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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성적인 회사원 Apr 09. 2023

[12] 나의 직장내괴롭힘 정식 신고 문서 공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신고했다가, 문서를 다시 작성하라고 요청받았다

인사과에서 직장내 괴롭힘 신고 문서를 다시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전 신고 문서는 가해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작성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피해사실이 적혀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인사과에서는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하였다. 맞는 말이다. 나도 참...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하다 보니 정말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그래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몸과 마음이 금방 지쳤다. 



이전에 회사로 보낸 나의 억울함을 말하고 감정에 호소하는 직장내괴롭힘 신고 문서 대신, 구체적인 피해사실과 함께 가해자가 누군인지 다시 작성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 문제는 지금 내가 정신적으로 매우 약해져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작성을 하려면 날짜와 장소, 목격자 등 '당시 괴롭힘 당하던 기억'을 나의 머리속에서 상세하게 끄집어내야 한다. 이게 말로 할 수 없을만큼 고통스럽다. 머리가 아프고, 손발이 떨리고, 매스꺼움현상 까지 나타난다. 누군가 몸과 마음은 하나라고 하던데 맞는 것 같다. 마음의 고통이 몸까지 연결이 된다.






사람은 극심하게 고통스러운 기억은 시간이 걸려도 결국 잊는다. 그 당시에 고통스러운 기억이 많다면, 뇌는 그 속에서 좋은 기억들을 더 간직하는 것 같다. 그 시절 이야기가 나왔을 때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사람이 자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생존본능'인 것 같다. 생존본능은 내가 이야기를 자주 하니 이제 익숙해졌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남자에게는 군대 이야기가 있다. 다들 군대에서는 매일매일이 고통스러웠겠지만, 전역을 하고 나면 웃으면서 이야기를 한다. 그것도 2 ~ 3시간씩 즐겁게 웃으며 떠들 수가 있다. '그때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참 재미있었지' 하면서 과거가 미화가 되는 것이다. 



밥도 제대로 된 것도 못 먹고, 계급 사회라서 늘 갈굼 당하고, 혹독한 훈련을 하고 이러한 일을 겪었는데도 웃으면서 이야기를 한다. 당시에는 욕이란 욕은 다 하면서 버텨냈을 텐데 말이다. 분명 어딘가 다쳤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도 군대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고등학교 때 학교에 갇혀서, 모든 것을 차단하고 공부를 했지만 그 당시도 웃으면서 이야기를 한다. 몰래 나가서 PC 방을 갔다던지, 걸려서 맞았다던지 하던 이야기로 말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힘든 기억을 서서히 사라지게 하고, 그 당시 기억을 즐겁게 꾸미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지금 나만 해도 이런 경험이 있다. 최근에 다른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를 만난적이 있다. 물론 둘 다 신고 후 1년 정도 지난 상황이라 어느정도 마음의 여유는 있었다. 그 날 직장내괴롭힘 신고 당시 상황과 어떠한 괴롭힘을 당했는지 다른 피해자와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서로 농담도 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이미 밑바닥 인생이여서, 더 이상 떨어질곳도 없다구요! 그냥 막 살아요"



이런 농담을 하면서 서로 막 킥킥 거리면서 웃는다. 누군가 나에게 밑바닥 인생이라고 하면 기분이 나쁠 것이다. 그런데 같은 상황의 사람이 이야기 하니까 기분이 별로 나쁘지 않고, 웃기다. 진짜 엄청나게 웃기다.




신고 당시에는 미치도록 화가 나고 억울하고, 고통스러웠으나 1년이 지나고 나니, 서로 하하 웃으면서 대화할 수 있는 주제가 되었다. 이렇게 웃는 것에 대해 서로 또 깜짝 놀란다. '이게 절대 웃을 일이 아닌데 웃음이 나오네요' 라고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추측을 하자면, 매우 힘든 기억은 머리에서 지워지고, 좋은 기억으로 대체되는 거 같다. 이를 좀 어려운 말로 하자면 '과거가 미화' 된다고 표현을 한다. 나는 이것이 앞으로 꾸준히 살아가게 하기 위한 사람의 '자정작용' 혹은 '생존본능' 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고통을 줄이기 위해, 나의 생존을 위해 고통스러운 기억을 서서히 지우고 있었는데,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이 기억을 다시 상세하게 끄집어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정확히는 아주 세세하게 다른 목격자들도 기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날짜, 시간, 장소 등으로 자세하게 작성해야 한다.



