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둘일 때 책육아하는 법
첫째가 책을 읽어달라고 가져온다. 읽어주고 있으면 둘째가 얼른 자기가 원하는 책을 가져와서 나도 읽어달라고 한다. 이럴 때 정말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 첫째만 있을 때는 한 아이에게만 초점을 맞추어서 수월했던 듯하다. 그런데 둘이 되니 쉽지가 않았고 두 아이를 충족시키기가 어려워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나름의 방법을 터득해 두 아이 모두 잘 키우기 위한 책육아를 진행 중이기에 방법을 정리해 보았다.
아이가 둘일 때 첫 번째 환경과 방법은 첫째가 많이 본 책은 따로 보관해서 둘째 시기에 맞추어 꺼내주기이다. 나는 엄마표 책육아로 첫째가 아기였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줬다. 어느 순간 집에 책이 많아졌지만 다 정리하지 않고 항상 둘째까지 가질 생각이었기 때문에 보관했다. 대신에 수준에 맞지 않는다 싶은 건 베란다에 빼 놓았다. 둘째가 백일이 지나면서부터 전집 한 질 씩 꺼내서 여러 번 보면 나누어주거나 버리거나 정리를 시작했다. 둘째는 자기만의 책이라 여겨서 잘 보고, 첫째는 오랜만에 꺼내오니 새로워서 잘 보고 일석이조였다.
두 번째 환경과 방법은 엄마가 각자의 따로 책 읽는 시간을 마련해 주기이다.
아무래도 첫째 위주로 엄마표 책육아가 많이 진행이 된다. 첫째 책이 글밥도 길고 책을 더 많이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럴 때 둘째는 엄마를 뺏긴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서 더 자기주장을 펼치는 듯했다. 어느 순간 엄마가 형 책 읽어주는 게 싫다는 말을 아가가 해서 놀라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는 둘째랑 둘만 있을 때 둘째를 위해 실컷 책을 읽어주었다. 예를 들어, 아프거나 해서 둘째만 데리고 있는 경우, 아침에 둘째만 일찍 일어났을 때 등은 둘째 책 읽어주는 데 시간을 많이 보냈다. 그럼 30분도 거뜬히 옆에 앉아서 보았다. 엄마가 힘들기는 하지만 아이의 정서도 중요하기에 조금 더 노력했다.
세 번째 환경과 방법은 순서를 정해서 번갈아 읽어주기이다.
둘째가 크면서 둘이 경쟁이 붙는지 형아가 책을 가져오면 그걸 같이 보지 않고 얼른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가져왔다. 그럼 첫째는 또 가져오고 반복이 되어 책만 쌓였다. 그래서 이럴 때는 규칙을 정했다. 형아 꺼 읽으면 다음은 동생 거, 동생 거 읽은 후에는 형아 꺼 순서를 정해서 읽어주었다. 자기 거만 계속 읽어달라고 하는데 몇 번 말하니 기다려주는 모습이 보였다. 이러면서 아이도 양보하는 법, 차례 지키는 법 등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부분을 배우지 않았나 싶다.
네 번째 환경과 방법은 밥 먹는 시간을 활용하기이다.
밥 먹는 시간을 활용하게 된 건 5살이던 첫째가 영어책을 거부하면서 시작되었다. 밥 먹을 때는 심심하니 무엇이든 보니까 영어책을 3권씩 읽어주었는데 그러니 한글책을 가지고 오기 시작했다. 읽어주다 보니 둘째랑 같이 케어해서 첫째의 책을 다양하게 읽어주지 못했는데 이 시간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잘 안 보는 책을 밥 먹는 시간에 읽어주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둘째가 3살이어서 형아 책이니까 자기는 막 돌아다니며 놀기도 했다. 그런데 이걸 1년을 넘게 하고 둘째가 4살이 되니 어떤 책을 가져와도 이제 앉아서 끝까지 잘 본다.
다섯 번째 환경과 방법은 잠자리 독서는 필수이다. 둘째를 위한 시간을 내기는 참 어렵다. 그리고 어느 순간 둘째가 식물책만 보느라 다양한 책을 보지 않았다. 그래서 잠자리 시간에는 둘째의 수준에 맞추어 읽어주고 있다. 잠자리 독서도 초반에는 형아책 위주로 읽어주니 혼자 물 마시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제 어느 정도 수준이 된 건지, 재미있는 건지 끝까지 옆에 누워서 잘 본다.
여섯 번째 환경과 방법은 각자의 취향과 성향을 존중해 주기이다.
같은 뱃속에서 나왔는데 둘이 참 다르다~라는 말이 있다. 둘 키우면서 실감하는 말이다. 성향이 책 읽는데서도 다르다. 첫째는 아가 때부터 자연관찰 중 바다동물, 공룡을 좋아했다. 그리고 반복을 싫어해서 웬만하면 한 번 봤던 건 다시 안 보고 시간이 지나서 읽어줘야 했다. 호기심이 강하고 집중력이 짧은 편이라 재미요소도 많이 찾았다. 그런데 둘째는 자연관찰 중 식물을 너무 좋아했다. 하나의 책을 반복해서 보는 걸 좋아한다. 또 엄마가 읽어주었는데 재미있었으면 다시 그 책을 찾아서 혼자 보는 걸 좋아했다. 그럼 그에 맞게 환경을 만들어준다. 첫째를 위해서는 책의 위치를 자주 바꾸어 준다. 여러 번 읽으면 다른 장소로 빼거나 새로운 책을 주기적으로 넣어준다. 둘째를 위해서는 좋아하는 책은 찾기 쉽게 위치를 잘 바꾸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알아서 잘 보는 아이는 극히 드물다. 어른인 우리도 티브이나 핸드폰이 책 보다 재미있지 않은가? 또 요즘 아이들은 장난감이며 영상이며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아이가 어느 정도 습관이 잡히고 책 읽는 재미에 빠지기까지는 엄마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특히 아이가 둘일 때는 엄마의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스스로 자기가 원하는 책 골라서 읽을 때까지 엄마표 책육아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