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성적인 회사원 Apr 07. 2023

[11] 괴롭힘 신고 후 사장님과의 대화

나를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나의 아버지 이야기를 말씀드렸다. 

사장실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사장님은 '어서 와요' 하고 나에게 자리에 앉으라는 손짓을 하셨다. 갈색으로 된 가죽 소파에 앉았다. 반들반들 코팅이 되어있었고 가죽냄새가 났다. 사장님의 카리스마와 방의 분위기에 일단 압도되었다. 한마디로 쫄아있었다. 경직된 상태로 앉아 사장님의 입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어떠한 말씀을 하실까?...'



다행히 이 대화는 일기장에 적어놓은 것이 있어서 가급적 자세히 작성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상황에서 일기를 적을 생각하다니 나도 참 대견하다. 그런데 막상 이때를 생각해 보면 내가 대견하기도 하면서 슬프기도 하다. 주변에 대화를 하거나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 나의 감정을 글로 적으며 스스로를 위로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하지도 못하고, 집에 와서 혼자 쓸쓸하게 나의 감정을 일기로 적는 게 서러웠을 것 같다. 그 당시 감정이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당시 나는 대체 어떤 마음으로 집에 와서 일기를 적고 있었을까... 이미 1년 전이라 기억이 안난다. 아니면 또 나의 생존본능이 작용해서 나의 기억을 지웠을 수도 있다. 하핫,  당시의 감정을 내가 작성한 일기의 말투로 추측만 할 뿐이다. 




사장님이 말씀을 시작하셨다. 





"ㅇㅇㅇ 대리 이군요. 보내주신 메일 잘 읽었어요. 한 팀장이 저에게 전달해 주어서 읽어보았어요. 오늘 출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면 바로 면담을 하려고 했는데 깜빡 잊고 있었네요. 미안해요"



사장님은 부드러운 말투로 이야기를 하셨다. 하지만 나는 '뭐지?, 사과를 한다고?' 하고 순간 당황했다. 내가 예상했던 상황과 아예 다르기 때문이었다. 나는 회사가 나의 적이 될 줄 알았다. 나를 문제를 일으키고 분위기를 해치는 직원이라고 여겨질 줄 알았다. 대부분의 신문기사가 그랬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님도, 여자친구도 내가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나의 탓'이라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했었다. 그동안 '내 탓'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받아서 그런가, 의지 할 곳이 없어서 그런가, 예상외의 반응이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사장님의 사과는 나에게 정말 충격적이였다. 사장님의 따뜻하고 솔직한 말에 나의 눈가는 점점 촉촉해져 갔다.



나는 나의 눈이 충혈되며, 붉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굳이 눈가를 손으로 비비거나 훔치지는 않았다. 나도 최대한 공손하게 대답하였다. 물론 이렇게 또박또박 말하지는 못하였다. 어버버 이야기 했다.



"아닙니다... 바쁘실 텐데 이렇게 신경 써주신 것만으로 감사드립니다"

"몸은 좀 괜찮아요??"



하...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괜찮다고 해야 하나 솔직하게 말해야 하나. 보통이라면 괜찮다고 말을 했을 것이다. 몸이 아파도 괜찮은 척, 마음이 아파도 괜찮은 척, 강한 척. '~ 하는 척' 하는 것이 나의 삶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렇게 '~ 하는 척' 할 수 있는 정신력과 체력이 없었다.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많이 안 좋습니다. 병원에 가보니 큰 사고 이후 발생하는 불안증세라고 하더라고요. 주말에는 바람 좀 쐴 겸 번화가에 나갔는데 갑자기 공황장애가 왔었어요. 지금은 정신과 약을 먹고 있습니다"



사장님은 내가 정신과 약을 먹고 있다고 하니 놀란 것 같았다. 순간 사장님의 당황한 기색을 느꼈다. 하지만 사장님은 곧 평정심을 찾으시더니 대화 주제를 바꾸셨다. 이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역시 한 기업의 사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평소의 카리스마를 찾으셨다.



"아이고... 그렇군요. 보내준 글을 쭉 읽어 보았는데 피해자가 한 둘이 아닌가 봐요?" 

