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다 Apr 27. 2022

갈등 너머에 있는 것

초등 또래 공감학교 6회 차

"아 이거 재미없어요. 딴 거 해요"


이상한 일입니다. 분명 재미있게 놀았는데 아이들은 이러쿵 저러쿵 불만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함께 놀았던 아이들 중에서도 나름 재미있었던 아이들은 조용하고 

힘들었던 아이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불만족스러움을 표현합니다. 


아이들이 그룹에서 리더를 향해 불만족스러움을 표현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만큼 아이들이 이 그룹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감정은 따로 놉니다. 

아이들 하나하나 떠올리며 미리 준비하고 수 없이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해 보고 정한 프로그램입니다. 

"재미없어요" 이 한마디에 그간의 수고가 무시되는 것 같아 야속한 마음입니다. 

집단상담 15년 넘는 내공도 이럴 땐 살짝 바닥이 보입니다. 


집단을 마치고 혼자 앉아서 조용히 그룹을 복기해 봅니다. 

좁은 속을 추르 스며 내가 함께 한 그룹이 아이들에게 자유롭고 안전한 공간이 된 것을 상기해 봅니다. 

역시 불만은 조용히 무마되는 것보다 목소리를 가졌을 때가 더 좋습니다. 




갈등은 아이들 사이에서도 나타납니다. 

팀을 이루어 만들어 내야 하는 작업을 하다가 서로 맞지 않을 때

서로에 대한 원망과 답답함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룹이 갈등하며 삐걱거릴 때, 리더의 마음도 삐걱거립니다. 

신속하게 중재하고 봉합하고 싶은 유혹이 넘실댑니다.


그러나 비가 오고 진흙탕이 되는 과정이 없이 단단한 땅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비를 맞고 흙탕물 속에서 뒹굴어야 합니다. 


날은 덥고 두 시간 연속 긴장하며 목을 많이 썼더니 몸이 축 가라앉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저마다 다른 입장에서 자기 목소리를 냈다는 것은 축하할 일입니다. 

'나 여기 있어요!'라고 손을 번쩍 들며 이야기했고 

그것을 리더인 저도 귀담아듣고 그룹도 같이 들었습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갈등 너머에 쑥쑥 자라는 아이들의 마음이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우열을 가리면 마음을 닫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