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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시루 Apr 26. 2023

0세 아이도 잘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 0세 아이 면담 후기 

23년 4월 26일, 

0세 아이도 잘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아이가 하루하루 달라진다는 말에 더 실감한다. 생후 8개월을 채우고 9개월 차가 된 아이는 오늘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비교적 정확해진 발음은 엄마, 아빠를 찾는 옹알이에서 들을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고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매일 정해진 루틴이 있지만,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잠들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이 계속 이어져서 그럴 것이다. 아이가 조금씩 자라면서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 점은 놀랍다. 생후 몇 개월간 한 자리에 누워만 있던 모습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아이의 변화는 월령이 더할수록 더 드라마틱하다. 부모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아이가 여전히 작은 일이지만 점점 뭔가를 해내는 모습이 보여서 그렇다. 분유와 이유식을 같이 먹는 아이는 이제 먹고 자는 시간을 매우 정확하게 지킨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탐색하고, 부모와 뒹굴며 정신없이 웃고 놀다가도 때가 되면 기본 욕구를 해소시켜 달라는 신호를 빠르게 보낸다. 아이와의 호흡이 잘 맞는다는 건, 아마 그때 주고받는 신호를 잘 포착한다는 뜻일 것이다. 


지난 3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닌 아이는 나름 시설에 잘 적응한 것 같다. 며칠 전 부모 면담을 다녀온 아내는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며 내게 소식을 전했다. 선생님들에 따르면 아이가 어려서 걱정했는데, 예상보다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0세 반 아이들과도 잘 지내고, 1~2세 반 선배님들에게 귀여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아이가 주위 분위기를 잘 살피고, 적극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편이라 선생님들도 아이를 기특하게 여긴다고도 했다. 신기한 일이다! 신통방통할 뿐이다. 


부모가 처음인 우리가 봤을 때는 모든 게 신기하기만 했는데, 0세 반을 여러 해 맡아온 선생님이 좋은 평을 해 주니 기분이 더 좋았다. 부모에게 아이에 대한 부정 코멘트를 하기 어렵다고 해도, 아이의 0세 반 적응기를 시설에 종사하는 이의 시선에서 들을 수 있어 면담은 도움이 됐다. 아이를 챙기느라 바빴을 아내가 아이를 하원시켰다가 면담에 맞춰 다시 어린이집에 간 보람이 있었다. 특히, 아이를 데리고 함께 어린이집에 간 아내는 그곳에서 아이가 편하게 있는 모습에 안도했다고 했다. 


모든 게 생소했을 어린이집 환경에 적응하고, 선생님들에도 낯가림을 하지 않는 모습은 걱정을 무색하게 했다. 다행이다! 첫 사회생활을 잘 해내고 있는 아이를 보며 우리가 느끼는 게 더 많다. 모든 직장인들이 겪고 있을 어려움에서 우리 부부도 자유롭지 않아서다. 사회생활이 쉽지 않은 점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0세 아이가 첫 사회생활을 기대 이상으로 하고 있는 점은 사회생활 N년차 우리 부부에게 큰 메시지를 준다. 아이도 나름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텐데 잘 해내고 있는 게 틀림없어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모두 같은 마음이겠지만 아이를 보며 자신의 삶에도 중심을 다시 세운다. 오늘도 0세 아이를 돌보며 많은 걸 깨닫고 배운다. 우리 부부에게 지난 8개월은 많은 배움의 시간이었다!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에게 부모 손이 필요하단 점은 변함없지만, 뭔가를 찾는 눈빛과 손짓이 정교해지는 걸 볼 때면 우리가 부모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이의 모든 초기값이 되고 있는 우리가 얼마나 좋은 부모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하루하루 아이가 필요로 하는 일을 잘 처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어쩌면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육아를 잘 해내는데 지켜야 할 원칙도 하나로 수렴하는 것 같다. 크고 작은 모든 일에 항상 꾸준해야 한다는 철칙말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육아도 인생의 과업이라고 보면 같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은 당연하기도 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린이집에서 생후 9개월 차를 열심히 보내고 있을 아이를 떠올리며, 오늘을 임하는 마음가짐을 다잡는다. 대신, 비장하진 말자! 모든 일이 그렇듯 힘을 주는 것보다 빼는 게 훨씬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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