"네 맞습니다. 제가 아는 피해자만 저 포함 4명입니다"



사장님은 '그렇군요' 하고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이어서 말씀하셨다.



"이러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아서 의아해요. 그래서 '가해자'가 회사의 에이스 인가 했는데, 한 팀장에게 물어보니 에이스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에이스?' 에이스 이야기가 왜 나오지??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그러고 나서 이 이야기가 나온 이유를 바로 깨달았다. 이런...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다. 갑자기 다행이다 라고 연발해서 의아해 할 것 같다. 내가 왜 다행인지 잠시 이야기해 보겠다. 혹시 에이스라는 단어를 사용한 의도를 눈치챘는가?



가해자가 회사의 '에이스'였으면 큰일 날뻔했다. 회사에서는 에이스를 지키는 것이 당연한 일일 테니 말이다. 나처럼 경력이 얼마 안 되는 직원을 지키는 것보다, 돈을 잘 벌어다 주는 사람을 지키는 것이 이득이 더 클 테니 말이다. 그래서 에이스라는 단어가 나온 것이다. 



이미 다 조사를 하셨구나.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가해자가 어떠한 사람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내 생각이 짧았다. 나는 신고 할때 여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였다. 회사의 입장을 말이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 후 회사가 적이 되는 이유는 회사를 시끄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만약 가해자가 회사의 에이스라면, 나의 신고가 돈을 잘 벌어오는 회사의 에이스에게 칼을 꽂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회사로서는 타격이고, 나는 당연히 회사가 적이 될 수밖에 없다. 회사는 돈을 잘 벌어오는 에이스를 버릴 수 없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가해자가 남자, 여자 따질 것 없이 미친 짓을 하는 사람이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일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고, 고함을 치기 때문에 일을 못해도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안 하는 사람이었다. 만약 일도 잘하는데, 나에게만 미친 짓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상황이 어렵게 흘러갈뻔했다. 나는 운이 좋았다.



"ㅇㅇㅇ 대리가 신고할 때 요청한 권고사직은 많이 힘들어요. 미국이라면 하위 10% 는 해고가 가능한데 한국에서는 그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렇군요"



나는 신고 할때 가해자의 권고사직을 요청하였다. 쉽게 말해 회사에서 잘리는 것이다. 피해자가 워낙 많으니 가능할 줄 알았는데, 한국 법상 그게 안된다고 하더라. 억울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사장님이 다음 질문을 하셨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부모님도 이 상황을 아시나요?"






'뭐지? 이 질문은?' 처음 든 생각은 이렇다. 나에게 아주 곤란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이 상황을 당연히 아신다. 내가 직장내 괴롭힘 피해 사실을 말했을 때, 나에게 '네가 잘 참아야지!' , '정신병원 다니는 것은 어디 가서 말하지 말아라!'라고 답하신 부모님이다. 



이건 과거의 일이다. 지금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신 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나를 대하는 부모님의 태도가 완전히 변화하셨다.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다. 내 편을 들어주려고 하시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보면 나를 더 신경 써주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변화하는 그 과정을 지켜보는 나는 가슴이 아프다. 속이 쓰리고, 가슴이 꽉 막힌 듯이 내려가지가 않는다. 



한 단어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잔잔하고 깊이 있게 슬프다. 부모님의 행동이 이해가 되어서 슬프다. 본인들은 망가진 나를 보며 얼마나 답답하실까 하는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되어서 슬프다... 



이 글을 보는 당신께서는 부모님이 내 편을 들어주려고 하는데 왜 가슴이 답답하고, 슬픈지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을 거 같다. '부모님이 내 편을 들어주면 좋은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리고 나도 그것을 바랬었다. 내가 슬퍼하는지 이해를 위해 조금 더 설명을 해보겠다. 사실 이해하지 않아도 좋다. 



이걸 바로 이해했다면 당신도 상처가 많은 사람인게 분명하다.  



부모님은 나를 위로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힘이 되어 주고 싶은 것 같다. 그런데... 그 방법을 모르신다. 나를 위로하고 싶어 하는데 방법을 모르셔서, 나를 보면 어쩔 줄 몰라하신다.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어서 말씀을 하시는데 더듬더듬 조심하게 말씀하신다. 이전처럼 '너 탓이야'라고 나에게 험한 말이 나갈까 봐 그런 것 같다. 



