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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쿨한 언니의 따뜻한 잔소리

Scene 10. 취향이 있는 사람

by 쏘쿨쏘영


공기의 색감이 변해가고 있다.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상처 입어 더욱 춥고 쓸쓸했던 겨울을 보내고 나니, 성큼 다가온 따뜻한 봄이 더욱 반갑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보면, 기분이 업된 탓인지 가끔은 나도 모르게 평소에 잘 부리지 않던 허세라든가 농담을 섞은 자기애적인 표현들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돈이 삼성 이부진보다 (절대적으로) 많이 없는 거지, 보는 눈은 내가 더 좋을 걸?”이라든가,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지는 않아”라든가…….


그 친구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내가 한 말이 너무 웃겨서 계속 머릿속으로 키득키득 웃었다.

그리고, 삼성 이부진보다 좋다고 (나 혼자만) 자부하는 내 취향에 대해 글을 써보기로 했다.


소소하게 먼저, 사람에 대한 취향을 먼저 얘기해 볼까?


난, 의지가 있는 사람이 좋다.

사는 동안 누구나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들 앞에서 성공할 수도 있고 좌절할 수도 있다.

내가 말하는 ‘의지’는 좌절했을 때 더욱 그 빛을 발한다. 넘어지고 상처 입고 쓰러져도, 그리고 한동안 바닥에서 뒹굴며 괴롭다가도 다시 일어나야 한다. 그게 의지의 힘이다.


어떤 이들은, 실패한 자신의 모습 속에서 헤매며 다시 일어서지 못한 채 비관만 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난 그런 모습이 싫다.

비록 예전보다는 못한 환경에서 무언가 새로 시작해야 하는 나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인생에 대한 예의이고 책임이다.


난 웃음이 많은 사람이 좋다.

남을 비웃으며 히스테릭하게 보이는 기분 나쁜 웃음이나 비아냥이 아니라,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든 낮은 사람에게든, 어른에게든 아이에게든 웃음 띤 상냥한 모습으로 대해주는 사람이 좋다.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보는 이들에게 행복을 안겨 준다. 웃음이 많다는 것은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증거이고 삶을 활기차게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감각을 발휘하는 사람이 좋다. 다른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능력은 참으로 값진 것이다.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 굳은 인상으로 사는 것보다 웃고 사는 것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딱히 즐거운 일이 없어도 빛날 만큼 환하게 웃는 얼굴로 살자.


행동이나 몸가짐이 우아한 사람이 좋다.

걸음을 걸을 때도 자신감 있게, 당당하고 곧은 자세로 걷는 모습이 좋다. 어깨를 움츠리지 않고,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정확히 아는 사람처럼 곧게 쭉쭉 내딛는 걸음걸이가 좋다.


걸으면서 이리저리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혹은 지나가는 여자들을 흘끔흘끔 보며 걷는 것이 아니라 그림의 소실점을 응시하듯 정면을 바라보며 힘차게 걸어가야 한다.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이상한 변태들을 간혹 만날 때가 있는데, 그들의 걸음걸이가 하나같이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을 나는 간파했다.

변태의 걸음걸이라고 내가 이름을 붙였다.


변태의 걸음걸이란,

고개를 똑바로 들지 않고 머리는 항상 삐딱하게, 직선으로 걷지 않고 다리에 힘이 풀린 채 사선으로 걷는다. 다리 움직임이 매우 부자연스럽고, 눈에 초점이 없고 지나치게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갈 곳이 없는데 앞으로 억지로 가야 하는 느낌으로 걷고 있다.

그리고, 항상 여자들 뒤를 필요 이상으로 바짝 붙어서 걷는다. 길거리에서 이런 사람들을 만난다면 항상 주의하시길.


나는 좋은 목소리로 나직나직하게 말을 하는 사람이 좋다.


단전에서 우러나오는 깊고 풍부한 저음으로 말을 하면 듣는 사람도 편하고 말하는 사람도 매우 여유 있어 보인다.

지나치게 목소리가 크거나, 톤이 높거나, 쇳소리가 나거나, 교태 가득한 콧소리를 과도하게 내거나, 목소리의 높낮이가 심한 억양으로 대화를 하게 되면 짧은 시간 대화를 할지라도 피로감이 심해진다.


나직하고 여유 있는 속도로 대화를 하면 서로 간에 오해가 쌓일 일도 없다. 그리고, 나이 어린 사람에게도 예의 있게 존댓말을 쓰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는 품격 있는 사람이 좋다.

사람은, 돈이 없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품격이 없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말이나 행동에 품격이 없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품격이 없는 사람으로 인해 나도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항상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을 가까이 두는 것이 좋다.


내가 말하는 품격 있는 사람이란,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나 낮은 사람에게나 좋은 태도로 대하는 사람, 상황이 나빠져도 곁에서 함께 견뎌주고 지켜주는 사람, 그리고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에도 타인에게 관용적이고 포용하고 배려해 주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사람이다.


