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쯤 떠오르는 기억

by 낑깡이

크리스마스라고 오랜만에 서울로 데이트를 나갔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사람들 속에서 연말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다.

예상대로 사람들이 많이 모였는지 주차장 입구부터 시간을 많이 보냈다.

백화점으로 들어가자마자 미리 봐둔 레스토랑으로 갔는데 이미 웨이팅이 밀려 있었다.

대기 번호를 받고 주변을 구경하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옷을 구경하고, 대형 트리가 있는 곳에서 사진도 찍고 두 시간을 보냈지만 우리 차례는 오지 않았다.

허기를 달래려고 간단한 주전부리도 먹었지만 하루 종일 밥을 못 먹은 애인은 슬슬 짜증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더 기다리긴 힘들 것 같다고 말하기에 아쉽지만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식당가는 이미 만석이였고 대기를 받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하는 수 없이 푸드코트로 가서 겨우 밥을 먹었다.

마음은 상했지만 싸우고 싶지도 않고 그냥 좋게 넘어가자고 생각하며 이제 조금씩 마음정리를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기운 없는 내 모습이 신경 쓰였는지 영화라도 보고 들어가자고 했다.

상했던 마음이 금세 풀려버렸다.




데이트를 하며 나라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하지 않을 텐데 하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그래도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 시작부터 우리의 마음은 같지 않았다.

한쪽은 너무 넘쳐서 어쩔 줄 몰랐고 다른 한쪽은 시작을 해도 될지 헷갈릴 정도의 마음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커져 가는 게 느껴졌다.

먼저 찾아오거나 표현하는 일은 없었지만 내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와 주곤 했으니까, 표현하는 게 서툴다는 말을 믿었다.

혹시 마음이 변해버린 건 아닐까 걱정이 될 때도 있었지만 애써 모른 척했다.



연애를 쉬고 싶어. 혼자 시간을 좀 보내야 할 것 같아. 이대로 지내면 후회할 것 같고

하고 싶은 공부도 있고, 미래를 준비하고 싶어.

저녁시간 주말을 마무리하고 있던 나는 제대로 확인할 수 조차 없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오 개월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함께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숙소 예약도 끝난 마당에 이별을 고했었다.

너무하다고 생각했었다. 이별통보 마저 배려가 없구나.

그땐 충격이 너무 컸고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미 마음을 먹은 것 같았지만 그래도 잡았다.

처음엔 미안하다며 잡히지 않았지만 나의 설득에 맘이 약해졌는지 마음을 고쳤다.

그 후로 늘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한편으론 나도 정리해야지 하는 마음이 있기도 했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잡고 싶은 건지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은 건지 나도 생각정리가 필요했다.

문자를 읽고 또 읽었다.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래도 답을 내릴 수가 없어서 답장을 하지 못했다.

바로 답장을 하면 단호하게 거절하고 혼자 맘 편히 잘 것 같아서 일부러 안 하기도 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서인지 밤새 울거나 잠을 설치거나 그러진 않았다.



다음날 얼굴 보고 얘기해야겠다 생각하다 늦은 오후에 답장을 보냈다.

나는 아직 끝내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설득하는 내용으로 보냈다.

지난번이랑은 달랐다.

원망하고 슬퍼하고 감정적인 호소가 아니라 내 생각을 말했다.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은 눈물도 나지 않고 슬프지도 않았다.

밤늦게 다시 문자를 받고 나니 눈물이 났다.

사실 문자를 보내고 내 걱정에 잠을 못 잤다고 했다. 힘들어할 것을 아니까 신경이 쓰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단호했다. 처음 문자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를 우선순위를 두는걸 못 봤었는데 , 무언가 포기해야 할 순간이 오니 내가 제일 먼저 선택된 것이

서럽고 속상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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