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은 본연의 모습이
그 어느 것보다도 담백하다
일부러 덧입혀진 것이 없기에
그래서 더 오롯한 향기를 가졌다
소화할 수 있는 간격으로 중심을 지키고
단단한 무게로 나를 포근히 안는다
품에 포옥 들어맞을 수 있는 건
내 속의 깊음과 높음을
가지런히 마주해 주기 때문이다
꾸밈없는 때깔에는 단조로움이 묻어있어
꽤나 내 표정을 간지럽힌다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말들이
원래부터 내 곁을 감돌고 있었다는 듯이
그렇게 가장 적당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나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아무 계산 없이 사랑했다. 사랑하는 마음은 무럭무럭 자랐고 그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존재가 되어 나의 일상에 콕 눌러앉았다.
내 이상형은 멋 부리거나 잘난 척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창문에 비친 모습을 보고 머리를 다듬는 사람을 볼 때면 너무 본인에게 심취한 것 같아서 싫었다. 거창한 말들로 허풍 떠는 사람이 유독 유치해 보이고 오글거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사람을 보는 내면의 기준이 깐깐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꾸밈없는 담백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좋았다. 오히려 기름기 없는 솔직한 모습에서 그만의 향기가 느껴졌다.
어릴 때 나는 감정을 다스리는 요령이 부족했다. 한 번 감정이 깊어지면 날 것 그대로를 느끼다가도 가끔은 금방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나에 비해 그는 감정이 크게 요동하지 않아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건강하게 소화할 수 있는 어른스러운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의 감정이 일정한 직선 위에 잔잔히 머물러 있어 내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도 단단한 중심줄이 되어 나를 포근히 잡아주는 것 같았다. 솔직한 이야기들에 경청하는 그는 내가 어떤 감정선을 느끼는 중이더라도 언제나 그 자리에 마중 나와있는 것처럼 따듯했다.
비슷하게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이 지루하다기보다 편안한 안정감을 주었다. 잔잔한 만큼 작은 물장구 한 번에 재미난 웃음들이 큰 파장으로 퍼트려졌으니까. 오래전부터 내 곁에 있었던 사람처럼 그의 모든 말과 행동이 적당히 흡수되고 내 옆 자리에 꼭 들어맞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렇게 스며들듯 그는 당연히 내게 소중한 사람, 곧 나의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