부모님이 나의 눈치를 보면서 더듬더듬 조심히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화가 나서 미쳐버린다. 부모님을 이렇게 만든 나 자신에 대한 자책 때문이다. 나의 눈치를 보는 부모님을 태어나서 처음 본다. 부모님이 더 작아 보인다. '내가 제대로 살아왔다면... 부모님의 이런 모습을 보지 않았을 텐데' 하는 마음에 자책이 생긴다. 분노, 짜증, 슬픔, 허탈함, 미안함 등등 의 감정들이 나에게 물 밀듯이 밀려온다. 나 자신을 막 때리고 싶다. 부모님께 너무 미안해서 말이다.



무슨 말을 해주고 싶어하는데, 아무말도 못하고 계신 부모님과 나 사이에는 어색한 분위기와 정적이 흐른다. 직장 내 괴롭힘은 가정마저도 이렇게 무너트린다. 나와 관계된 것들이 하나하나 무너져 내려간다. 이 서서히 무너져 가는 과정을 다 지켜본다. 이는 맨 정신으로 못 버틴다. 내가 앞서서 말하지 않았는가? 고통을 줄이기 위해, 편해지기 위해 삶을 마감하는 그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고 말이다. 



그 심정이란 소중한 사람들마저 무너져 내려가는 것이, 모두 다 나 때문이라는 자책감이다. 나만 없었으면 좋았을껄 하는 자책이다.



아마 이런 비슷한 상황이 영화나 드라마에 있었던 것으로 안다. 영화 제목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안 좋은 일을 겪고 온 자녀가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눈치상 자녀가 안좋은 일을 겪고 온 것을 안다. 늙은 어머니가 자녀를 보고 머뭇머뭇하더니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어서 오렴, 밥은 먹었니?"

"밥 차려 줄까?"



내가 이 대사를 마음 깊이 이해할 줄이야... 안 좋은 일을 겪은 자녀에게 늙은 어머니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밥은 먹었니?' 밖에 없는 것이다. 걱정은 되는데 위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하는 말이다. 



아마 영화에서는 "지금 밥이 넘어가요??!!" 하고 아들이 소리를 질렀던 거 같다. 그러고는 집안의 장롱이며 다 떄려 부신다. 그러면 늙은 어머니는 축 처진 상태로 아무 말도 못 하고 계신다. 축 처진 어머니를 보고 아들이 미안한 마음과 자책감에 "무슨 말이라도 해봐요 좀!!!" 하고 더 소리를 지르기도 했던 것 같다. 



사실 이 상황은 나도 비슷하게 겪었다. 그래서 마음속 깊이 이해한다. 하...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다. 그냥 얌전히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을 먹으면 되는데...  그러지 못했다. 나도 영화의 주인공과 비슷하게 행동하였고, 어머니의 축 처진 모습을 봐야만 했다. 나는 진짜 썩을 놈이다.



나의 부모님은 평생 장사만 하셔서 가족과 대화를 하며 보내는 일이 적었는데, 가족과 어떤 대화를 하고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하는지 어찌 알겠는가... 






나는 사장님의 ' 부모님도 이 상황을 아시나요?'라는 대한 질문의 답변을 해야만 했다.



내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신과 약을 먹고 있는 것을 아신 후로, 나를 대하는 아버지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셨다. 아버지의 이러한 변화를 내 감정과 함께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앞서서 이야기 한 상황이 다시 생각이 났다. 그래서 아마 이때 울면서 말했던 것 같다. 나의 충혈된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네 알고 계십니다. 사실 신고 후 걱정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다가 울면서 잠드는 날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신과 약을 먹고 겨우 잠이 들고 있어요. 제 이런 변화를 느낀 부모님을 보는 게 너무나도 가슴이 아픕니다. 특히 아버님이 변하신 게 너무 슬픕니다. 