나는 지혜로운 사람이 좋다.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의미라기보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머리만 똑똑하고 타인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지 못하거나 배려가 부족하다면,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나려는 삶의 의지가 없다면, 지혜로운 사람이 결코 아니다.


나는 다정다감한 사람이 좋다.

험한 세상 살아가다 보면 마음 다치는 일이 다반사다.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며 살아간다, 다들.

그렇지 않아도 퍽퍽한 세상살이에, 말이나 행동 하나를 통해서라도 따스한 온기를 서로에게 주고받는 다정함을 담는다면, 어머니의 품처럼 마음까지 따뜻해져 오지 않을까? 사람의 품 안에서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사람에 대한 취향은 이쯤에서 마무리하지 않으면 왠지 한도 끝도 없이 계속될 것 같아 이만 줄이겠다, 총총.


다음, 스타일로 한번 넘어가 보자.

옷을 입는 스타일, 혹은 패션에 대한 나의 취향은, 사실 종잡을 수 없는 경향이 있다.


다만, 원칙으로 삼는 것은, 가능한 한 좋은 재질로 만든 옷을 구매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좋은 상태를 유지하며 옷을 입고자 한다면, 무조건 좋은 재질로 만든 옷으로 골라야 한다.


내가 요즘에도 즐겨 입고 있는 옷들 중에는 20년 전에 구매한 옷들도 서너 벌 된다.

처녀 시절의 몸무게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20년 전에 옷을 살 때 좋은 재질과 좋은 디자인의 옷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나, 겨울 코트나 겨울용 옷은 무조건 캐시미어 재질로 된 것만 구매한다. 보온성도 매우 좋고 가볍고 얇아 스타일을 살리기에도 좋다. 무엇보다도, 오래 입어도 소재가 주는 고급스러움을 잘 유지하는, 겨울용 의류에 제일 적합한 최상의 재질이다.

겨울 코트를 살 때 절대로 저렴한 재질의 옷을 구매하지 마시길. 싼 건 무조건 비지떡이다.


땀이 많이 나는 계절인 여름용 상의는 저렴한 얇은 티셔츠나 면 티셔츠면 충분하다. 여름용 옷으로 특별히 비싼 옷을 살 필요는 없다. 어차피 땀으로 옷들이 지저분해지면 자주 세탁해야 하고, 자주 세탁하면 옷은 망가지기 마련이다.


단, 여름용이라 할 지라도 재킷류 등은 좋은 재질,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좋은 스타일이 그 사람의 전체적인 인상을 결정해 준다.


세련되게 옷을 입는 것은 일종의 교육의 문제이고, 자신감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자신이 타고난 패션 센스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세련된 스타일로 옷을 잘 입는 방법을 찾아보고 공부해라.

패션 잡지를 꾸준히 본다거나 패션 스타일리스트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전문가들의 스타일링 팁을 배워보자.

그리고, 배운 스타일링을 하나하나 자신에게 적용하고 실천해 보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세련된 디자인의 옷을 선택하려면, 우선 너무 많은 색상이 들어간 옷들은 피하자. 그리고 옷의 아웃라인이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고 지저분한 옷들은 전체적인 실루엣을 망치니 가급적 피하자.


전체적으로 봤을 때 머리에서 발끝까지 최대 3 컬러 이내에서만 스타일링이 될 수 있도록, 착용하는 옷에 적용된 컬러의 개수를 제한하자.


사실 개인적으로는, 세련되고 시크하면서도 여성적이고 실용적인 (형용사 4개를 연달아 쓰다니……. 좋은 단어는 다 가져다 붙이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 그만큼 좋아한다는 뜻) 미니멀리즘 스타일을 추구한, 디자이너 피비 파일로 (2008-2018 Celine 크리에이티브 총괄 디렉터)의 여성복 스타일을 매우 좋아한다.

더할 나위 없이 세련된 아웃라인의, 최고 수준의 재단, ‘고급짐’을 뿜 뿜 내뿜는 최고급 소재의 옷, 매우 과감한 듯하면서도 세련된 컬러들의 믹스 앤 매치.


아, 2010 F/W 컬렉션이 있던 시기부터 마침 왜 나의 지갑은 텅텅 비어 가고 있었는가? 그 시절의 피비가 만든 소중한 피스들을 지금 구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돈만 있으면 뭐든 되기는 하겠지만……. ㅠ ㅠ).



마지막으로, 음식에 대한 나의 취향을 간단하게 얘기하고자 한다.


‘………………………….’


저는, 뭐든 다 잘 먹습니다.

(그런데, 다이어트 때문에 참는 거예요)

딱히 취향이 없어요.

그리고 음식은,

잘 못 만들어요. 끝. (서둘러 후다닥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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