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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연못 Mar 15. 2024

가장 진실한 달빛

내가 세상에 태어나 호흡하기 시작한 순간을 목격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앞에서 나는 비명을 지르며 울었고 그들은 그런 나를 축하해 줬다. 그러나 내 호흡이 멈추어 이곳을 떠나는 때를 아는 이는 없으며 터져 나오지 못한 억눌린 비명과 고통이 가득 찬 내 몸을 알아보는 이도 없다.


내 영혼의 가지를 꺾는 손가락…..


내가 죽은 후에 신은 나를 천천히, 어쩌면 빠르게 잊을 것이다. 그는 나의 무엇을 가장 먼저 잊어버릴까.

신에게 잊혀 살과 내장이 썩어갈 때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를까. 신은 그에게 기도하던 내 목소리를 가장 먼저 잊을 것이다.

신이 잊어야만 한다면 그가 가장 마지막으로 잊어야 하는 것은 벗어날 수 없는 절망에 복종해 버린 나의 삶과 운명이다. 신이시여, 내 힘으로는 도저히 벗을 수 없었던 무겁고 단단했던 절망의 갑옷을 벗겨주기를. 가볍게 날아갈 수 있기를.

신이 내 기도를 마지막으로 들어줄 수 있다면 잠들고 고요한 세상에서만 볼 수 있는 가장 진실된 달빛을 내가 떠나는 길에 남겨주기를. 나의 뼈에 남아 붙어있는 아주 작은 썩은 살점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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