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가, 당신 아이의 아빠가 되었을 때

by Asparagus


이따금 미혼인 동생들이 나에게 묻곤 한다.

“언니, 어떤 남자랑 결혼해야 해요?”


그럴 때마다 나는 잠시 멈춘다.

솔직히 말해, 나는 연애가 늘 순탄하지 않았다.

항상 어딘가 삐걱거렸고,

사랑을 하면 늘 조금 피곤해졌다.


데이트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

편의점에 들러 맥주 한 캔과 과자를 사서

혼자 TV를 보며 ‘역시 혼자가 최곤가’

그런 생각을 한 백 번쯤은 했다.


그래서 “이런 남자 만나면 잘살아”

그런 말을 자신 있게 할 처지는 아니다.


하지만 요즘, 하나 확실하게 알게 됐다.

결혼 상대를 고를 때,

‘이 사람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까?’보다

‘이 사람이 내 아이의 아빠가 되면 어떨까?’

그걸 그려보는 게 훨씬 현실적이라는 것.


육아를 하다 보면 긴 인내심이 필요하다.

인내의 끝자락에 손가락이 걸릴 즈음,

남자는 의외로 감정을 배제한 채 아이를 단호히 훈육한다.

그리고 또 바로 아들을 웃게 만든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어이가 없고,

조금은 부럽다.


육아휴직이 길어져 그가 외벌이 또한 길어졌을때도

“내가 가장인데 당연하지”라며 담담했다.

희생이라 부르기엔 너무 태연해서,

괜히 미안했다.


본인도 하루 종일 일하고 들어와 피곤할 텐데,

씻지도 않고 아이랑 비행기놀이를 한다.

등 위에 아이가 매달려 깔깔대면

나는 빨래 개던 손을 멈추고 그 모습을 본다.

‘참 좋은 아빠구나’ 하고 고마움이 조용히 가슴 안에서 피어오른다.


연애할 땐 조금 심심한 사람이라고,

진짜 선물 센스 없다고 핀잔을 줬는데

지금은 그런 게 하나도 필요 없다.

항상 음식물쓰레기 버려주고,

쌓인 젖병을 씻어주는 손이 더 믿음직하다.


결혼은 함께 현실을 살아가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그 남자가, 당신의 아이 아빠가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 것 같아?”


남자들에게도 똑같이 말하고 싶다.

그 예쁜 여자친구가,

당신 아이의 엄마가 되었을 때 어떤 얼굴일지 상상해보라고.


지금은 하이힐에 향수 뿌리는 살랑살랑한 여자친구지만,

그녀가 엄마가 됐을 때를 떠올려보라.


“아기 응가했나 봐!” 하며

머리를 대충 묶고 한 손엔 물티슈, 한 손엔 아기를 안고

화장실로 전력질주하는 그녀.


밤새 잠을 못 자 다크서클이 고급 아이라이너처럼 내려왔는데도,

아기랑 눈 마주치면 피식 웃는 그 얼굴.

그 장면이 낯설지 않고,

‘그래, 저 사람이라면 내 옆에 있어도 괜찮겠다’

그렇게 느껴진다면—

그건 꽤 좋은 신호다.


결혼은 ‘팀을 꾸리는 일’이고,

육아는 ‘팀워크를 발휘하는 일’이기때문이다.


그래서 또 누가 묻는다.

“언니, 어떤 남자랑 결혼해야 해요?”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말한다.
“그 남자가, 당신 아이의 아빠가 되었을 때
모습이 괜찮을 것 같으면— 해.”


사랑은 반짝이는 순간으로 시작되지만,
결혼은 그 반짝임이 꺼진 뒤에도

따뜻한 불빛을 남길 수 있는 사람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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