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즐겁게 보낼 방법을 찾아서
23년 1월 25일,
다음 명절은 미술관에서
설 연휴 4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이가 있어 어떻게 보냈어도 편히 쉬진 못했을 거다. 아이의 장거리 이동이 어려워 고향 귀성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대신, 서울 처가댁에만 방문했다. 설 연휴 전날 처가댁에 들른 우리는 점심을 먹고, 아이를 먹이고 재우는 사이클을 두 번 반복했다. 다행히 두 번째 수면은 집에 돌아오는 시간과 겹쳐 아이는 차 안에서 조용히 잠들었다. 오가는 데는 두 시간가량 걸렸다. 먼 거리라고 할 순 없지만 가깝다고 할 수 없는 거리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우리는 어머니의 투병으로 처가댁에 자주 들렀다. 병원에 가실 때 동행하기도 했다. 정확히 헤아릴 순 없지만 한 달에 한두 번 이상 방문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설에는 귀성을 하지 않기로 해 연휴 기간 처가댁 방문 말고 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처가댁 방문은 반나절로 짧았으나 처음으로 수유를 두 번 이상 준비한 여정이라 가볍진 않았다. 아이가 평온한 상태를 유지해 이동이 어렵지 않았지만 집에 돌아온 순간 느낀 피로감은 어쩔 수 없었다.
가까운 곳이라도 오가고, 머무는 시간에 아이 케어까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동안 그랬듯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연휴를 반납한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겪는 일인데 뭘 그렇게 유난스럽냐고 할지 모른다. 짧은 반론을 하자면 결혼으로 독립까지 했는데 가족 의례를 의무감으로 치러야 한다는 건 수용하기 어렵다. 전통 가족 개념이 약해졌다지만 소위 정상가족을 구성한 우리 부부는 첫 명절부터 그 무게를 절감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때마다 나타나는 그런 것 말이다.
일 년에 두 번인데 눈 딱 감고 적당히 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올 법하다! 그런데 반대로 명절이 일 년에 딱 두 번 있는 긴 연휴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일상으로부터 누적된 피로를 풀고 재충전하기에도 짧은 시간이다. 아이가 생기고 나니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과 별개로, 명절을 예전방식 대로 보낼 마음은 더 없어졌다. 왜냐면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도 짧은 시간이어서다. 아이와 함께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충분하지 않다는 건 많은 부모가 이해할 것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 치이다 보면 아침, 밤으로 아이의 잠든 모습만 보게 되는 게 현실이다!
내 경우 출근 전까지 아이를 봐도 저녁 8~9시면 잠자리에 드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기껏해야 하루 4시간 내외다. 주말을 온전히 아내, 아이와 함께 보내지만 주중 일과로 지쳐 특별한 활동을 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가 태어나고 우리는 가족 모두가 행복한 연휴를 보낼 방법을 고민했다. 일단 귀성을 하지 않은 건 좋은 선택으로 판단된다. 7년에 가까워진 결혼기간 팬데믹, 여행, 휴가 등으로 반 이상 귀성을 하지 않았다. 올 설 연휴는 4일 가운데 첫 이틀이 처가댁 방문, 하루 휴식으로 지나갔다. 이대로 마냥 연휴가 지나가게 둘 수 없었던 우리는 셋째 날 미술관 방문을 계획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가까운 곳에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기회가 날 때마다 쾌적한 실내 공간을 찾았다. 운 좋게도 집 근처에는 갈만한 곳이 많았다. 이번에는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차로 30분 내외로 아이를 태우고 이동하기에도 괜찮은 거리였다. 평소 서촌, 삼청동, 정독도서관, 북촌을 자주 걸었던 우리는 아이를 데리고 애정하는 공간을 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둘이 가면 대중교통으로 서촌에 내려 경복궁, 삼청동, 정독도서관, 북촌까지 반나절은 걸었을 것이다. 천천히 동네 구경을 하며 3시간 이상을 걸어야 해 결코 짧은 산책은 아니다. 언젠가 우리를 닮은 아이가 걷기를 좋아하면 도전하고 싶은 탐방로다!
명절 연휴 오후에는 미술관이 복잡할 것 같아 우린 아침부터 분주히 외출을 준비했다. 아이를 데리고 가는 가족 외출은 언제나 설렌다. 아이에게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게 할 생각에 필요한 정보를 미리 검색했다. 주로 주차, 수유실, 유아차 대여 등에 대한 것이다. 그간 방문한 박물관, 기념관 등은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었다. 아무리 따뜻한 겨울이라도 아이에겐 추운 날씨여서 실내 동선을 확보하는 게 중요했다. 이는 지하주차장에서 전시장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는 공공시설을 아이 외출 장소로 정한 이유다.
오전 10시, 집에서 나선 우리는 차로 30분여를 달려 미술관 근처에 닿았다. 인근 도로는 아침부터 가족 단위 나들이 인파로 교통량이 많았다. 반대 차로에서 경복궁을 향하는 차량들은 주차장 입구부터 삼청동 초입까지 긴 대기행렬을 이뤘다. 반대 차로는 그만큼 복잡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300대 이상 주차가 가능하다던 미술관 주차장은 꽤 붐볐다. 주차장 입구에서 5분여 기다려 주차를 한 우린 아이를 데리고 1층 로비로 갔다. 미술관 로비에서 유아차 대여를 위해 안내 데스크를 찾고, 근처 수유실도 확인했다. 북적북적했던 주차장과 달리 전시장은 공간이 넓어 그런지 혼잡하진 않았다.
유아차는 신분증을 맡기면 무료로 대여할 수 있었고 수유실은 쾌적했다. 공간도 꽤 확보된 터라 동시에 여럿이 이용할 수 있을 만큼 넓었다. 이제 아이를 데리고 전시장에 들어갈 채비를 마친 셈이다! 명절에는 사전 예약이 필요한 <특별전>을 제외한 모든 기획전이 현장에서 무료 체크인이 가능했다. QR코드를 이용해 쉽게 발권을 하고, 지하 1층 기획 전시장으로 향했다. 아이를 유아차에 태워 이동해야 했기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갔다. 기획 전시장은 생각보다 컸다. 복도 등 이동 통로도 넓어 유아차를 끌기에도 편했다!
명절을 앞두고 우리 부부는 어떻게 명절을 보낼지 고민했다. 이번 연휴 우연히 방문한 미술관은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명절에 맞춰 번거롭게 준비해야 하는 것, 집에서 보낼 애매한 시간이 진심으로 아까워서다. 아내는 다음 추석 때 귀성을 미리 하고, 명절 연휴에 서울 처가댁 가족과 미술관에서 만나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봐도 여러모로 서로에게 윈윈이 될 대안으로 보였다. 쉬운 답은 없지만 미술관 투어는 시도해 볼 만한 괜찮은 방법이다!
이제 6개월 차에 접어든 아이가 있어 전시를 여유 있게 볼 수 없었지만, 생경한 공간을 탐색하는 아이를 보는 건 그때마다 흥미진진하다! 이제 지난 설 연휴에 대한 아쉬움은 접고, 다음 명절인 추석까지 "가족 모두가 즐거운 명절을 보낼, ‘각자에 맞는’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