잊히고 있는 기억을 끄집어내어 자세하게 다시 만드는 과정은 정말 고통스럽다. 지금부터 보여드리는 정식 신고문서는 이와 같은 이유로 한 번에 작성을 하지 못하였다. 3일에 걸쳐서 작성을 했다. 작성하다가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서 그날은 쉬고, 어떤 날은 머리가 아파서 쉬었다. 힘들 때마다 약을 먹으면서 한 땀 한 땀 정말 힘들게 작성했다. 



이렇게 힘들게 작성을 했지만, 이 문서도 직장내괴롭힘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작성했기 때문에  좋은 신고서는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아닌 분들은 사실 이 문서를 다 읽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내가 어떠한 괴롭힘을 당했느냐 이러한 이야기이다.



요약하자면, 폭언, 욕설, 폭행, 위협 등이다. 내가 당한 일들을 '폭행' 이렇게 단순하게 한 단어로 말하는 걸 지극히 싫어하지만,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는 듯하다. 그래서 블로그보다는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게 좋다. 정보 공유가 아니다 보니 내 마음대로 길게 써도 되니까 말이다. 



어떠한 경험이든, 사람의 일이라는 건 한 단어로 표현이 되지 않는다. '위협을 당했다' 이러한 표현으로 나의 고통을 표현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나의 감정, 시간, 스트레스, 이 후 나에게 벌어진 일 등이 한 마디로 표현이 된다면 서운할 것 같다. 내 시간과 감정과 행동들이 고작 한 단어로 표현이 된다면 말이다.




그럼 사람의 이름 및 회사 이름 등을 비공개로 처리하여 공개해 보겠다.







제목: ■■■■ 부서의 ㅇㅇㅇ대리입니다. 직장내 괴롭힘 정식 신고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ㅇㅇㅇ 대리입니다.

인사과 요청으로 직장 내 괴롭힘 '정식'으로 신고드립니다.


신고자 :     ■■■■ 부서 ㅇㅇㅇ 대리

신고대상 :  ■■■■ 부서 '가해자'



1. 신고하게 된 배경


신고하게 된 배경은 이번에 생명에 지장이 갈 수 있는 '미주신경성 실신'이라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운이 좋아서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보통 죽거나 신체의 일부분이 불구가 되는 큰 사고입니다.



작년 6월부터 현재까지, '가해자' 에게 몇 달간 상습적이고, 집요하게 이어진 위협과 폭언 그리고 폭행으로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습니다. 이에 따라 불면증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추가로 사고 당일 오전에도 강한 위협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쌓여온 극심한 스트레스 상태에서, 추가 위협을 받아 정신을 잃고 사고가 난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추정하는 이유는 병원에서 검사 결과 모든 신체적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고, 정신적 원인 말고는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 피해를 호소하지 않았느냐라고 생각 하실 수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같은 부서 한 과장에게는 2~3회 말했으나, 원래 그런 사람이니 참으라는 답변이 돌아왔고, 그 위로는 현재 팀장님이 계신데 제가 부서이동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만 참으면 문제없이 지낼 수 있는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목숨이 위험한 사고를 당한 후, 더 이상 괴롭힘을 버티면서 회사생활을 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였습니다.



2. 구체적 피해 사실


* 상습적인 폭언, 폭행, 욕설, 위협 등이 있습니다. 매일 식사를 같이 하고, 매주 회의를 같이 하다 보니 워낙 피해를 자주 받았습니다. 그 모든 것이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만, 최소 주 2~3 회는 욕설, 위협 등의 피해를 당했습니다.



  가해자가 저의 어떤 말이나 행동에 또 위협적인 말과 행동을 할까 항상 초조하고, 심리적 압박감을 가진 상태에서 회사 생황을 하였습니다. 당한 입장에서 보니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피해를 가하는 게 다르더군요. 저에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느낌입니다. 현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의심되고 추가로 적응장애가 생겨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충격적인 사건, 그리고 날짜가 기억나는 것을 앞에 적었습니다.



1) '구타유발자'라고 저를 지칭하며 위협 및 폭언 

   - 장소 :  회사 건물 밖 흡연구역 

   - 날짜 및 시간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 가해자가 "너 이 새끼 존나 구타 유발하는 것 같아. '너 구타유발자' 야라고 말했습니다..

   - 그동안 나를 왜 이리 괴롭히나 의아했는데, 이유가 구타유발자라고 그냥 때리고 싶다고 해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 가해자는 이날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저를 괴롭혔습니다.    

   - 한 과장, 가해자, 저 이렇게 셋이 담배를 피우러 갈 때 있었던 일입니다.



