그랬다'라는 말을 하지않는 똑똑하고 사려깊은 아이야. 그렇게 하면 그 친구가 상처 받을 뿐 아니라 너 또한 처벌받거나 공격받는다는걸 아니까. 하지만 어째서 나은이에게는 '네가 싫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고, 심지어는 말로까지 내뱉을 수 있었던걸까? 너의 말을 나은이는 이해   같았니? 이해 못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니? 아니면 이해하더라도 나은이한테는 그렇게 막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어? 나은이가 너의 말에 상처받을 수 있다는걸 몰랐니? 너의 그런 발언과 행동이 그냥 넘어갈  있다고 생각했어?"


"나은이는 너와 똑같이 중요하고 소중한 한 사람이야. 너와 나은이가 가지는 권리는 그 무게가 조금도 다르지않아."


"네가 나은이에게 했던 행동과 발언은 모욕감을 주는 언어폭력이었고 명백한 따돌림 행위에 해당해. 선생님은 보현이 네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인정하고 반성하길 바라. 충분히 생각하고 나서 나은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어야해.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은 우리 교실 안에서 옳지않은 일이 계속 반복되도록 방치하지 않을거야."




나은에게.

나은아 너와 함께 했던 1년은 선생님을 많이 성장하게 했어.

하지만 선생님이 부족했던 부분이 못내 아쉽고 다시 돌아간다면 선생님이 너의 몸과 마음이 더 편안할 수 있게, 좀더 합리적으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아.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선생님의 미안한 마음을 너에게 전하고 싶어.

나은아 미안했고 내가 더 좋은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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