아버지는 분명 저에게 위로의 말이라도 해주고 싶은 신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위로를 해야 할지 안절부절 못 하시고, 저를 보며 가만히 서 게시다가 결국 아무 말씀도 못하십니다. 그러고는 씁쓸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저에게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이시더라고요. 그 후 뒤돌아서서 일하러 가시는 아버님의 축 처진 등을 보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사장님은 조용히 나의 말을 듣더니, 한 동안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입술을 꾹 지긋이 닫고 계셨던 것 같다.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 때문에 사장님의 표정을 자세히 보지는 못하였다. 과연 '사장님은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하는 의문은 아직도 남아 있다. 



사장님도 누군가의 아버지이니 본인의 자녀를 생각하셨으려나? 하는 추측만 가지고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사장님이 이야기를 하셨다. 사실 사장님은 또 다시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부모님에 대한 대화는 여기서 끝이 났다. 화제를 돌린 이유는 아마 나의 아버지처럼 나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지 않으려나 싶다.






저번에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우리 윗 세대의 이러한 표현 방식을 이해한다.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공감과 위로? 이렇게 사람의 감정을 존중한다는 개념이 없었다. 정말 아예 없었다. 약하면 지는 것이다. 잡아 먹히는 것이다. 우울증? 이런 단어도 없었다. 심리치료라는 단어도 없었다. 정신의학과는 미친 사람들이 가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던 시대이다. 회사는 전쟁터였고, 살아남는 게 급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이야기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보다,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게 우선인 시대였다. 나는 20살이 넘을 때까지 가족여행을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 어디 가서 가족사진을 찍은 기억도 없다. 활동 반경은 늘 집과 동네였다. 



어렸을 때는 가족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은 정말 드물었다. 명절에 시골을 다녀오는 것이 아닌 이상 말이다. 어떤 잘 사는 집 친구는 가족여행을 다녀와서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한 번도 못 다녀와서 어린 마음에 서운했던 기억이 있다. 부모님께 우리도 가족 여행 가자고 졸라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정한 목소리의 '안돼!'라는 말 밖에 없었다. 대부분이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이야기를 통한 공감과 위로가 중요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신 분들이 누군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는 것은 정말 많이 노력하신 것이다. 평생을 살아가던 방식과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정말 고된 노력이 필요하다. 



무의식에 깊게 박혀버린 경험 때문에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내가 문제 상황에서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책'하는 습관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물론, 죽을 뻔 한 사고를 겪고 나면 조금 바뀌기는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내가 요즘 조금씩 바뀌고 있다. 




누군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할 때 '너 왜 그래? 죽을 때 된 거 아냐?' 이런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윗세대, 즉 나의 아버지나 사장님이 아니면 사회의 또 다른 분들이 공감이나 위로의 말을 못 한다고 하여 '매정하다', '너무하다', '일 밖에 모른다' 등으로 비난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이해 못 했지만, 지금은 이해한다. 이번 일을 겪으며 부모님의 태도 변화를 보고 나니 이해를 할 수가 있었다.






다시 사장님과의 대화로 돌아가겠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음과 같이 마무리되었다.



"제가 조사를 진행하는 인사과에 관여할 권한은 없어요. 신고는 절차대로 진행될 거예요. ㅇㅇㅇ 대리 가 어떠한 사람인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물론 '가해자' 와도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에요. 몸 관리 잘해요"



사장님은 마지막까지 부드러운 말투로 말씀해 주셨다. 계속 부드러운 말투여서, 나한테만 부드러운지 원래 이런 말투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사장님과의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나는 사장님 방에서 나와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였다. 상기된 얼굴과, 붉어진 눈을 찬물로 식히기 위해서였다. 아직 날씨가 추운 2월 중순, 겨울 끝 무렵에 나는 얼굴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찬물로 세수를 했다. 손은 시려웠으나 얼굴은 시원했다.



사장님은 인사과에 관여할 권한은 없으셨지만, 인사과에 한마디는 해주셨다. 이 이야기는 인사과와 면담을 진행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담당자가 잠시 언급한 적이 있다. 정말 한 순간 언급했다. 본인도 모르게 입에서 나왔을 것 같다. 



그래서 사장님이 인사과에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알게 되었다.

                     

이전 11화 [10] 직장 내 괴롭힘 신고 후 첫 출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