 2) 테스트 도중 폭행 및 욕설

   - 장소 : 실험실 

   - 날짜 : 11월 초

   - 테스트를 가해자와 진행 중, 초기 샘플과 다른 샘플을 측정하였다고 폭행을 당함

   - "그게 아니라고 이 새끼야" 라면서 등을 아주 강하게 수차례 맞음

   - "이 멍청한 새끼가" 라면서 주먹으로 팔을 맞음

   - 그러고 나서 한참 동안 폭언이 이어짐

   - 목격자 없음



  3) 식사 도중 욕설 

  - 장소 : 회사밖 식당,

  - 날짜 : 1월 27일 목요일

  - 김팀장 송별회를 중국집에서 진행. 이때 서로 다른 테이블이었고, 이대리랑 신혼 생활 관련하여 대화하던 중 제가 

    "저는 각방 쓰고 싶어요. 가스가 많아서요. 맘 편히 시원하게 뀌면서 유튜브 보는 걸 좋아해요"라고 말했다. 이대리랑 깔깔 웃었는데, 갑자기 멀리 앉아 있던 가해자가 나에게 쌍욕을 시전  (당시 가해자는 다른 일로 심하게 언짢아 있던 상태였습니다.)

  - "이 개XX가 밥 먹는데 못하는 말이 없네, 졸라 짜증 나게"

  - "하... 씹XX... 인사과 한 번 더 다녀와야 하나"

  - 목격자 : 김팀장, 이대리, 송 과장, 안대리



  4) 안대리에게 욕설

   - 장소 : 회사 밖 편의점 1월 28일 금요일

   - 식사 후 사다리게임을 통해 그날 음료수 내기를 하는데 가해자가 짐

   - 안대리에게 이 새끼야 빨리 골라, 새끼야~!!

   - 이런 욕은 상습적으로 늘 발생하는 일입니다. 날짜를 정확히 기록해 놔서 앞에 적었습니다.

   - 목격자 : 나, 이대리,



  5) 제가 협력 업체 물건을 측정장비로 측정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편차가 매우 심하여 제가 제작 업체를 비판하였습니다. 당시 가해자가 당황하더니 위협적인 언행과 행동을 하면서 본인 잘못이 아니라고 함.

   - 장소 : 실험실, 7월 말~8월 초

   - 한 과장은 물건 제작 업체인 ■■와 가해자가 관련이 있어서, 그런 말은 앞으로 하지 말라고 함.

   - 한 과장, 가해자, 저 이렇게 세 명이 있었습니다.



  6) 업무 관련 파일 요청 시 위협적인 눈빛으로 쳐다봄,

   - 업무 관련 일인데 더 이상 요청하지 못하여 업무 차질 발생

   - 오히려 한 과장에게 가해자에게 그런 거 요청하면 기분 나빠하니 하지 말라는 말을 들음

   - 날짜 및 시간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 극심한 위협을 느껴서 그 후 다시는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7) ■■협력업체나 ■■■ 협력업체에 부정적인 언사를 하면, 위협을 받음

   - 위의 두 업체와 커미션이 있는지, 위 두 업체의 이야기만 나오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위협을 합니다.

   - 날짜 및 시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8) 보고서에 본인 이름 넣었다고, 불려 가서 욕먹은 적 있습니다. 제대로 된 보고서도 아닌데 본인 이름 적었다며 약 한 시간가량 욕설을 들음. 심지어 보고서는 재출하기전에 가해자에게 검토요청을 하였음.

    "멍청한 새끼야!!" , "■■대학 나온 거 맞냐" , "아 이 새끼는 왜 내 이름을 보고서에 넣어서 사람 열받게 하고 그래 XX"

  - 10월 말 경

  - 목격자 없음



 9) 매주 월요일 회의 때마다 분에 못 이겨서 상습적으로 욕설 및 폭언 고함 발생

  자주 하는 말은 "하!!!! 이 새끼 또 빡 돌게 하네" , "야!!!! 장난햐냐???"

  - 날짜 및 시간 : 회의시간 때마다 상습적으로 발생

  - 목격자 : 김팀장, 이대리, 송 과장, 한 과장, 안대리



 10) 보통 점심을 먹고 난 후 사다리 게임을 하여 걸린 사람이 음료수를 사는 내기를 진행. 이때도 본인이 걸리면 가만히 있는 나에게 욕 시전

  - 야!!! 이 새끼, 너!!!! 이거 나 걸리게 하려고 수 쓴 거 아니야???

  - 날짜 및 시간 : 자주

  - 목격자 : 김팀장, 이대리, 송 과장, 안대리



 11) 사다리 게임 세 번 연속 걸렸을 때 공포 분위기 조성 및 위협, 욕 시전, 일단 가해자가 걸리면 분위기가 안 좋고, 욕을 시전 하는 경우가 많다.

