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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쥬르 Jan 29. 2024

2023년 겨울 한국 방문 Recap #1


한 달 동안 겨울잠을 잤던 나의 브런치. 꽁꽁 얼어붙은 이 공간에 온기를 무슨 이야기로 불어넣을지 망설였다. 얼마 전 요가 워크숍에 갔던 이야기를 써야 하나, 이번 겨울 한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써야 하나, 새로운 주제로 에피소드를 시작할까 서성였다.


이래서 다들 꾸준한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하나 보다. 요가를 한참 동안 안 하면 마치 요가 근육을 잃어버린 듯 느끼는 것처럼, 글쓰기를 잠시 놓았더니 글 쓰는 근육을 잃어버리지 않았나 살짝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여러 플랫폼에 기록하며 키운 미미한 글 근육이 아직 남아있으리라 믿으며… 올해 첫 브런치 글을 남긴다.


어느 때보다 오프라인 삶에 충실했던 지난 한 달이었다. 연말을 맞아 한국에 갔고, 가족, 지인과의 캐치업 외 요가 수련과 잦은 병원 방문이 틈새로 들어오며 일정이 더 촘촘하게 채워져 갔다. 일 년 동안 기대했던 시간이기에 몸이 무지하게 바빴던 것만 빼면 매 순간이 감사했다.


한 달이 지나고 나니 개별 사건이 모여, 한국에서 연말에 뭘 하며 살았는지 제법 큰 뭉치가 보인다. 무엇보다 가족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따뜻한 겨울을 보내 감사했다. 정해 놓은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도 많이 했으나 무사히 여정을 마치고 미국에 왔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백설기 같은 눈을 맞으며 뽀득뽀득 눈길을 밟고 다녔는데, 겨울비로 촉촉해진 캘리포니아 땅을 밟고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크리스마스 & 연말 분위기 물씬 나는 한국의 12월


1. 지구 건너편 요가 수련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한 것은 바로 요가원 방문이었다. 블로그로 검색해 발견한 요가원을 찾아 첫 수업을 듣고 이곳이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다. 정규 수업과 스페셜 클래스를 신청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스페셜 클래스 참가자가 모두 요가 선생님들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별걱정 없이 참가했다가 따라가지 못할까 두려움이 몰려오던 순간도 있었지만, 미국과는 다른 티칭 스타일과 수련 문화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 요가 매트 위에 앉으면 따뜻함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온돌바닥이 벌써 그립다.


하타 인텐시브 후 다과 시간, 정갈한 요가원 풍경 - 요가 매트 보관함을 마련하는 등 수련생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2. 새벽을 깨우는 아쉬탕가 마이솔 수련,
다과와 함께 한 하타 인텐시브 클래스

각자의 요가 매트에서 조용하면서 파워풀한 호흡으로 토요일 새벽을 함께 깨우던 아쉬탕기* 선생님들, 하타 인텐시브 후에 가졌던 다과 시간의 다정함, 정규 수업에서 만난 열정적인 요가 수련자들, 한국 요가원에서 보낸 시간은 내게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쉬탕기: 아쉬탕가 요가 수련자)


아쉬탕가의 ‘아’ 자도 모르고 참가한 마이솔 수련에서는 선생님께 무지하게 꾸중을 듣기도 했다. 중간에 물 마셔도 안 되고, 머리나 옷매무새를 만져도 안 되며, 같은 동작을 반복해 다듬어도 안 된다는 걸 세 번째 수련을 마치고서야 알았다. 아쉬탕가 시퀀스를 따라 호흡이 끊이지 않아야 하며 잉여 동작 없이 모든 시퀀스가 깔끔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아쉬탕가 요가의 엄격함에 놀랐고, 매력에 흠뻑 취하는 시간이었다.


“지나, 너무 여유가 없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잖아. 여유 있게 걸어가면서 중간에 바람도 느끼고 꽃 냄새도 맡아봐. 미국에 가서는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계속 수련했으면 좋겠어.”


“한 달 동안 즐겁게 수련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어요.”


지난겨울을 함께 했던 요가 선생님들의 소중한 말씀을 매일 일기장에 박제했다.


머리 박고 열중셧... ㅎㅎ shoulder pressing 에서 다리를 뒤로 넘겨 crow pose로 가서 chaturanga 하는 시퀀스
엄청 깨지고 엄청 배웠던 아쉬탕가 마이솔 수련


3. 요즘 너무 핫해… 감기, 병원 방문


낮에는 요가 수련, 밤에는 재택근무로 힘차게 시작한 첫 주가 지나고 감기란 놈이 찾아왔다. 작년엔 한 번도 감기에 걸리지 않은 신기록으로, 나름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한국은 추운 날씨에 주위에 감기가 만연했다. 가족 중 감기 환자도 있었지만, 밖에 나가면 거의 반 이상이 감기 환자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감기와 독감이 유행했다. 게다가 한 달 넘게 가는 아주 핫한 놈이었다.


오랜만에 노출된 겨울 날씨가 어색해서였는지, 다이어트로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첫 주를 너무 하드캐리 해서인지, 감기에 딱 걸려 한 달을 골골댔다. 그 와중에 스케줄을 다 소화한 게 신기하다. 감기가 낫지 않아 평생 맞은 적 없는 수액이라는 것도 맞았으니… 나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 올해부터는 내 몸을 좀 아껴 쓰기로! ㅎ 건강 서적을 몇 권 챙겨 왔다.


일 년간 미뤘던 한의원 치료도 받고 간 김에 한약도 지어먹었다. 감사하게도 실력 있는 한의사 선생님을 만나 먹거리와 수면 위생 문제도 점검했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세계 최고라는 말로 부족하다. 감탄 또 감탄했다. (의료 시스템이 열악한 이곳에서는 무척 그리울 것이다 ㅜㅠ)


100세 시대를 잘 항해하기 위한 건강 서적과 요가책 탐방 :)


하지만 한국 방문의 화룡점정은 역시나 사람들과 함께 한 소중한 시간…


그 얘기는 2편에서 계속! :)


매년 조금씩 바뀌는 청계천 루미나리에, 이번 겨울은 블링블링한 따옴표가 물결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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