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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쿨한 언니의 따뜻한 잔소리

Scene 8. 오늘따라 신경이 예민하고 저기압일 때

by 쏘쿨쏘영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날 날씨 상태에 따라 기분이 많이 좌우됨을 느낀다.

특히, 구름이 많이 끼고 흐린 날일수록, 비가 오는 날일수록 마음과 몸이 축축 처지고, 예민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서 지나치게 날이 서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자신의 감정이나 마음 상태에 대한 자기 객관화 능력이 아직 부족했던 젊은 시절, 이런 날이면 유독 짜증을 많이 내거나 쏟아붓지 않아도 될 정체 모를 화를 누군가에게 (딱히 대상이 없다면, 세상에 대해서라도) 퍼부어 대었던 것 같다.

미숙했고 어리석었던 시절이었다.

감정이 미묘하게 예민한 날, 날이 서 있는 날은 유독 마음이 더 급해진다.

누가 뒤에서 쫓아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나 혼자서만 괜히 서두르다 일을 그르친 경우들도 많았다.

불안정한 감정 상태로 인한 여러 시행착오들과 타인에 대한 실수들이 자주 발생하게 되면서, 나 스스로도 자주 자책감을 가지게 되어 힘들었다.

그런 이유들로 인해, 나는 오랜 시간에 걸쳐 나의 마음을 control 하는 능력을 기르는데 애를 써왔고, 마음공부에 노력을 계속 기울여 왔다.


그리고,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조금은 나의 현재 감정이나 마음 상태를 한 발자국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오늘 같이 날이 서고 예민해진 날, 진흙이 가라앉은 고요한 마음 상태가 아니라 흙탕물 같이 어지러운 날, 억지로 기분을 끌어올리려 애쓰지 말고 우선, 그 마음 상태 그대로 인정하자.

마음 복잡한 채로 그대로 일단 두자.

‘나, 오늘 기분이 안 좋구나. 그렇구나. 응, 그럴 수 있어.’

기분이 안 좋은 이유를 굳이 찾으려 노력하지도 말고 그냥 그대로 그 감정 상태를 인정하자.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매일 매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는 없다. 기계에도 기름칠(?)하는 수리가 필요하듯 스스로에게 마음의 기름칠을 할 시간을 허락하자.

흙탕물 속 진흙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듯이, 마음속에 일렁이는 수없이 많은 거친 생각들을 차분하게 지켜보자.


깊은 명상을 통해서도 생각들의 일렁임을 잠재울 수 있고, 심지어 화장실 양변기에 앉아서도 고요하게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런 다음, 자기를 행복하게 해 주는 소소한 것들, 예를 들어 좋아하는 (하지만 아끼느라 많이 못쓰는) 향수를 오늘은 특별히 뿌려 본다든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는 에센셜 오일을 책상 위 현무암 작은 돌 위에 뿌려, 좋은 향기를 나의 공간에 퍼지게 만들어 보자.


혹은 좋아하는 커피나 따뜻한 차를 한 잔 들이켜는 여유를 만들어 보거나, 짧은 시간이라도 맑은 공기와 밝은 햇살을 받아 보도록 산책을 해 보자.

몸에도 마음에도 달달한 것이 필요하다면, 평소에는 잘 먹지 않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하나 정도 입안에 넣어 천천히 음미해 보는 건 어떨까?

아니면, 웃음을 많이 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잠깐이라도 보도록 해보자.

그게 무엇이 되었든, 자신이 좋아하고 자기를 행복하게 해 주는 소소한 일들을 통해 침체된 기분을, 혹은 날 서있는 마음을 달래 주자.


예민해지고 마음이 어지러운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섣부른 행동이나 실수들을 불러올 수 있으니, 어지러운 마음을 어루만져 줄 자신만의 비상상비약 같은 ‘마음 챙김’의 시간을 자신에게 꼭 허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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