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둥이 : 2016년생, 첫째(남아), 둘째(남아), 막내(여아)
삼둥이들에게 한시절 유행하는 노래가 있다. 삼둥이들은 아직 아이돌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그런 유형의 노래는 아니다. 거의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들었던 노래일 듯한데 당연히 현시대의 유행과는 동떨어진 노래이다. 아마도 다른 집의 아이들에게도 한 번씩은 유행하고, 중독됐던 노래들이지 않을까 싶다. 유아들이 ‘멋쟁이 토마토’, ‘아기상어’를 떼창하듯 7, 8세에게도 그런 노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작년 우리 삼둥이를 사로잡고 현재도 좋아하는 노래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다. 어린이집에서 들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 노래를 부를 때 뭔가 비장하고, 눈을 똘망똘망하면서 부르는 것이 포인트이다. 이 노래를 셋이 불렀을 때 나는 마치 세 명의 독립투사, 세 명의 애국자를 배출한 어머니가 된듯한 기분이었다. 어린이 셋은 전쟁에 출정하는 군인들처럼 비장하게 이 노래를 부른다.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단군할아버지가 편찮으시고!”
예??? 단군할아버지가 어쨌다구요? 복잡한 이 노래의 가사를 아이들은 전혀 숙지하지 못 했으므로-1년이 지난 현재도 그렇다.- 계속 앞부분만 부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단군할아버지가 편찮으시고!”
아아, 그쵸, 그쵸. 단군할아버지가 그럴만도 하죠. 나라를 세우시느라고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아무리 비범하게 태어나신 분이라도 병 날만 하죠. 그래서 편찮으셨구나…….
아이들은 끊임없이 ‘편찮으시고!’를 외쳐댔고, 나는 편찮으셨고 1회에 1폭소였다. 그리고 너무 웃겼기 때문에 진짜 가사를 알려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현재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 내가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깔깔대기 때문에 막내는 나를 보며 살짝 눈짓하고는 말했다.
“어휴, 엄마는 우리가 이 노래만 부르면 웃더라아~~”
나를 사로잡은 이 노래의 가사는 사람에 대해 단호한 평가를 한다. 위인이라고 나오는 이 가사의 등장인물들도 자기 부분을 들으면 깜놀해서 일어나실 것이다. 가사는 단호하고 얄짤 없다. 말 목 자른 김유신!에서 한 번 어이쿠 했던 나의 마음은 안중근은 애국! 이완용은 매국! 역사는 흐른다!에서 정점을 이룬다. 이렇게 간결하고 명확하다니.
또 백 번 양보해 많은 위인들을 위인이라고 간신히 참겠는데 이수일과 심순애에 이르러서는 또 한 번 갸웃하고 마는 것이다. 여러모로 우리 집안의 논란의 노래다.
이밖에 초1 삼둥이가 즐겨 부르는 노래로는 이런 것들이 있다.
안예은 ‘문어의 꿈’
21학번 ‘스티커 사진’
이무진 ‘신호등’
박학기 ‘비타민’
‘독도는 우리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