  - 목격자 : 김팀장, 이대리, 송 과장, 안대리



 12) 월요일 회의 때마다 지속적으로 위협적인 언행과 고함 (위협 및 욕설 그리고 고성).

   다른 사람에게는 안 그러나 유독 나에게는 심하게 함. 월요일 회의 때마다 내가 말하는 걸 기다리는 느낌이 들 정도

   - 제가 하는 말을 끊고 고함 및 위협적인 언행, 욕설

   - 내가 말하는 의견이 틀렸다고 고함 및 위협적인 언행, 욕설 

   - 내가 세운 실험 시 세운 가정이 틀렸다고 고함 및 위협적인 언행, 욕설

   - 유독 나에게 집요할 정도로 공격하여 스트레스를 받게 함, 회의 끝나고 늘 이대리가 괜찮냐고 물어봄

   - 워낙 상습적이고 자주 일어나는 일

   - 목격자 : 김팀장, 이대리, 송 과장, 안대리, 한 과장



 13) 2/7일 사고 발생하기 전 월요일 회의 때 내가 " 이 물건 좀 무겁게 만들면 어때요??"라는 한마디를 함.

그 후 가해자가 30분가량 고함 및 위협적인 언행으로 나를 몰아 붙임. 중간에 가해자가 나에게 질문 하나 했는데, 내가 잘 모르겠다고 하니까 "뭐!!!!" 라며 고함 지름. 매우 위협적.

    

질문 하나 하였다고, 회의 때 지속적으로 위협적인 언행과 고함을 받아서, 작은 말로 "나는 한마디 했는데..."라고 말함.


  다음날인 2/8일 가해자가 내 자리로 와서 위협적으로 말을 함. 협박을 당하는 느낌이었음



가해자 : " 니가 어제 '나는 한마디 했는데'라는 말로 인하여 앞으로 회의 참석을 하지 않겠다. 

나 : "...... 왜요?"

이 : (위협적인 눈빛으로 째려보면서) "네가 내 안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나 : (불안해하며) "안 좋은 기억들이요??"

이 : (대답 없이 자리로 돌아감)


나 때문에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말이 매우 위협적이고 협박으로 받아들여져서, 그날 오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림. 너무 불안하여 안대리에게 상담 진행. 그날 오후 2시경 의식을 잃고 쓰러짐



상습적이고 집요한 욕설, 폭언, 폭행 등이 대부분입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가해자가 말하는 방식이나 태도가 위협적이고 언행과 욕설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가해자는 저를 '구타유발자'라고 부르며 위의 행동들을 더 심하게 합니다. 저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타깃이 된 것 같습니다. 주변에 의견을 물어보니 박 과장, 안대리 등 본인들도 초창기에 가해자에게 폭언 및 폭행을 당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나 본인들이 강하게 나가니까 그 후로는 멈췄다고 합니다.



저는 반항하지 못하고, 얌전히 웃으면서 당하고 있었으니, 더 심하게 행동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부서 이동 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참고 살아야만 했습니다.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극심한 긴장감 속에서 회사 생활을 하였으며, 불안하고, 초조하고, 위축되고, 심리적으로 압박이 되었습니다.



가해자는 상습적으로 저에게 욕을 자주 하며, 고함을 지릅니다. 높은 언성의 목소리로 위협을 합니다. 자주 하는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xxx가"

"저 xxx가"

"하!!! 또 확 돌게 하네 xxx가"

"야!!!!!!!!"

"뭐!!!!!!!!"



현재는 불안 및 우울 증세로 정신과에 다니고 있으며, 약을 처방받아서 먹고 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의심된다고 합니다. 안 좋은 기억들을 떠올려서 글을 적다 보니 너무 힘드네요.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3. 조치 요청 사항


'권고사직' 요청드립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조치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1. 가해자 또는 제가 다른 부서로 갈 경우,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이전에 가해자는 직장내괴롭힘 사건으로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고라는 인사조치에도 거리낌 없이 "인사과 한번 더 가지" 하면서 다른 직원에게 함부로 행동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제가 들은 바로 폭언 및 욕설, 폭행에 대한 피해자는 박 과장, 최사원, 안대리, 저 이렇게 4명입니다. 새로 들어온 사람은 일단 괴롭히고, 상대가 강하게 나올 경우 멈추고, 약하게 나올 경우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것 같습니다. 



