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재미있는 것을 알기 전에 책에 흠뻑 빠지게 하자
얼마 전 아이들과 병원을 갔는데 6~7개월 정도 되어 보이는 아기의 유모차에 패드가 제대로 장착되어 있고 뽀로로가 계속 흘러나왔다. 우리 둘째가 그 영상을 보고 있길래 얼핏 보면서 저 어린 아기에게 영상은 너무 이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어린 시기부터 미디어를 노출시키면 아이는 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것을 찾게 될 것이다. 미디어의 위험성이 많이 알려지고 조심하는 사람도 있지만 주변에 보면 내가 아기 키울 때보다 더 영상을 보는 아기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니 내가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어준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시작한 것이 이긴다! 무조건 먼저 시작하고, 많이 한 것이 이깁니다. 독서와 같이 의미 잇고 유용한 활동을 먼저 자리 잡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독은 예방이 최선입니다.”
<초등 독서의 모든 것>
지난주 읽은 책의 이 구절을 보고 내 경험을 바탕으로 아 정말 그렇다는 걸 깨달았다. 나도 미디어를 노출시킨다. 집에서는 영어로만 보긴 하지만 요일을 정해서 원하는 유튜브 영상도 보게 한다. 또, 좋은 건 아니지만 식당에서 핸드폰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은 미디어에 중독되었다거나 책을 멀리하거나 영상에만 빠져있지 않다. 정해진 시간에만 미디어를 사용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기가 놀이를 하거나 책을 읽어달라고 가져온다. 그것은 내가 아기 때부터 책을 꾸준히 읽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책만 읽을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박물관을 가도 친구네 집을 가도 흥미 있는 놀이가 끝나면 책을 가져온다.
나도 첫째만 키울 때 둘째를 임신 중이어서 많이는 아니지만 ebs 또는 뽀로로 영상을 어린이집 등, 하원 시간에 보여주었었다. 제대로 시간을 정해서 본 건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힘들어 넷플릭스를 가입하고 영어영상을 보게 된 것이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그때도 생각해 보면 한글영상으로 본다고 떼를 쓰며 영어영상을 거부한 적이 없다. 아이가 궁금해하면 왜 영어영상을 보아야 하는지 설명해 주었다.
한 번 볼 때 60분을 정해서 보는데 물론 끄는 걸 아쉬워한다. 하지만 더 보겠다고 울거나 떼를 쓴 적이 없다.
끝나기 몇 분 전에 조금 있으면 끝날 거라고 말해주거나 타이머가 울리면 알아서 끈다. 자기가 더 보고 싶어도 절제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것들이 아이들이 그렇게 태어나서가 아니라 내가 책을 먼저 충분히 읽어준 후에 미디어를 노출했기 때문이다. 미디어뿐만 아니라 미디어가 끝나도 책을 읽고 놀이를 하면 된다는 생각이 아이에게 자리 잡힌 것이 영향이 있다.
사실 첫째의 미디어로 고민한 적이 있었다. 내가 미리 아이가 볼 영상목록을 찾아본 다음 아이에게 유튜브 영상을 제공해 주었어야 했다. 그런데 6세 말에 즉흥적으로 영어영상을 폭넓게 보여주겠다고 유튜브에서 포켓몬을 검색해서 보는데 영어영상을 찾기도 어렵고 자꾸 연관 영상이 뜨는 것이다. 그때 보여주다 끄면 몇 번 아이가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 끝에 아이와 저녁에 대화를 나누었었다. 엄마가 유튜브 보라고 틀어주고 갑자기 안 된다고 막아버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네가 중독되는 것이 두려웠고 영상을 많이 보면 안 좋은 점들이 많아서 염려되었다고. 최근에 네가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서 걱정이 되는 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말이다. 6세인 아이인데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말해주었다. 그래서 아이가 월, 수, 토에만 포켓몬을 보겠다고 정했다. 그래서 우리는 월, 수, 토에 넷플릭스 영상을 보고 10분을 유튜브에서 원하는 걸 보게 한다. 그리고 그 이후 단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1년 넘게 잘 지키고 있다.
요즘은 아이를 키우면서 스마트폰, 유튜브 이런 것들이 가장 걱정되는 것들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할 때가 되면 해야 한다. 하지만 그전에 더 유익하고 덜 재미있는 것에 익숙하고 재미있게 해 주어야 하는 게 부모의 역할일 것이다. 책의 재미를 아는 아이는 티브이를 보고도 책을 볼 수 있다. 또 어떤 면에서는 티브이보다 책을 더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다. 시기가 되면 미디어도 노출하고 게임도 한다. 그전에 엄마가 책을 충분히 접하게 하여 아이가 조절할 수 있게 하고 미디어뿐 아니라 더 재미있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하면 균형을 맞춰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