'5번째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2. 직장의 행복기원설이라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직장에서의 삶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의 반 이상을 보내는 회사에서 삶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이번에 처음 괴롭힘을 당해보았는데, 정말 너무 힘들더라고요.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하는 이 회사를 쉽게 그만 둘 수도 없고, 이번에 부서이동을 했는데 사고를 일으킬 수도 없고, 하루하루 가해자의 눈치를 보고 사느라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마 지금 저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직장내괴롭힘으로 인해 고통받는 직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인사과에 신고를 했지만, 이분들은 근로복지공단, 고용노동부, 민사 or 형사 소송 등 더 크게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한 회사 생활을 위해서, 그리고 현재 어디에서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를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들이 주춤하게 하기 위해서



'권고사직' 요청드립니다.



이상입니다.






가만히 보면 안타까운 점이 있다. 



증거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내가 피해를 받았다는 주장 밖에 없다. 증거가 없다보니, 나의 직장내괴롭힘 조사는 정말 힘들게 진행되었다. 왜냐하면 나의 피해 사실을 가해자가 모두 부정했기 때문이다. 정말 단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다툼을 할 경우 증거가 없는 상태로 주장하는 것은 아무도 납득을 시킬 수가 없다. 나는 증거가 하나도 없다보니, 결국 목격자 진술로 조사가 이루어졌다. 나 때문에 내 동료들이 피해를 보았다.



참고로 우리 회사는 4층짜리 건물 회사이다. 작은 회사가 아니다. 그래서 중간에 나오는 '부서이동'이 가능하고, 실험실도 따로 존재한다. 실험실에서의 폭행은 단 둘이 있어서 목격자가 없다. 본인은 폭행을 한적이 없다고, 우기더라. 진절머리가 난다.



앞서서 본인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생존본능에 대해서 이야기 한적이 있는데, 가해자도 그게 작동했나보다. 모든 것을 다 잊어버렸다. 사실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모두 다 '그런적 없다'고 한다. 학교폭력이나, 괴롭힘, 갑질 등 괴롭히는 사람은 별 생각이 없다. '그럴 의도가 아니였다고 한다' 괴롭힘을 당한 당사자만 그 기억을 가지고 평생을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중간에 '직장의 행복기원설'이라는 말이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하루의 반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회사에서 행복하면 얼마나 하루하루가 즐거울 것인가? 그래서 나는 늘 노력한다. 주말만 기다리면서 사는 삶은 이제 지쳤기 때문이다. '피할수 없으면 즐기라' 는 말도 있지 않는가. 



근데 사실, 회사를 안 다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버는게 최고이긴 하다.



하여튼 그래서 나는 늘 웃으면서 좋게 좋게 회사 생활을 하려고 노력했다. '웃는 게 일류다' 이러한 말을 가슴속에 세기면서 말이다. 아무리 일이 힘들고, 고되어도 웃었다. 직장의 행복기원설을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해자의 괴롭힘도 이렇게 웃어넘기다 보니, 이 인간에게 딱 걸려서 괴롭힘을 집요하게 당하였다. 



그래서 '웃는 게 일류다'는 개소리다. 헛소리다.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더 이상 웃지 않았다. 나는 결국 내가 늘 노력하던 회사에서의 미소를 잃어버렸다. 가해자에게 처참하게 짓밟혀 가면서 말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전보다 더 잘 웃을 수 있다. 



정신적으로 더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저 밑바닥에서부터 한 계단씩 다시 올라갔다. 나에게는 '책'이 있었기 때문에 할 수가 있었다. 나보다 더 심한 상황에 있던 사람들이 본인의 경험을 '책'으로 작성해 주었고, 나는 이를 읽으면서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은 독일의 나치가 2차 세계 대전 때 유태인들을 학살하는 내용의 책이다. 유태인들을 수용소에 모아 놓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죽인다. 살아남은 사람을 조사해 보니 살 확률이 1/20 인가 그렇다. 본인을 제외하고 가족 모두가 수용소에서 살해당했는데, 이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쓴 책이다.



이 사람은 본인의 모든 가족들이 죽는 엄청난 절망을 겪었음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라고 용기를 주고, 방향을 제시해 주고, 강연을 다니고, 상담을 하면서 삶을 마감하였다. 나도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이 과정을 거치고 싶다. 실제로 내 나름대로 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밑바닥에서 올라가는 과정을 개인적으로는 '후유증 회복하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근데 이 이야기를 하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지금까지 쓴 글은 아직 신고한 지 일주일도 체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당시의 나는 나는 미소를 잃은 상태이다. 모든 것을 경계하고, 극심하게 예민해진 상태이다. 내가 다시 미소를 지을 용기를 갖는 데는 아직 6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그 전까지는 나는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가시를 세우고 나에게 오는 사람들을 경계하고, 무서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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